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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May 30. 2024

#8 일에서 자유로움을 찾는다는 것

20240529

대학교 때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사람은 모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무기 하나씩 갖고 태어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의 무기는 뭘까 궁금했었다. 


오늘 넷플릭스에서 백남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보는데 10년 전 교수님의 그 말씀이 떠올랐다. 다큐 속 백남준의 모습은 자신의 무기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보였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무기라는 것이 결국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백남준의 우연한 사건은 미국에서 본 존 케이지 공연이었다. 존 케이지는 일반적인 음악을 벗어나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대부분의 관중들은 난해한 그의 공연에 관람을 포기하며 나가기도 했다. 많은 사람의 야유 속에서 백남준은 짜릿한 무언가를 느끼고 존 케이지를 만난 이후부터 본인의 예술관을 자리 잡기 시작한다. 백남준이 본 것은 새로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자유였다. 


나 또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과 분리된 삶에서의 자유가 아닌 일 안에서의 자유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저 손 발의 역할만 하게 되는 일의 관계에서 두 번째 관계를 갖지 않았다. (내 꼴은 이런 꼴인가 보다.) 속삭이듯 들리는 내 안의 소리를 찾고, 부족하지만 그것을 오롯이 표현해 내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라는 것은 시스템에 사람에 의해 날개가 꺾이거나 나 스스로 접었다. 나는 지금 자유롭고 싶구나... 백남준의 존 케이지가 나에게는 장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악기장 선생님의 하남 공방에 가면 길게 늘어선 많은 오동나무를 볼 수 있다. 뒷 산에 빽빽하게 세워진 오동나무는 악기가 될 육성소인 셈인데 7년 정도 자연에서 널어두고 썩지 않고 삭은 것만 악기의 몸통으로 쓴다. 요즘 같은 때에 자연이 주는 시련. 이를테면 거센 비바람과 타는 듯한 뙤약볕, 한겨울에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은 것만 소리가 되는 셈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그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내가 전통을 바라보면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지점이었다.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현대 기술과 다르게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부드러움이 더 근사했다. 이것은 마치 도시의 삶과 자연의 삶에서 어떤 것이 더 좋냐와 같은 취향의 문제 같았다. 


어찌 보면 자유와 자연은 깊게 연결되어있다. 내 안에 자연스러움을 찾아내면 그 순간 자유도 함께 따라온다. 각자의 호흡과 삶의 방식대로 숨 쉬듯 살면 자유에서 오는 충만함이 나오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몰입이 가능하고 자유를 찾을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날개를 숨긴 채 혹은 있는지도 모른 채 까먹고 살고 있을까. 5년 전에 꿈틀거렸던 내 날개뼈가 이제는 몇 번의 날갯짓을 한 것 같다. 


p.s 문득, 선생님도 자유를 찾기 위해 작업을 하시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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