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랑 Nov 19. 2023

수험생인 적이 있다면, 잊지 말아 주세요

수능을 본 우리는 대단하다고요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날은 비가 엄청나게 왔습니다. 창밖의 비를 바라보며 수능 시험장에 앉아있을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지요. 그러다간 감히 제가 응원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최근의 저는 한심했거든요. 생각보다 공부도 잘 되지 않았고, 생각보다 열심히 살지도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는 멋진 백수가 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수능은 최소 3년 이상 공부한 노력의 결실을 맺는 시험입니다. 저처럼 한심한 백수가 감히 수험생을 응원할 수가 있나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요, 저도 수능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수능시험 하나만을 바라보고 공부했습니다. 물론 매일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공부가 너무 싫고, 잘 되지 않는 날도 많았거든요. 그래도 다음 날에는 어떻게든 다시 공부했습니다. 그걸 3년이나 계속했다고요!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엄청난 여정이었습니다.


그걸 생각하니 묘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수험생 생활을 3년이나 했는데 뭐든 못할까 싶었지요. 설령 며칠 한심하게 보냈더라도, 내일은 다르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잖아요. 저는 이 당연한 사실을 수능을 통해 배웠는데도, 그만 시간에 묻혀 잊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수험생이었던 모든 분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매진해 본 우리는 다른 것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요.


가끔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이 온다면,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이미 엄청난 걸 해낸 사람들이라는 걸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책 없는 퇴사와 ‘하고 싶은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