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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an 10. 2024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한 남아공

남아공 대 이스라엘, 내일과 모레 ICJ에서 구두 변론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군이 이에 반격하며 격화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3달째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 사망자가 총인구의 1%를 넘어설 정도로 이스라엘의 잔혹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세계 각국의 입장은 크게 갈리며 ‘국제사회’는 아직 이스라엘의 폭주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영국과 독일 정부는 최근 인도주의적 고려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으며, 터키나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시민과 연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더 많은 국가 정부는 폭력 행위나 민간인에 대한 영향을 언급하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종종 공격해 왔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박탈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펼쳐왔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신인 남아프리카연방에서 1948년 집권한 국민당 말란 정권이 시작한 인종차별 정책으로(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아프리칸스로 ‘격리’를 뜻한다), 이후 이 악명 높은 정책은 1973년 아파르트헤이트 범죄의 진압 및 처벌에 관한 국제협약(아파르트헤이트 협약)에서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 집단을 통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를 상징하는 용어로 채택되었다. 참고로 한국은 아파르트헤이트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고, 흥미롭게도 남아공 또한 해당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인 동료가 ‘10월7일 하마스 공격에 대한 생각’을 물어오면 ‘질문이 틀렸다’고 반박한다. “마치 10월 7일 전에는 모든 게 정상이고 번영했다는 듯한 물음이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가자 주민 65%가 빈곤선 밑에 있고, 실업률(지난해 상반기 46%)도 매우 높다. 그래서 나는 이스라엘이 한 행동으로 답변한다. 시작점은 이스라엘이 가한 점령과 봉쇄, 그리고 전쟁이라고.” 결국 시작점은 1948년이다.
- 가자지구 출신 난민 살레 란티시와 미디어 오늘의 인터뷰 기사 중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029


3개월 동안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팔레스타인 시민 학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각국 정부와 달리, 세계 각국 시민들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명해 왔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벌이는 정책과 군사작전이 명백히 아파르트헤이트이자 제노사이드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과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촉구하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녹색당, 사단법인 아디 등이 공동주최하고 더 많은 단체와 시민이 연대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 행동의 집회와 성명에서도 아파르트헤이트,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등의 용어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24일 있었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의 포스터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 중 이스라엘 비판과 팔레스타인 연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온 남아공 정부는 2023년 12월 29일, 국제연합의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에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했다. 많은 남아공 정치인과 시민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과거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겪었던 것과 비슷한 고통을 받고 그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팔레스타인에 연대했다. 작년 3월 남아공 국회는 이스라엘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 시민과 연대하는 의미로 이스라엘에 있는 남아공 대사관을 연락소로 격하하는 법안을 통과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 1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모습. Photo: Peoples Dispatch


저는 15년 전쯤 가자지구를 방문했고, 거기서 하마스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4~5년 전 카타르에서 열린 한 회의에 가서도 그들을 또 만났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남아공에서 어떻게 승리했었는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저는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세우고, 이를 무장 행동으로 보완하고,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유대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마스 사람들은 그 점을 매우 흥미로워했죠. 저는 그들에게, ANC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울 때 백인들을 지지자와 당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고, 또 적어도 유대인의 일부가 하마스의 저항을 지지하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면 하마스에게 득이 될 거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이는 인종차별적인 이스라엘 국가가 내세우는 신화, 즉 이스라엘 국가가 모든 유대인을 대표한다는 신화를 박살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아프리카국민회의(ANC, 지금의 여당) 산하 무장 조직 창립에 참여한 유대인 로니 카스릴스

https://wspaper.org/article/30392


남아공 정부는 이스라엘이 이스라엘과 남아공이 모두 (그리고 한국도 가입한)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제노사이드 협약)을 근거로 이스라엘을 제소하는 84쪽 분량의 소장을 제출했다.* 지금까지 이 제소에 정부차원의 지지를 밝힌 국가로는 말레이시아, 터키, 요르단, 볼리비아 등이 있으며, 국제기구 중에는 57개국이 가입한 이슬람협력기구(Organization of Islamic Cooperation)가 지지 성명을 냈다.

“본 협약에서 집단살해라 함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행하여진 이하의 행위를 말한다.”
- 제노사이드 협약 제2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번역본)
OIC의 지지성명


얼마 전 1월 7일 남아공의 이스라엘 ICJ 제소에 지지입장을 밝힌 볼리비아는 외교부 성명에서 이번 제소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조치”이자 “국제사회가 동참해야 할 리더십과 노력”으로 평가하며 볼리비아 정부가 지난해 11월 17일 남아공, 방글라데시, 코모로, 지부티와 함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볼리비아 외교부가 밝힌 것처럼, ICJ 제소와 별도로 로마규정에 의거해 설립되어 개인의 국제범죄를 다루는 ICC에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접수된 상태다.


볼리비아 외교부의 지지성명




한편,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일론 레비는 “남아공의 터무니없는 비방을 불식시키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법정에 출두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는 “전쟁의 책임은 먼저 도발한 하마스에 있다”며, “남아공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정치적, 법적으로 엄호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남아공의 제소가 “가치 없고, 비생산적이며, 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공격했고, 국무부 대변인도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 어떤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424342?sid=104


이스라엘이 ICJ 출두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ICJ에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남아공과 이스라엘은 각각 변호인 명단을 발표해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ICJ는 남아공의 소장이 접수된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아공의 소장을 접수했음을 밝혔고, 1월 3일 보도자료에서 1월 11일과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Peace Palace)에서 남아공이 제기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관련하여 제노사이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Genocide Convention”)을 위반한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헤이그 현지 시간으로 1월 11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남아공 측의 구두 변론이 진행되고, 1월 12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이스라엘의 구두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ICJ 2024년 1월 3일 자 보도자료 캡쳐.


소장과 부소장을 포함해 15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ICJ에는 남아공과 이스라엘 양국 국적의 법관이 없기 때문에, 양국은 각각 특별 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남아공 정부는 은퇴한 부대법관(Deputy Chief Justice)인 딕강 모세네케(Dikgang Moseneke)를 지명했고, 이스라엘은 대법원장을 지낸 아하론 바락(Aharon Barak)을 지명했다. 바락은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2006년 대법원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이후로는 이스라엘 극우 정권의 사법개혁에 반대해 온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Middle East Eye는 그가 팔레스타인에 관해서는 일관되게 이스라엘의 압제를 지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https://www.middleeasteye.net/news/israel-judge-aharon-barak-icj-legitimised-occupation


* 참고로 프레토리아 대학교의 국제법교수인 디레 틀라디(Dire Tladi)가 작년 11월 ICJ법관으로 지명되며 남아공에서는 최초로 그 직책을 맡게 되었지만, 그의 임기가  올해 2월부터 시작이라 남아공 정부는 특별 법관을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남아공 정부는 소장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혐의를 포함한 각종 폭력과 인종차별 행위를 잘 정리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 내용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혐의를 제노사이드 협약에서 정의하는 제노사이드 행위*에 따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소장 전문보기(영문): https://www.icj-cij.org/sites/default/files/case-related/192/192-20231228-app-01-00-en.pdf 


* 제노사이드 협약 제2조에서 정하는 제노사이드 행위
(가)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
(나) 집단의 구성원에 대하여 중대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다)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적 파괴를 초래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조건을 집단에게 고의로 부과하는 것
(라) 집단 내 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도된 조치를 부과하는 것
(마) 집단 내의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것    


1. 가자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인 살해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을 시작한 이후로 21,11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사망했고, 그중 70%는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사망했거나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 묻혀있는 실종자 수 또한 7,780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구조 활동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연료 공급을 막았다.

“가자에서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말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집에서, 병원에서, 학교에서, 모스크에서, 교회에서 살해당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즉결처형을 집행했다는 보고도 다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상당한 화력의 폭탄과 더불어 일명 ‘멍텅구리’ 폭탄(dumb bom)이라 불리는 비유도 폭탄을 활용하며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인과 언론인, 교사 등이 유래 없이 많이 살해당했다. 의사와 응급차 기사를 포함해 311명 이상의 의료인이 근무 중 살해당했고, 103명의 언론인이 살해당했으며, 209명의 교사 등 교육인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UN 직원 또한 144명이 살해당했다.


2. 신체적, 정신적 피해 야기

55,243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0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이후 부상당했고, 대부분이 여성과 아동이다. 또한 미량으로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는 백린탄을 이스라엘군이 사용했다는 보고도 있다.

극단적인 폭격으로 안전지대가 사라진 상황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야기한다. 이번 침공 이전에도 이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높았고, 이는 최근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군사 작전 외에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비인간화, 잔혹한 해우 그리고 무차별적 체포와 구금, 고문 또한 보고되고 있다.


3. 집에서 쫓겨나 떠돌게 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 명 중 190만 명의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인 ‘퇴거 명령’을 내렸다. 2023년 10월 13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 머물고 있던 11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24시간 이내로 남부로 이동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이 명령에 따라 남부로 이동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스라엘군이 공격했다는 보고도 있다. 12월 1일에는 지난 명령에서 사람들에게 가라고 했던 가자지구 남부에도 퇴거 명령을 내려 이들을 오갈 곳 없게 만들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폭격할 장소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는 비판도 있다.


4. 적절한 식량과 물 접근권 박탈

10월 9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완전 봉쇄’를 선포하며 전기, 식량, 물, 연료의 공급을 막았다. 이러한 봉쇄는 이후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공급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일부 가자지구에 들어가고 있지만, 효과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 적신월사, 유엔, 파트너 단체가 국경을 넘어 구호품을 전달하는 트럭의 수를 기준으로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활동의 효과를 측정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스라엘의 공세가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 분배를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가자지구에서 효과적인 구호 활동을 하려면 보안, 직원의 안전, 물류 능력, 상업 활동 재개가 필요합니다.
-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 (2023.12.22)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기아에 가까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WFP와 WHO 등 각종 기구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아와 영양실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고, 기아를 전쟁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기아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폭격을 강화하여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 그들의 삶의 조건을 계산적이고 고의적으로 악화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5. 적절한 피난처와 옷, 보건과 위생의 박탈

190만 팔레스타인 피난민의 대부분이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 시설에 피난을 와있지만, 이스라엘이 이들 시설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어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UNRWA에 있는 피난민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며, 그 외 친척이나 낯선 사람의 집, 길거리 등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식량이나 물, 위생 물품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UNRWA의 시설 또한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이곳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적절한 위생과 식량, 식수, 의료 지원의 부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된다.


6. 적절한 의료 지원의 박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의료시설을 공격해 왔다. 2023년 12월 초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병원 공격은 증가했다. 가자지구 북부에는 온전한 병원이 없으며, 부분적으로만 기능하는 4개의 병원만 존재한다.

지금까지 가자지구의 ‘보건의료’ 시설에 대한 238건 이상의 공격이 있었고, 61개의 병원과 다른 의료시설이 피해를 입거나 파괴되었다. 특히 이스라엘은 병원의 발전기나 태양광 패널, 그리고 물탱크나 산소 저장소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시설을 공격했다.

최소 57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내 병원과 의료시설에서 살해당했다.

전문가들은 질병과 기아로 인해 사망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수가 이미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폭력 사망자 수를 앞질렀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미 UNRWA 시설에서 비위생적인 환경, 굶주림, 깨끗한 물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악화된 전염병 사례만 36만 건이 넘고,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7.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 파괴

2023년 11월 16일, 15명의 유엔 특별보고관과 21명의 유엔 실무그룹 위원은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제노사이드"를 경고하면서 "주택은 물론 병원, 학교, 모스크, 빵집, 수도관, 하수 및 전력 공급망이 파괴된 수준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지속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는 물리적 기념물을 파괴하는 것과 함께 그 유산을 형성하고 창조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까지 파괴하려 했다. 가자지구의 저명한 언론인, 교사, 지식인, 공인, 의사와 간호사, 영화 제작자, 작가, 가수, 대학 총장과 학장, 병원장, 저명한 과학자, 언어학자, 극작가, 소설가, 미술가, 음악가 등이 공격받거나 살해당했다.


8. 팔레스타인인의 출생을 막기 위한 조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70%는 여성과 어린이며, 임신부는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생필품의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2023년 11월 3일, WHO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트레스로 인한 유산, 사산, 조산 증가 등 생식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N특별보고관은 이렇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생을 막는 조치는 제노사이드 협약에서 정하는 제노사이드 행위로 규정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외에도 남아공 정부가 제출한 소장에는 이스라엘 관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집단 살해(제노사이드)하려는 의도를 여러 차례 밝혔다는 증거도 포함되어 있다.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관료들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묘사하고, 완전히 절멸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자주 드러냈고, 일부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네타냐후 총리

“우리를 파괴하려고 일어난 피에 목마른 괴물을 퇴치하다” (2023.10.15)

“빛의 아이들과 어둠의 아이들, 인류애와 정글의 법칙 사이의 투쟁” (2023.10.16)

“우리의 성경에 나와있는, 아멜렉이 당신에게 한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2023.10.28)

아멜렉은 구약 성경에서 신이 이스라엘민족에게 전멸시키라고 명령한 민족이라고 한다. 관련된 내용은 아래 경향신문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041612001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우리는 인간 짐승과 싸우고 있다”, “가자는 더 이상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멸절할 것이다.” (2023.10.9)


니심 바투리 크네세트(의회) 부의장

“우리에겐 공동의 목표가 있다 - 가자지구를 지표면에서 지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23.10.7)


요게브 발 쉬쉣 대령

“이곳에 돌아오는 누구든, 만약 그들이 나중에 돌아온다면, 그들은 그을린 땅을 마주할 것이다. 집도 없고, 농업도 없고, 그 무엇도 없다. 그들에겐 미래가 없다.” (2023.11.4)



사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일과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의 발언만 보면 재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반인륜적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오히려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ICJ에 이 문제를 제소하는 것이 오히려 이스라엘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재판에서 이스라엘의 행위가 제노사이드라고 판결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내려질 수 있는 임시조치(provisional measure)다.


내일과 모레 헤이그에서 진행될 심리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질 사안이 남아공 측에서 요청한 임시조치다. 본 재판, 즉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행위가 제노사이드인지 여부를 판결하는 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달리, 임시조치에 대한 판결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날 수 있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예를 들어 2022년 2월 26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를 상대로 ICJ에 제기한 소송*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3월 7일에 우크라이나 측 구두 변론이 있었고, 다음날로 예정된 러시아 측 구두 변론기일에는 러시아 측은 해당 사건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리의 중단을 요구하며 불참했다. 그리고 3월 16일, ICJ가 우선 양측이 제노사이드 협약의 해석에 있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판단되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다른 국가로부터 제노사이드를 이유로 군사 작전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 그리고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비정규 군사 조직을 포함한 군사 조직, 개인, 단체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군사 작전을 중단하라는 임시조치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고, 구두 변론이 있은지 10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우크라이나 vs 러시아 사건의 임시조치에 대한 ICJ의 판결문 일부.


* 이때도 인용된 국제법은 제노사이드 협약이었는데, 이때 제노사이드 협약의 맥락은 조금 미묘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ICJ에 제기한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 군사 작전’을 제기한 근거로 삼는 Luhansk와 Donetsk에서 우크라이나의 제노사이드가 사실이 아니고 따라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법임을 판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ICJ의 임시 조치 명령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듯, ICJ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은 있지만 그 판결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남아공 정부는 소장에서 이스라엘 정부, 비정규 군사 조직, 관련된 개인과 단체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제노사이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 그리고 판결을 위한 조사에 응할 것을 임시조치로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남아공의 이번 제소 또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혐의에 대한 판결이나 임시조치 명령 자체보다도 이러한 판결을 쌓아나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더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클 것이다. 나아가 미국과 영국 등 소위 말하는 '강대국'들이 사실상 이스라엘의 폭력을 지원하는 가운데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그리고 폭력과 압제가 아닌 생명과 해방의 편에 연대하길 결심한 정부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이어나간다는 측면에서도 그 의미와 울림은 크다고 생각한다.


남아공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아프리카 연합 또한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세력이 제국주의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에 있지만,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점령지 팔레스타인의 인종차별적 정권과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적 정권은 제국주의적 기원을 공유하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완전성에 대한 억압을 목표로 하는 정책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전체를 형성하고 동일한 인종주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 아프리카 연합 결의안 77호(XII), 1975년 중


케냐 루토 대통령의 경우 양측 모두 잘못이 있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듯 하지만,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에 1,500명의 농업 노동자를 보내기로 하는 등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케냐의 일부 정당과 시민사회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하거나, 이스라엘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고 있다.

https://www.aljazeera.com/features/2023/12/14/young-kenyans-begin-boycott-of-israeli-brands-as-gaza-war-goe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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