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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Sep 05. 2021

여름을 좋아하세요?

새파랑글쓰기 #2 여름

여름을 좋아하세요?

아니요. 여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겨울이 좋아, 여름이 좋아?라는 질문에도 대부분 여름이라고 대답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금방 지쳐버리는 체력, 전등으로 모여드는 벌레들, 모기 등등. 온통 내가 싫어하는 것 투성이다. 여름이 찾아오면 반가운 마음보다는 "이번 여름은 어떻게 견디지"하며 걱정부터 나온다.


여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물어봤다. 여름을 좋아하세요? 여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과일, 가벼워진 옷차림, 여름이라는 이름 그 자체,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지는 물놀이. 그들이 말한 것들 중 내가 즐긴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말한 여름의 매력엔 크게 공감했다. 생각해보니, 난 여름을 경험하기보다는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노란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는 것, 여름과일을 예쁜 접시에 담아 먹는 것, 선풍기 앞에 앉아 책을 보는 것. 그 모든 것들을 바라봤을 때, 비로소 여름을 느낀다.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탈리아 크레마의 여름이 기록되어 있다. 정말이지 여름 그 자체인 영화다. 숲 사이 어딘가에 있는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과 복숭아, 땀을 닦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그 영화를 볼 때만큼은 여름을 사랑하게 된다. 나는 그 영화만으로도 여름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직접 호수에 가서 수영을 하거나 땀을 닦으며 복숭아를 사러 가지 않지만, 그들이 그렇게 여름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젠 여름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중이다. 여름을 아직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아쉬워하지만, 나는 홀로 여유롭게 가을은 잘 오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가을이 와도 여름을 바라보면 되니까. 여름을 좋아하지 않기에 4계절 내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이젠 다른 대답을 한다.

여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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