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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y 25. 2024

탐볼라, 빙고 게임 (Tambola)

우리들의 월례 감사모임

이번 5월의 감사 모임은 탐볼라 게임을 한다고 볼펜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탐볼라 게임이라... 우리에겐 빙고게임이라고 하면 더 쉽게 와닿을 것 같다. 주로 인도 여인네들이 매달하는 계모임?(키티파티라 함) 할 적에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었는데 바로 탐볼라 게임하는 것이다.

이십 몇년전 델리로 처음 와서 아난드니케탄에 입성하였는데, 동네 사람들이 참 친절했었다.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만 하는 사이인 앞쪽 이웃이 큰 아들을 생일 파티에 초대하였고 나도 오라고 하였다.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가보았더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고 어른들은 모여서 뭔가 게임을 한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숫자가 적혀진 종이쪽지를 나눠주고 연필도 나눠주었다. 숫자를 뭐라뭐라 말하면 지워나가는 식으로 한칸 모두 지우면 손을 들어서 작은 선물을 받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때도 아마 빨리 없애서 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주최자인 인두Indu에게 간식으로 뭘 사서 가져갈까 했더니 그냥 오란다... 이십여명이 넘게 모이는 자리라서 많이들 준비해서 온다고 한다. 뭘 할까 하다가 포카리 스웨트를 2리터 슬러쉬로 만들어 갔다.


게임 주최자인 아니타는 매번 좀 늦게 나타난다. 그래서 일찍온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 모한 아저씨께 인생에서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Love Yourself)이라고 하셨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였고 도사처럼 생활하는 푸닛트는  physical - mental -emotional - spiritual 4단계 얘기를 했는데 중간에 내 옆에 앉은 푸닛트 부인과 얘기하느라 자세한 것은 잊어버렸다. 하여튼 그는 생김새 만큼 도사처럼 말하고 웃는다. 이번에도 힘있는 몇사람들이 바산트 비하르에 비영리 학교및 병원을 세워서 개소식을 크게 한 모양이었다. 축하축하 해주었다.

덧붙여 어떤 이는 세상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일상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해야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매달리면 만족감도 떨어지고 스트레스만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곧이어 게임의 여왕이 도착했고 우리는 탐볼라 게임을 시작하였다.

종이 한장씩을 나눠주고 돈을 100루피씩 걷었다. 두개의 티켓이 있었는데 각각 15개의 숫자가 적혀있다. 여러 규칙들을 얘기해주는데 처음 5개를 없애는 것 100루피, 라인 없애는 것 100루피,  한 티켓 전부 없애는 것 200루피... 뭐 그런식으로 규칙을 말해주었고 두사람이 진행자가 되어 숫자를 얘기하는데 아주 맛깔나게 잘하는 것이었다. 단순 숫자만 얘기하는 것이 아닌 우스개나 재미를 섞어서 숫자를 말하니 잘 안들으면 놓치기 쉬웠다. 오죽하면 한사람이 우리 전부 시니어니까 감안해서 천천히 얘기해 달라고 했을까?ㅎ


누가 5개 숫자를 제일 먼저 맞췄다고 손을 들었었는데 사실 나는 그전에 다 맞췄는데 게임의 요령을 잘 몰라서 가만 있었던 것! 옆사람들이 도와줘서 둘이 같이 받는 것으로 했고... 또 다시 맞췄다고 모두 150루피를 받았다.ㅎㅎㅎ


백만장자 이웃들이 100루피가 없어서 지갑을 열고 닫으며 잔돈 찾는 진지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재미있었고 모임의 주최자 인두는 100루피 다발을 한아름 가져와 바꿔주었다.ㅎ


게임의 묘미는 모든 것을 다 잊고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아무 잡념없이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은 요가.명상에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4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라 그런지 스무명 넘게 참석하기로 했는데 몇 분들이 참석치 않았다. 잠시 왔다가 간 사람도 있고 이제는 못보면 안부가 궁금하고 만나면 반갑다. 2년전 첫 모임에 갔을 적에 낯설고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게임에 몰두하니까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마치고 현금 수여시간이 끝나니 조촐한 간식과 그리고 생일 기념하는 시간이 왔다. 함께 사진찍으면서 웃고 떠들고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날 첨으로 만난 푸남에 대해서 기록하고자 한다. 입구가 소란하니 서너명이 뛰어가서 같이 들어왔는데 활짝핀 얼굴에 의족을 하고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내 곁에 앉아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고 그녀의 예전 사진들도 보여주면서 인생을 즐기라는 말씀을 계속 하였다. 내나이 또래정도 였는데 몇년전에 다리에 의족을 하였다고...

살사 댄서로 등산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십수년전 모습들을 담은 사진 몇장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여행과 수영등 운동을 즐기신다고 하며 의사가 침대에 붙잡아놓더라도 자신은 뛰쳐나가서 하고픈 것 하다가 죽을거다... 자신의 장례식에도 춤,노래 크게 틀어놓고 잔치 벌이라고 가족들에게 당부한다고 하였다.


양쪽 목발짚고 걷더라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당차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살아있는 교훈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Fun이에요. 하고픈거 맘껏 즐기세요."

이 분의 화양연화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젊게 사는 비결은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고 죽음에도 연연하지 않으면서 오늘을 사는 낙천적인 성격과 거침없는 쾌활함에서 비롯된다.


그나저나 당뇨가 있다고 요즘 커피와 짜이도 설탕을 안넣어먹는 남편이 단 음식과 스넥으로 저녁을 대신했는데 어찌할까나...ㅎㅎㅎ

유쾌한 그녀! 발랄한 그녀! 멋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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