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채널을 어떻게.
나는 SNS를 매우 늦게 시작한 편이다. 모두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던 2017년에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했고 2018년이 되어서야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이 되어서야 몇 개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지금까지 총 5개)을 올리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위의 내 SNS 행보를 보면 나이가 의심스러울 수 있는데 참고로 나는 20대 중반이다. 내가 예전부터 SNS를 멀리 하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SNS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SNS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멀리하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미루어보아 SNS를 마냥 시간 낭비라고 보는 것은 그렇게 합당한 처사는 아닌 듯하다. SNS를 통해 잃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얻을 수 있는 부분도 많다.
그렇다면 SNS는 우리에게 무엇을 앗아가는지 혹은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지 더 나아가 이에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SNS를 논하기 이전에 SNS의 정의부터 한 번 짚을 필요가 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호적 관계망이나 교호적 관계를 구축해 주고 보여 주는 온라인 서비스 또는 플랫폼 (출처 : 위키피디아)
위의 정의만 봐서는 SNS의 정의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실 위 정의의 문제라기보다는 SNS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카카오톡만 해도 그렇다. 누군가는 카카오톡을 SNS로 여기지만 누군가는 카카오톡이 SMS(문자메시지)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카카오톡이 어디에 속하는가는 불명확하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2015년 기사이지만 SNS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SNS의 개념이 헷갈리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다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SNS는 콘텐츠를 생산, 공유해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서비스이다. 말하자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이다. (카카오톡은 콘텐츠의 생산, 공유가 메인이 아니기에 이 글에서는 SNS로 취급하지 않겠다.)
SNS의 장점(득) 1 - 네트워킹의 장으로써 기능한다
SNS의 장점(득) 2 - 트렌드와 인사이트
+ SNS의 장점(득) 3 - 퍼스널 브랜딩
SNS의 단점(실) 1 - 시간을 허비한다
SNS의 단점(실) 2 - 현실 감각이 무뎌진다
SNS의 장점(득) 1 - 네트워킹의 장으로써 기능한다
네트워킹은 크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만났던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러한 점에서 SNS는 매우 유용하다.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활동이 비슷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SNS가 없었다면 존재 조차 몰랐거나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도 못 했을 관계이다. SNS를 통해 다이렉트로 연락이 닿든 SNS에서 촉발된 오프라인을 통해 모임을 갖든 SNS가 네트워킹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또한 SNS는 이렇게 만난 사람들 혹은 이것과 무관하게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연락처를 교환하기에는 조금 무겁게 느껴질 때 SNS는 좋은 연결의 끈이 된다. (명함을 교환하는 대안이 있지만 명함 교환으로는 관계를 눈으로 파악할 수 없다.)
혹자는 무의미한 온라인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SNS 친구를 완성된 친구(결과)로 생각하기보다 친해질 사람(과정)으로 인식하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SNS가 없었으면 잊혔을 관계가 SNS로 인해 가까워질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만남을 오프라인으로 제한하는 것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은 폭이 완전히 다르다. 관계 속에서 한 번의 만남으로 한참을 정지하는 것과 대면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공유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SNS는 만남과 유지에 크게 기여한다.
SNS의 장점(득) 2 - 트렌드와 인사이트
논란의 여지없이 오늘날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SNS이다. 이전에는 TV나 신문 등을 통해 트렌드를 따라갈 수도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불가능하다. 트렌드가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방향적인 매체를 통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쌍방향적으로 소통하는 매체에서 대중의 성향이 드러나고 그 장이 바로 SNS가 되는 것이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지인을 곁에 둔다거나, 많이 사용되는 키워드, 콘텐츠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여 SNS를 하지 않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글로 배운 연애만으로는 한계가 있듯이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서는 트렌드의 중심에 서는 것에 한계가 따를 것이다.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따라가는 것이 모두에게 필수적인 덕목은 아니다. 하지만 트렌드에는 많은 인사이트들이 내재되어 있고 이러한 통찰력은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만하다.
SNS는 대놓고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책을 통해 위인들의 생각을 배우고 간접 경험했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나 경험에 대한 유명인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그들과 소통도 가능하다.
사람 간의 우열의 가리기란 힘들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보다 나은(혹은 경험이 많거나 존경하는) 사람의 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과연 그보다 좋은 인사이트가 있을까.
+ SNS의 장점(득) 3 - 퍼스널 브랜딩
이제는 개인도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각자는 자신만의 크고 작은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영향력 있고 접근하기 쉬운 퍼스널 브랜딩 방법이 SNS이다.
자신이 올린 이미지와 텍스트는 남들에게 비치는 자신을 만들어간다. 수려한 외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고 뛰어난 필력 혹은 사진 실력으로 관심을 이끌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관심 속에 형성되는 모습이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딩은 결과로서 기능(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예시이다.)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관심의 정도와 무관하게 특색 있는 누군가가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자체로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한다.
혼자서는 브랜드가 아무 의미 없다. 사회 속에 비치는 모습이 브랜드이며, SNS는 사회 속에 가장 쉽고 영향력 있게 비치는 방법이다.
SNS의 단점(실) 1 - 시간을 허비한다
단연 SNS의 가장 큰 위험성이다. 모든 사람이 SNS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유익하고 해로운 콘텐츠를 선별하여 소비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또한 자극적이고 재밌는 콘텐츠 속에서 의식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매우 힘든 일이다.
어느 순간 휴대폰을 켜면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부터 들어가고 눈 뜨자마자, 눈 감기 직전까지도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내가 그랬고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하다. 너무 매력적으로 보이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거기에 매몰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고 대개의 경우 이를 다시 되돌리는 데에는 훨씬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SNS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하루에 SNS에 소비하는 시간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졌다면 이는 문제 상황일 수 있다. 이용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다면 더 큰 위험에 처했을 확률이 높다.
SNS의 단점(실) 2 - 현실 감각이 무뎌진다
SNS가 현실을 반영한다고는 하나 겉으로 드러나는 SNS의 모습은 그렇게 현실적이지는 않다. 모두가 잘 살고 잘 먹고 잘 여행하는 때로는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그러한 모습이 현실을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때로는 왜곡되기도 한다.) 현실의 명과 암을 균형 있게 비춰주지는 못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때로는 열등감이나 회의감 더 나아가서는 좌절감을 느낀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현실감을 잃고 허상 속의 이상만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앞에서 느낀 감정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세상의 일부분을 전부로 여기고 느낀 감정들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우리는 SNS 속의 모습이 현실을 반영하지만 내 눈 앞의 현실과는 또 다른 공간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주체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살펴봤듯이 SNS는 장점도 단점도 명확한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검을 쥐느냐(어떤 SNS 채널을 선택하느냐) 어떻게 쥐느냐(어떻게 SNS 채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무기가 되기도 하며 나를 상처 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별력 있는 태도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게끔 둬서는 안 된다. 모두에게 장점과 단점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내가 정의한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무엇을 얻고 싶은지 무엇을 잃기 싫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러한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SNS 채널을 결정할 수도 있고 사용 시간을 통제하기도 하며 아예 사용 유무를 결정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다. SNS에 빠진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SNS 속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분별력 없는 SNS 이용은 SNS 속의 내가 원하던 모습에 가까워지는데 힘이 되어주지 못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