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함께 한 우울감은
시나브로 내 안의 여러 부분에 스며들어
(세상에 넘치는) 보고 듣고 맛봐야 하는 것들의 섭취를 판단하는 취향의 기준이 되었다.
좀 다크한데? 너무 마이너한 감성 아냐?
라는 타인의 평을 받을때면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기에 바쁘지만.
사실 나는 이런 내 취향이 썩 맘에 든다.
한 때는
우울함이란.
거세해야만 하는 감정이라는 세상의 평가에 겁먹고,
제발 내게서 떨어져 나가기를 기도하며 서슬 퍼렇게 저주하기도 하였지만
결국에는
늘 찾는 편한 옷처럼, 꾸미지 않은 가장 나다운 부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간절하게 애정 하다 치열하게 애증 하기를 반복하던 지리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어느덧. 아니 드디어
우리 사이에
톱톱한 정(情)이 쌓였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