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별금지법 집담회를 통해 그를 다시 만났다. 집담회를 진행하며 나는 그와, 그가 살아온 세계를 조금은 짐작하게 되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든 아니든 그는 여전히 그 자신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그의 존재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다.
나는 집회에서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의 사회복지를 말해왔다. 사회복지는 누군가를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인간인 이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삶의 조건을 바꾸는 일이라고. 사회 밖으로 밀려난 이들을 다시 가시권 안에 두는 일이라고.
그러나 사실 두렵다. 나를 바꾸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바꾸고, 그와 손을 잡은 채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대통령이 바뀌어도 삶의 조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위치함에는 체리피킹이 없다. 필요한 부분만 취하는 연대는 연대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이 사회 어딘가에 위치해 살아가고 있다. 거대한 의제와는 조금 비껴선 채 자신의 하루를 견디고, 살아낸다. 그러나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나는 그의 삶을, 그 정치성을 들고 사회에 던진다. 균열을 내기 위해.
울면서도 내일을 꿈꾼다. 자살로, 타살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사회에서 나는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안녕하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이 연결된 줄이 더 많은 삶으로 이어져, 언젠가 이 사회를 감쌀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