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결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밀, 공부체력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다고 생각하였기에 초등학교 시절, 몸이 파르르르 떨릴 때까지 노는 것이 일상이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새벽 3시, 4시가 될 때까지도 이불속에서 책을 보았고, 고등학교 때에는 실컷 놀다 그래도 성적을 너무 못 받는 건 싫었기에 시험 기간 내내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수능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고2 겨울방학 때만 해도 스스로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체력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이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할 때쯤 체력이 모자라 울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뭔지 알게 되었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있어도 열심히 할 수 없는 상황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체력이 모자라 몸은 좀 축났지만 다행히도 그 당시의 저에겐 놀라운 집중력과 몰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저 점수는 받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목표한 만큼의 공부량은 다 해내려 집요하게 노력했고, 하루 동안에는 못 끝내더라도 주 단위, 월 단위로 계획한 바를 차곡차곡 이뤄갈 수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지탱해주는 힘, 그때 만들어진 공부체력"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집중력과 몰입, 그리고 체력이 제 기준으로 정상 범위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때의 능력이 나올 수 있다는 '근거는 있지만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를 자신감'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의 범위와 깊이가 감당하기에 힘들 정도일 때면 '고3 때처럼 하면 못 끝낼 일이 없으니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일을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열여덟 살, 아주 어릴 적의 일이고 많은 시간이 지난 일이기에 이렇게 글로 적기에 민망한 느낌이 들지만 제게 이 당시의 경험은 제가 성인이 되어 살아온 시간 동안 아주 유용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인 것은 확실합니다.
공부체력의 요소
그때 제가 알지는 못했지만 당시 제게 내재되어 있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첫 번째는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모자랐던 체력, 두 번째는 다시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집중력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제가 스스로 세운 목표이며, 네 번째는 집념, 속된 말로 깡다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차차 말씀드릴 언어 능력입니다. 저는 이 다섯 가지를 공부체력이라 부릅니다. 공부체력이 있는 아이들은 시기가 다를 뿐, 공부 체력에서 말씀드린 세 번째 요소 즉, 스스로 세운 목표가 생겨 방아쇠 역할을 해주게 되면 그 뒤는 좋은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목표가 방아쇠 역할이긴 하나 공부체력의 요소로 넣은 이유는 스스로 세운 목표는 공부하는 내내 좋은 연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결국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마는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가 생각해오던 부분들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집중력이 좀 부족해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가고 싶은 학과가 생겨 목표를 이뤄낸 많은 아이들, 목표는 없었지만 엄청난 집념과 집중력으로 본인 스스로도 놀랄만한 결과를 이뤄내는 아이들... 수많은 아이들을 관찰하며 이들이 가진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다 보니 여러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공부체력'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마다 체력도 집중력도 목표도 집념도 다르겠으나 결국 위의 요소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소중한 결실을 이뤄내는 과정을 함께하며 지켜보는 것은 언제 생각해도 씩 웃음이 나는 정말 좋은 기억입니다.
공부체력이 튼튼한 친구들은 심한 스트레스 상황이나 불가피한 방해에도 충분히 자신의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공부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제 체력, 지적 호기심, 미래에 대한 생각, 긍정적인 경험, 언어 능력 등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키워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