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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ngyouth Dec 08. 2019

<거리의 천사들>(1928)을 보고 든 생각(쓸 예정)

찰스 패럴이 자넷 게이너를 재회하게 되는 <거리의 천사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배우가 한 화면에 함께 담기게 된 이상 이 둘의 관계가 결국은 봉합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진다. 관건은 광기에 찬, 심지어는 이웃들로부터 "악마 들렸다"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 황폐하게 변한 찰스 패럴이 어떻게 이 배신과 광기로부터 벗어날지다. 찰스 패럴은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에 휩싸여 자넷 게이너를 죽이려 들고, 자넷 게이너는 제어되지 않는 찰스 패럴로부터 도망친다. 추격 끝에 자넷 게이너가 찰스 패럴에게 잡히게 되는 공간은 성당인데, 이 성당 안에는 찰스 패럴이 자넷 게이너를 그린 초상화가 걸려있다.


찰스 패럴이 자넷 게이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그린 이 초상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두 배우의 로맨스를 상징하는 중요한 소재다. 단순한 초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둘은 이 그림을 중개상에게 팔아 궁핍한 처지에 먹고 살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카메라는 초상화가 사라진 뒤에 자넷 게이너가 느끼는 헛헛함이랄지, 이후 펼쳐질 위기에 대한 복선의 위기감이랄지, 초상화라는 사물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지켜야할 관계라는 메시지랄지를 빈 벽을 비추는 숏 안에 담아낸다.


다시 마지막 장면으로. 자넷을 죽이려드는 찰스가 초상화를 발견하고, 그 뒤에 찰스는 자넷에게 용서를 구한다. 급작스러운 전개일 뿐더러 더욱이 초상화 속 자넷이 성녀가 된 모습이었기에 자칫 단순히 종교적 차원의 상징물로 갈등을 대충 퉁치고 가려는 것으로 다분히 읽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좀 더 찰나의 순간들을 쪼개어 살펴 보자면 찰스가 초상화를 발견하고 자넷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의 사이에 자넷의 얼굴을 응시하는 찰스가 있다. 찰스가 자넷의 얼굴을 응시하는 그 몇 초에 불과한 순간. 이 찰나의 시간에 광기가 걷히고, 복수심이 잦아들고, 죄의식을 느끼고, 나아가 자넷을 다시 사랑하게 급진적 전환이 일어난다.


이를 설명할 유일하고도 확실한 단서는 '찰스가 응시하는 자넷의 얼굴'이다.


(나중에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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