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생각하는 앞으로의 5년
천만 원이 이렇게 큰 단위일 줄이야
30대 중반에 들어,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사인 '내 집 마련'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 물론 부동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5년 전인 29살이었을 때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내 집 마련'이라는 키워드를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서, 새삼스레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29살 때 누가 나한테, "야, 너 5년 뒤 집 사야 돼, 천만 원이라도 더 모아놔야 이자로 돈 이만큼 덜 낸다?"라고 알려줬으면 내가 좀 더 악착같이 모았을 텐데..!
그도 그럴 것이, 나의 20대 그리고 30대 초반까지의 인생기조가 '티끌 모아 티끌이다.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돈을 쓰자'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보시다시피 '그래도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구나..'라는 것을 씁쓸히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수입이 최소 억 단위가 되는. 그 '티끌이 아닌 돈'이 생길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느 날. 그 확실하지 않은 시기까지 오늘의 나는 계속해서 월세, 전세를 살아야 한다는 반대급부 또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미 지나고 난 뒤에 하는 후회는 크게 의미가 없다. 다만 그 후회를 반면교사 삼아 나의 남은 앞으로의 5년을 어떻게 계획하고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또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않을지를 배울 따름이다. 5년 전의 나도 '언젠가는 내 집이 생길 것이다.'는 큰 명제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5년 뒤에 진짜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에 내 집마련을 하겠다고 대출이나 공시지가 등을 알아보고 공부하는 20대는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작다. 나도 대부분의 20대 사람들과 같이 내 집 마련이라는 것은 더 나이 많은 어른들의 일이라고, 나와는 아직 거리가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었기 때문에. 실제로 5년 뒤라는 시간은 사실 그렇게 먼 시간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5년 안에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잘 될 거고, 고민을 크게 안 할 거야'라는.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 혹은 안일함이라 지칭할 녀석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향을 반대로 겨누어보면 '앞으로의 5년 뒤를 위해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 질문을 더 구체화시키고, 더 세부적인 목표와 계획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마 5년 뒤의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똑같은 후회를 할 가능성이 99.9999% 정도 될 것 같다.
이 정도 생각을 발전시켜보고 나니 떠오르는 명언(?)이 있다. 바로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지독한 오역으로 알려진 이 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실제로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는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에 '우물쭈물'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해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하고 있다만..('내가 더 오래 산다고 한들, 이런 일(=죽음)이 일어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정도가 적당하겠다.)
이 말이 오역이든 아니든을 떠나서, 문자 그대로 Literally, 우물쭈물하다가는 내 앞으로의 5년도 비슷한 후회를 할 것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생각의 주기"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주기는 5년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5년이라는 기간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적당~히 먼 미래일 것 같아서 희미해 보이고 방심하게 되는 미래이자 그와 동시에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5년은. 그러니까 2028년 7월 8일에 이 글을 다시 읽고 있을 나는 부디 지금의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