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능원

by 윤사과

그와 그녀는 오늘 여행을 떠난다.


대릉원을 지나는 길에 그가 말한다.

“너 나를 위해서 저런 무덤을 만들어줄 수 있어?”


그의 시답지 않은 소리에 그녀는 웃기만 한다.

왕릉의 주인은 대개 왕인데,

필부인 주제에 왕릉에 거처하려고 하다니.


그가 다시 말한다.

“살아서는 별볼일 없는 사내였으니까,

죽어서는 좀 대단해지고 싶어.”


그녀는 잠시 무덤들을 바라본다.

무덤 하나만 만들면 되겠구나.

수백 년쯤 지나면, 김필부를 왕으로 착각할지도.


그녀는 대릉원을 천천히 훑어보며

김필부의 무덤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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