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터 성숙해져야 한다.
U-20 축구대표팀이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실로 역사적인 업적이다. 아시아권의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것도 대단한 성적인데 온 대륙이 참가하는 FIFA 주관 대회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서 경기력이 부진했던 일부 선수들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1999년생, 한국 나이로 21살이다.
참 마음 아픈 일이다. 해당 선수들의 경기력이 아쉬웠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이 아니라 태도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비난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여서 대중이 되고 축구선수(이 글에서 축구선수들로 대표되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 연예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들은 이에 크게 타격을 입는다.
그들에게 우리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매우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오래되고 뚜렷한 생각이다.
1) 비난과 비판을 구별하라
2) 자신을 되돌아보라
3) 그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보라
4)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어린 사람들이다
1) 비난과 비판을 구별하라
우리가 모든 일에 침묵하여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비판과 품평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비난의 자유는 없다. 비난과 비판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비난 :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
*비판 :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경기력이 아쉬웠던(혹은 태도가 아쉬웠던) 선수에 대해 정상적인 비판을 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SNS에 찾아가 비인격적인 모욕과 욕설을 일삼는 일부 사람들의 비난 행태는 심히 문제가 된다. 그들은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어떠한 자격도 없으며 익명성 혹은 대면하지 않는 상황을 무기로 삼은 비난은 비겁한 행동이다. 그들에게 뛰어난 행위와 태도를 기대하기에 앞서 우리는 대중으로서의 성숙함을 길러야 한다.
비난과 비판을 구별하여야 한다. 사실 비난과 비판이 명확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고만 있는 것인지(비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인지(비판) 한 번쯤 돌이켜보자.
2) 자신을 되돌아보라
내가 해당 이슈를 이야기할 때 많이 하는 말은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완벽한가'라는 말이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일의 수행에 있어도 그렇고 도덕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 말이 완벽한 사람은 욕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자.
중요한 상황에서 내 일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수행해내지 못한 이유가 내 능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 태도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혹은 해당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실언 혹은 경솔한 행동을 했다.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우리한테도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그들이 공인 혹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처사일까.
3) 그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보라
그들에게 비난을 쏟을 때 어느 누군가는 별 생각이나 감정이 없었을 수도 있다. 습관적인 SNS 활동 혹은 댓글을 다는 행위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명의 의미 없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우리는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그들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이전에 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고 더욱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가 할 한마디는 우리와 같은 사람 수천 명 혹은 수만 명과 더해져 그들에게 전해질 확률이 높다. 수만 명이 동시에 나에게 비난을 퍼붓는 상황을 한 번이라도 상상해봤다면 우리는 결코 가볍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4)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어린 사람들이다
어린 나이로 어떠한 문제가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다만 감정을 가진 우리는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21살이면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갔을 나이이다. 어엿한 성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저 실력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인 20대 초반의 선수들에 불과하기도 하다. 국가대표 혹은 연령별 대표를 선발할 때 도덕성이 중요한 선발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도덕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대표 선수로 차출되었다고 엄청난 도덕성과 공인으로서의 모범적인 태도가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아직 어리다.
20대가 지난다고 해서 이러한 비난을 이길 수 있는 내공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는 어린 선수들을 조금 더 지켜줄 필요가 있다. 잘못된 행동이 있으면 명확히 짚어주되 그들을 품어주는 아량 또한 필요하다.
사실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감정에 호소한 글이기도 하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나라면 그 비난을 견딜 수 있을까', '우리의 비난에 그들은 어떻게 느낄까'.
우리 모두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대중이 성숙해진다면 대중 속의 선수들도 성숙해질 수 있다.
성숙의 출발점이 상대이기만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끝으로 많은 비난 속에 지쳤을 선수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음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