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랑 Apr 03. 2024

모든 시작은 두려움과 함께라지만 너무하잖아

내 그림을 누군가 좋아해 줄까?


오랜만의 현실


약 2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저는 그동안 어머니와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간 것이라 정신없는 일정이었지요.

덕분에 제 미래에 대한 근심걱정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매일 짐을 싸서 패키지 일정에 맞추는 것도 겨우였으니까요.

(심지어 귀국 당일날 어머니의 여권이 사라지기까지 했지요. 덕분에 대한민국 영사관까지 방문한 여행기는 따로 말씀드릴게요!)


이제 한국에 돌아와 저번 달에 호기롭게 외쳤던 ‘퍼스널 아트’ 어쩌고 기획안을 보았습니다.

열 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동안 그렸던 그림도 다시 보았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한국이라는 현실에 돌아오니 새삼 마뜩잖게 보입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귀국 소식을 알리며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친구들은 무척 좋아했어요. 그림의 모델이 그 아이들이어서 더 좋아했을 거예요.


그런데

왜 이렇게 겁이 나는 걸까요?




사라진 자신감


기획이 막연할 때는 오히려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그려주고 싶었고, 그 마음이 어딘가에 꼭 닿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린 그림에는 그 사람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깃든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린 그림은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줄 것이고,

기분 좋음이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을 불러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샘플 제품을 주문하고 나니 그런 마음가짐이 어디론가 숨어버렸습니다.

막연한 구상이 점점 현실이 되니 두려워졌습니다.


“내 진심이, 정말 닿을 수 있을까...?”


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하는 이유


재밌게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두려움이 나타났습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을 때의 두려움이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이런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전에는 몰랐던 타인과 닿아서, 그 사람의 행운을 진심으로 바라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렇게 제게 소중한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자신감이 떨어진 이 순간을 공개적인 이곳에 기록해 놓습니다.

또다시 두렵고 무서운 순간이 왔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남겨놓습니다.


언젠가 제가 바라던 일을 해냈을 때,

오늘마저도 사랑스럽게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삶의 목격자가 되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여러분에게 좋은 봄이 오고 있길 바랄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지인의 프로필을 그리며 배운 것, 대화의 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