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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를 다시 배우기

국제개발협력 실천가, 로버트 채임버스의 21가지 제안

by 우바리

국제개발협력을 일로 할 때 가장 좋은 점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국제개발협력을 '전문성'을 가지고 '개발도상국' 현장에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위로부터 만들어지는 '전문가'보다는 아래로부터 형성되는 다양한 경험과 생각,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가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영국 출신의 국제개발협력 실천가인 로버트 채임버스(Robert Chambers)도 오랫동안 현장을 중시하고, 현장으로부터 배우는 탐색가 같은 개발 실천가를 지향해 온 사람 중 한 명이다. 1932년생인 그는 케냐의 영국 식민 정부 관료로 개발협력 경력을 시작하여,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지의 개발협력 사업을 평가하고 연구한 학자로 경력을 이어왔다. 영국 출신의 남성이자 영국 서섹스 대학교의 교수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비주류로 보곤 한다. 국제개발협력에서 지배적인 계량적인 방법론과는 거리가 먼 역사학 전공자이고 국제기구나 연구기관의 본부에서 일하기보다는 늘 현장을 지향했다는 점, 그리고 늘 어떻게 하면 국제개발협력을 다르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는 점이 그 이유다. 그가 주장하는 비주류성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조금 어렵지만, 주류에 편승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럿 있었음에도 끈질기게 다른 길을 찾아왔다는 점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반골 성향을 가지고 길을 만들어간 선배(?)가 있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다.


채임버스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는데, 그중 하나가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 권력관계다. 자신을 포함한 국제개발협력 실천가, 혹은 '전문가'와 현장 시민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성찰적으로 분석하며, 이 불균형한 관계 속에서 실천가들은 어떻게 더 나은 관점과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워크숍 같은 실천의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며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발전을 바라보는 참여적 조사 방법론이나 농촌 시민들의 삶을 다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접근법인 지속가능한 생계(Sustainable Livelihood)*라는 개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생계 개념에 대해선 비욘드발전연구소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https://brunch.co.kr/@beyond-dev/28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그가 Into the Unknown: Explorations in Development Practice라는 책에서 소개하는 국제개발협력 실천을 배움의 여정으로 만들기 위한 21가지 제안이다. 그는 국제개발협력 실천가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인해 현장을 제대로 보고 배우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개발 사업들이 현지 시민들의 삶에서 동떨어진 계획과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보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그는 개발협력 실천가들이 더 탐색하고 배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실천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뿐 아니라 자기와는 다른, 특히 자신보다는 대체로 더 취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하거나, 상당히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하는 사람들도 참고할만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1가지 제안 중 몇 가지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지만, 몇 개만 빼놓고 소개하긴 좀 그래서 전체를 다 소개하되, 몇몇은 그냥 원문을 옮겼고, 흥미롭거나 공감되는 제안은 조금 더 깊이 다루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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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여정을 떠나는 노마드를 위한 21가지 팁 Twenty-one tips for nomads on learning journeys


Chambers, Robert. Into the Unknown: Explorations in Development Practice. Practical Action Publishing, 2014. 79-82쪽


1. 권력 내려놓기 Disempower yourself


로버트 채임버스는 권력이 배움을 방해하고 왜곡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비판적인 의견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을 가진 이들이 듣고 싶어 할 만한 말들을 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자기도 돈을 쥔 사람들, 소속 단체 내 상사들에 비하면 권력과 권한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시민들의 눈에 사업을 굴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현장 활동가이고, 실제로도 사업의 구석구석에서 시민들에게 가닿는 결정을 하는 것은 현장 활동가이기에 현장의 시민들에 비하면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권력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항상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권력은 단순히 자원에 대한 결정권뿐 아니라, 연령이나 성별 같은 요소에 따라붙는 사회적 인정이나 존경에 의해 형성되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남성 교수들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해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권력이 배움을 방해한다는 것의 의미가 좀 더 잘 와닿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채임버스는 다른 이들로부터 듣고 배우기 위해 권력을 내려놓는 방법으로 의도된 침묵을 제안한다. 주로 권력을 가지고 상황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침묵을 통해 다른 이들이 생각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들의 권력을 키울(임파워먼트) 수 있다고 보았다. 심지어는 자신의 필요성까지도 내려놓고 그 자리를 비움으로써 비판적인 의견을 듣고 현지 시민들의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자신의 마음가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Reflect critically on your mindset


우리의 세계관은 인생 경험, 전공 및 전문 분야와 관련된 훈련(교육), 개념, 단어,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 등에 의해 형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은 우리가 활동을 하고 일을 할 때의 시각과 태도,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채임버스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길 권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은 무엇인가요?

그 단어들은 당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나요?

그런 점은 좋은 것인가요? 그것이 중요한가요?

나아지도록 노력할 점은 없을까요?


질문이 좀 추상적이라 채임버스의 의도를 잘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질문을 통해 자기의 위치와 시각, 편향(편애)을 생각해 볼 수 있고, 나아가 어떤 것들을 더 살피고 배워나가야 할지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국제개발협력 혹은 관련된 공부와 관련해 요즘 가장 좋아하는 단어, 관심 있게 보는 단어는 상상, 권력, 사람, 연결 같은 단어들인데, 이 단어들은 내가 국제개발협력을 사람과 상상이 연결되는 장으로 이해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비판적으로 고민하며, 평등하고 보다 더 인간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향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북반구 출신의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연구자로 끊임없이 의식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선진국은 좋고 후진국은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세계관과 모두가 같은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는 상상을 깨는데도 필요하고, 그래서 중요한 고민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렇게 권력 구조에 집중을 하다 보면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놓치기도 하고, 마치 남반구 사람들은 항상 옳거나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상화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특정한 '발전'이라는 것을 비판하느라 사람들의 일상 속 욕구와 바람을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또 다른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사람들의 일상과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점들이 많다. 남반구 시민들이 '발전'을 두고 어떤 저항과 공모, 협상을 하는지, '발전'이라는 것이 더 많이, 더 크게를 지향하는 상상으로 모두 수렴되는 것 같은 와중에도 각자에게는 어떻게 다른 의미로 가닿고 표출되는지를 꼼꼼히 살피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바꾸려는 노력에서도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3. 성찰적 일기 쓰기 Keep a reflective diary

채임버스는 여러 방법론에 대한 지침서를 포함해 국제개발협력 실천에 관한 글을 많이 쓰는데, 정말 세심하고 실용적이다. 그렇게 그가 현장에서 경험하고 고민될만한 점들을 잘 풀어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경험을 늘 잘 기록해 두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여러 글에서 제시한 사례에는 어떤 상황에서 그가 했던 고민뿐 아니라, 그 상황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와 입장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러 글에서 그는 자신의 실패와 한계를 자세히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말하는 성찰적 일기 쓰기는 자신의 실패와 한계, 그리고 상황을 둘러싼 구조와 관계를 함께 고민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인 것 같다.



4. "아하!"에 유의하기 Be alert to ahhas!

채임버스는 일상을 탐험처럼 여기며 관찰하고 발견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아하!"라고 느끼는 순간들은 대단할 필요도 없고, 그것이 언제나 인생을 바꿀만한 것도 아니지만, 즐거움과 배움의 원천이 되고 다른 이들과 나눌만한 좋은 것이 된다고 말했다.



5. 새로운 것 해보기 Do Something New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세요. 새로운 장소에 가보거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거나, 새로운 이야기나 기사를 읽어보거나, 새로운 영상을 보거나, 새로운 노래를 연주해 보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거나, 새로운 농담을 익히거나, 새로운 게임을 해보거나, 새로운 생각을 음미해 보세요. 그리고 하루를 마칠 때 오늘의 새로운 경험은 무엇이 이었는지 자문해 보세요. 무엇을 탐험하고 발견했나요?"



6. 자주 반복하는 것들을 의심하기 Suspect anything you often repeat

채임버스는 자주 반복하는 것이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대중 앞에서, 예를 들어 연설이나 강의, 워크숍에서 말하고 그것에 대해 반박을 받지 않는다면, 그 내용은 당신의 신념 체계에 내면화된다.

예를 들어서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의 경험, 어떤 현장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한다고 할 때, 처음에는 기억이 더 생생하기 때문에 복잡한 맥락이나 상호작용을 의식하면서 덜 단정적인 표현을 쓰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억이 흐려지기도 하고, 듣는 사람들이 혹시 지루해하거나 더 명쾌한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한다는 압박감에 더 단정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나아가 그것이 내가 그 경험을 기억하고 믿는 방식으로 굳어져갈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 이는 이야기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제안서 같은 것을 쓰다 보면 특정한 틀과 형식, 표현에 익숙해지곤 하는데, 이럴 때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지기보다는 경계하고 의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7. 뒤집어보고 거꾸로보고 반대로 보기 Turn things upside down, inside out, back to front

이것이 독창성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입니다. 막대기의 반대쪽 끝을 잡으세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세요. 물구나무를 서보세요. 뒤집기의 즐거움을 만끽하세요. 아래로부터, 바깥으로부터, 위로부터, 안쪽에서, 바깥쪽에서 관습에 도전하세요.



8. 잘 듣기 Working on your listening

그는 '안 듣기'라는 잘못이 만연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활력이 넘치고, 의욕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일수록 '안 듣기'는 더 치명적인 잘못이 된다. 채임버스는 이렇게 남의 말을 잘 안 듣지만 의욕적인 사람들을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는"(80쪽) 사람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듣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한정된 시간 속에 내 이야길 많이 하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들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특히나 다른 이들의 삶과 내가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사회를 변화하는 일에 관여한다면,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9. 만약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린다면, 정확히 계획한 대로 하고 있다면, 걱정하라 If you end up where you planned to be, doing exactly what you planned, worry

물론 계획한 대로 일(사업)이 풀려서 계획서에 맞는 결과가 나오면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입장에서는 충분히 만족하고 자신의 활동이 정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곤란을 겪지는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획이 아무리 철저했다 하더라도 계획은 어떤 결과를 생산하는 공정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저항에 맞닥뜨리거나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채임버스는 계획대로 일이 풀린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언가를 놓쳤음을 의미하지는 않나요?

새로운 것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기회를 잡지 못한 게 아닐까요?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일이 잘 풀린다는 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사업에 관심이 없거나, 그 사업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치채지 못했거나, 혼자 너무 계획에 심취해 있을지도 모르니 잘 될 때 오히려 걱정하고, 사람들이 불평하고 비판할 때 더 기뻐하며 잘 들어야 하는 것 같다.



10. 당신이 '타자'로 보는 건 누구고 그들은 당신은 어떻게 보는지 묻기 Ask who you 'other' and how they see you

국제개발협력에서는 늘 '그들'이 상정된다. 다른 사람들을 '걔네'라며 비하하는 의도에서의 타자화도 일어나고, 특정한 성격을 부각해 사람들을 '그들'로 뭉뚱그리는 타자화도 일어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는 맥락의 타자화도 일어난다. 채임버스는 다원성이나 상호존중을 지향하는 관계에서도 타자화는 늘 일어난다며, 다만 그렇다면, 자신은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타자화되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이해와 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11. 협상하고, 분석하고, 당신이 전략적으로 행동할 공간을 최대화하기 Negotiate, analyse and maximize your room for manoeuvre

국제개발협력 현장 활동가들을 때때로 프로젝트 문서와 운영 구조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채임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해 볼 수 있는 공간,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탐색할 공간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할 것을 권한다. 현장에서나 사무국에서나 실무자들이 시도하고 탐색할 공간은 존재한다.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를 조금 더 신경 써서 구하고 더 많이 소통한다거나, 행사를 열 때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는지 장소나 시간의 접근성이나 발언권을 챙긴다거나, 모니터링이나 평가를 할 때 지표가 달성되었더라도 이것이 다른 불평등을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식으로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물론 일에 치이다 보면 이런 것들을 놓칠 때가 많지만, 돌이켜보면 나에게 큰 의미와 보람으로 남는 일들은 이런 작은 시도에서 이어진 것들이 많은 것 같다.



12. 계획하지 않은 경험을 위한 시간을 빼놓기 Plan time for unplanned experiences

채임버스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출장을 갈 때 하루나 이틀 정도는 계획 없이 비워두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아마 그런 시간을 활용해서 갑자기 받은 초대를 받아들이거나, 새로 발견한 사실을 추적하거나, 혹은 그저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배우는 기회로 사용했을 것이다.



13. 비슷한 배움의 여정을 걷고 있는 이들과 공모하고 협력하기 Co-conspire and collaborate with others on parallel learning journeys

당신은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이단자와 소수자, 탐색자와 탐험가들은 언제나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가까이 두고 있고, 서로를 발견했을 때 연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14. 다른 일을 하고, 일을 다르게 하기 Do different things, and do things differently

당신의 활동과 경험을 다양화하세요. 지나치게 비싸거나, 위험하거나, 시간을 많이 먹거나, 다른 이들에게 해롭거나 혹은 다른 측면에서 나쁜 것이 아니라면 고민될 때 더 모험적인 것을 하세요.



15. 사건과 이야기, 농담을 소중히 하기 Treasure incidents, stories and jokes

웃긴 일이 일어날 때 주목하세요. 그리고 종종 일이 더 심각할수록, 더 망했을수록, 가족이나 동료, 친구들에게 말할 때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떠올려보세요. 농담을 기억해 두세요.



16. 분야나 전공을 넘나들기 Transgress disciplinary boundaries

자신감을 갖고 넘나 드세요. 당신의 관점과 (천진난만한) 질문이 다른 이들과, 특정한 분야와 전공에 깊이 특화되어 되려 좁은 시야를 갖게 된 이들과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17. 돌아다니기 Wander Around

스스로를 개발 노마드(development nomad)라고 부르는 채임버스는 '돌아다니기'를 정말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의 '돌아다니기'는 모니터링 같은 목적을 가진 돌아다니기나 특정한 전문 분야에서 봐야 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돌아다니기도 아닌 그저 호기심을 따라다니는 돌아다니기이다. 출장을 가거나 현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일을 하다 보면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거나, 그저 만나야 할 사람들이나 봐야 할 장소들만 보게 되는데, 그는 꼭 시간을 내서라도 그런 계획에서 벗어나 돌아다녀보기를 강조한다. 출장을 갔다면 아침 식사 전에 동네 산책을 하는 식으로라도 말이다.


개인적으론 이 돌아다니기가 가장 인상 깊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제안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탄자니아와 르완다에서 일할 때, 그리고 다른 나라로 출장을 갔을 때, 일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배운 것들이 많았다. 특히 인턴으로 파견 갔던 탄자니아에서는 4~5시쯤 퇴근하면 동네를 쏘다니는 게 일이었는데, 그렇게 길에서 보고 듣고,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면서 발견하고 배우고 생각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 덕에 일상이 곧 탐험이고 여행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풍성하고 즐거웠다.


이런 그저 돌아다니기는 여행을 갔을 때도 좋은 경험이 되곤 하는 것 같다. 특별한 목적을 가진 게 아니다 보니 시선을 여기저기 두게 되고, 궁금한 게 생기면 거기에 시간과 관심을 쏟을 수도 있다. 가족여행을 갔을 때, 아침잠이 많은 내가 일어나기 전에 산책을 다녀오신 부모님이 들려주시는 동네 풍경과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부모님이 아침 산책을 하면서 골목의 작은 풍경, 빛의 색깔, 동네 사람들의 일상 등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그저 돌아다니셨기 때문일 것이다.



18. 간극과 연결을 찾기 Look for gaps and connections

지식이나 경험에서의 간극을 찾고, 무시되거나 특이한 연결을 찾으세요.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을 찾아 탐험하세요.



19. 인지적인 편견을 인정하고 상쇄하기 Recognize and offset cognitive biases

태도에는 편견들이 있습니다. 어떤 편향은 사고방식에 스며들어 있고, 어떤 편향은 선호하거나 습관화된 언어와 활동 속에 내재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더욱 강화됩니다. 또 어떤 편향은 부분적인데, 농촌 개발 관광에서 드러나는 편향*처럼 이들은 비교적 쉽게 인식하고 상쇄할 수 있는 것들일 수 있다.

* 농촌 개발 관광(Rural development tourism): 채임버스는 개발을 기획하고 의사결정하는 이들이 빈곤이나 농촌과 같은 주변부의 삶을 배우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농촌 개발을 위해 농촌을 방문하는 이들의 편향이며, 이를 '관광'에 비유했다. 그는 농촌 개발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이들이 농촌에 방문할 때 도시나 공항으로부터의 거리, 도로 상태가 편리한 지역을 방문하고, 방문했을 때 엘리트, 남성, 건강한 사람, 사업을 받아들이는 사람 등 특정한 사람들을 주로 만나고, 주로 건기를 선호하며, 그들 혹은 사업적으로 직접 관련된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 등의 편향에 갇혀있다며, 그로 인해 편향된 지식과 경험, 결정이 나온다고 보았다.



20. 자유롭게 해 보고 즐기기 Play around and enjoy

이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특히 자신을 말이죠. 제가 드리는 이 모든 조언들도 사실 저 자신은 그렇게 잘 지키지 않지만, 그냥 한두 꼬집의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가볍게 들어주세요. 무엇이든 시도해 본다면, 재미있는 일로 만들어 보세요. 안될 거 있나요? 당신을 막는 게 있나요? 즐기세요!



21. 자신만의 21가지 목록 만들기 Make your own list of 21

앞서 말한 20가지 제안에 얽매이지 마세요. 그것들에 이의를 제기하세요. 덧붙이세요. 자신만의 21가지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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