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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kret Jun 20. 2019

제목이 '제 몫'을 하려면

제목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제목이 '제 몫’을 하려면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참신하지 않은 제목이다. 임팩트 있는 제목을 고심했지만 내 글의 톤을 고려하니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으로 끝내기', '제목의 정석', '제목이 반이다' 등의 옵션이 있었으나 가장 담백한 지금의 제목을 택했다. 이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꾸준히 글을 쓰는데 의미를 두고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사람 욕심은 참 간사하게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내 글을 많이 읽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제목이었다.


매번 나의 글이 그러하듯 오늘도 주관적인 생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고려하지 않은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내가 제목을 잘 짓는다는 말은 아니다. 이 정도 했으니 이제 내가 생각하는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제목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게는 '제목'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크게 2가지가 있다.


1. 책은 도끼다(책)

2. 끝까지 간다(영화)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칭찬으로 들릴지 욕으로 들릴지 잘 모르겠다.)


1은 제목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반면 내용은 내게 크게 울리지 않았다.)

2는 제목의 아쉬움이 너무 컸다.(내용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다음은 두 작품과 관련하여 지인에게 들었던 코멘트들이고 이는 내게 영향을 미쳤다.

1의 경우에 군대에서 선임이 "제목은 이렇게 지어야 해. 읽어보면 뭐 없는데 얼마나 읽고 싶어"라고 말했고

2의 경우 친한 형이 "이 영화는 제목 때문에 빛을 못 본 케이스야. 제목만 잘 지었으면 훨씬 대성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혹은 평가)은 개인차가 크기에 앞의 말의 객관성(내용이 정말로 그러하였는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여기서는 제목과 관련하여서만 이야기하려 한다. 내가 정의하는 제목의 중요한 요소들을 정리하며 두 작품 제목의 임팩트에 대해 살펴보겠다.




제목은


1) 우선 내용을 품은 후킹이 중요하고

2) 무슨 내용인지 대략적인 감은 와야 한다

3) 하지만 궁금해야 한다

4) 그리고 구체적이면 더 좋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동시에)


1) 우선 내용을 품은 후킹이 중요하고


당연한 이야기다. 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한다. 눈에 띄게 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단어를 통한 후킹(파격, 충격), 언어유희를 통한 후킹(제목이 '제 몫'을 하려면. 부디 후킹이 되었길.), 이질적인 단어 조합의 후킹(책은 도끼다). 의문문의 후킹(유튜브 CEO는 왜 박막례 할머니를 만났을까?), 방법론(정답론에 가깝다.)을 제시하는 후킹 등이 있다.


앞서 말한 방법들을 총동원하면 어느 정도는 관심을 끌 수 있다. 나의 오늘 글도 '유시민 작가님이 극찬한 제목', '인싸들의 제목 짓기', '제목, 이렇게만 따라 하면 베스트셀러가 된다' 등으로 했다면 조금 더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누군가 지금의 제목이 더 괜찮다고 반박한다면 감사히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내용이 제목을 품고 있지 못하면 제목을 보고 들어 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후킹을 하되 내용이 포용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한다.


그렇게 제목은 내용과도 이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목으로 후킹을 하려면 우선 내용이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본질은 내용이라는 점이며 내용이 뒷받침될 때 후킹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2) 무슨 내용인지 대략적인 감은 와야 한다


제목과 내용은 다른 작품이 아니다. 한 작품 안에 제목과 내용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목을 봤는데도 내용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는 따로 노는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무의식 중에 내용을 예상하게 된다. 이 경우 1) 제목을 보고 내용을 비슷하게 예상한 경우, 2) 제목을 보고도 아무런 예상을 하지 못한 경우, 3) 제목을 보고 내용을 반대로 예상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내용이 동일할 때 제목과 내용의 조합에서 느끼는 만족도는 1) 제목을 보고 내용을 비슷하게 예상한 경우가 가장 높을 것이다. 내용이 메인 타깃으로 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고 이에 따라 기대에 부응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3) 제목을 보고 내용을 반대로 예상한 경우도 기대를 뒤엎거나 혹은 낮은 기대로 접하기에 높은 만족도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메인 타깃을 놓칠 위험이 따른다. (의도적으로 반대 타깃을 공략한 것이라면 3도 좋은 방법론이다.)


3) 하지만 궁금해야 한다

 

제목에서 내용에 대한 감이 와야 하지만 다 알려줘서는 안 된다. 스코어를 알고 보는 스포츠가 재미없듯이 제목을 보고 모든 내용이 예측 가능하면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제목은 길잡이 역할을 하되 신비로운 존재여야 한다. 1)의 후킹을 하는 방법에서 의문문이 관심을 끄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제목(두 번째 조건에 위배된다.) 일 수도 있고 예상은 가지만 세부 내용이 궁금할 수도 있다. 구체성에 대한 조절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친숙함과 낯섦, 공개와 은폐 사이의 간극을 교묘하게 공략할 때 훌륭한 제목이 나온다. 무엇보다 너무 친숙하거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경우에 사람들은 흥미를 잃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 그리고 구체적이면 더 좋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동시에)


궁금증을 자극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구체적일수록 좋은 제목이다. 신박사님의 글을 보면 '오래 인정받는 5가지', '애매한 30대에게 추천하는 22가지 이야기', '100만 뷰를 달성한 3가지'처럼 방법론의 구체적인 개수까지 제시한다. 이러한 구체성은 궁금증에 더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앞의 신박사님의 글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실제로 내용이 어떠한지는 모른다.)


'독도에 관하여'라는 제목보다는 더 구체적인 '독도에 관한 3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이 더 매력적이다. 3가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3가지라는 구체성이 우리에게 3가지를 예상해보게 하는 동시에 3가지에 대해 얻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많은 3가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제목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깊은 곳을 공략하고 더 많은 감정(호기심과 얻고자 하는 욕구)을 유발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일 때 이 공략은 더욱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제목에 관한 생각을 바탕으로 할 때 '책은 도끼다'는 참 좋은 제목이다. 책과 도끼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사용해서 적절하게 후킹에 성공했다. 또한 책의 임팩트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하는 대략적인 감과 더불어 도대체 도끼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호기심까지 자극했다.


이에 반해 '끝까지 간다'는 그렇게 좋은 제목이 아닌 듯하다. 끝이 의미하는 자극적인 요소에서 어느 정도의 후킹은 되었다. 제목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기에 호기심도 자극되기는 한다. 다만 작품의 소재 혹은 내용을 예상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 너무 포괄적인 의미여서 더욱 그렇다.


사실 책과 영화는 매체가 다르기에 앞의 두 사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영화들의 제목만 봐도 제목만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는 영화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내용을 알기 이전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한정적인 소재(작가 혹은 감독, 출판사 혹은 제작사, 줄거리 혹은 출연진 등)에서 제목은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흥행하고 있는 영화 기생충은 그렇게 좋은 제목은 아닌 듯하다.(나는 한참을 기생충이 나오는 영화로 예상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4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제목을 짓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어떤 외국 배우가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을 묘사한 것이 떠오른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것을 찾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제목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지만 제목을 보고 드는 생각은 이성의 영역인 동시에 감정의 영역이라 정답론을 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제목을 지을 때 위의 4가지를 한 번쯤은 고려하여야 한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제목을 지을지를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제목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내용이라는 본질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이 글이 나처럼 제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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