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유튜브, 텍스트와 영상.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은 물론이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에 유튜브가 빠지지 않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14년만 해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생소한 직업이었거나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유튜브로 돈을 벌고 유튜브로 검색을 할 것이라고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다. 2019년 현재 억대 연봉을 받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소속사인 MCN이 등장했고, 일상을 영상으로 전달하는 브이로그, 브이로그를 쉽게 해주는 다양한 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튜브는 많은 이들에게 재미, 흥미, 놀이로 인식된다. (유익하고 학습적인 유튜브 콘텐츠도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콘텐츠가 재미에 초점이 맞춰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반대편(책이 유튜브의 반대편에 있다는 의미는 매체의 유익함을 인식하는 보편적인 관점에 기인했을 뿐, 절대적인 관점이 아니다)의 책은 어떨까? 유튜브에 반해 책에 대한 수요는 큰 변화가 없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이동은 눈에 띄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 1년에 읽는 책의 수 등은 크게 달라짐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저조한 독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갖는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 'TV 그만 보고 책 좀 읽어' 등 독서를 진리처럼 여기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그렇다. 문제의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책은 무조건 옳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군대에서는 약 300권의 책을 읽었고 지금도 2개의 독서 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많이 읽으려 하고 책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의 어느 글을 읽고 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매체는 의미 없다. 메시지가 중요한 거지
본질을 관통한 말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이다. 메시지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고 더 나아가 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전에도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경험, 음악, 영화 등)이 있음에도 이들과는 별개로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힘이 강렬했던 이유는 텍스트의 강력함 때문이었다. 불가피하게 우리는 많은 텍스트 속에 살아간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고 이러한 기본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능력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현재도 유의미하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사실이 있다. 이제 세상은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으로 지배받고 있다. 영상은 이제 단순히 흥미만을 내세우는 매체가 아니다. 학습 매체이며, 정보 전달 매체이며 기록의 매체이다. 텍스트의 많은 것을 대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텍스트의 힘을 삼켜버리고 있다. 이전에는 텍스트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영상이 텍스트의 위치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텍스트와 영상의 깊이가 같을 수 없다는 말로 반박한다. 일부 맞는 이야기다. 텍스트는 깊이를 가지고 상상력과 이해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영상은 매우 사실적이며 직관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대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능력보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능력이 더 우선시 된다면 앞서 말한 깊이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뛰어난 혜안과 고급스러운 필력으로 텍스트를 써내는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더 직접적이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라면 '깊이'라는 가치는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텍스트보다 영상이 더 가치 있는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와 영상의 본질은 메시지이다. 시대의 성향과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더 부합하는 메시지 전달 방법이 영상이 될 수도 있고, 이를 위한 습득이 더 유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책의 유익함을 선호한다. 나의 경우 유튜브를 이용할 때면 무분별한 영상, 자극적인 영상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아 아직은 영상을 분별력 있게 선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극적인 영상에 집중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14년에 지금의 2019년을 예상하지 못했듯 우리는 또 예상하지 못한 2023년을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2030년에 나는 내 아이에게 '책 그만 보고 유튜브 좀 봐'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