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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Aug 24. 2024

케랄라 생활

Noolukettu, Naming Ceremony

티루바난타푸람에 도착한 지 일주일째, 여전히 호텔생활 중.


보통 때면 호캉스라고 좋아하면서 준비하고 이것저것 호사를 누려가면서 즐기곤 했을 호텔 생활이 하루, 이틀을 지나다 보니 생활이 되고 얼른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텔 베란다로 보이는 새벽 풍광과 비 오는 모습, 석양의 멋진 모습도 한두 번이면 족하지 매일 보이니 시큰둥하다...


왜냐면 집이 아직도 결정이 안 났고 이삿짐은 어디에 있는지 오리무중... 계속 몇만 루피를 더 달라면서 우리 짐을 갖고 시소하고 있는 중...


어제 모처럼 괜찮은 집들을 셋 보았고 그중 한 곳과 계약서를 만들고 있다고 알고 있다. 집주인이 독일에서 근무하는 젊은이인데 그런 아파트를 몇 채나 갖고 있다니 대단하다. 만나 본 느낌이 좋은 만큼 작지만 아담한 그곳에서 우리의 보금자리를 펴게 되기를 바란다.


요일 오전에 직원의 아들 큰 행사에 초대받아서 다녀왔다.

이름도 생소한 누울루케투(실을 묶어주다), 영어로 찾아보니 '네이밍 세레모니'라고 한다.

과거 25년 전 남편이 뱅갈로르에서 LG Soft 지사장이던 시절 초기, 회사 직원의 네이밍 세레모니에 초대받았는데 전혀 인도의 실정에 대해 몰랐던 우리는 행사가 끝나고 식사 자리에만 참석했는데 커다란 바나나 잎사귀에 수십 가지의 뭔가를 찔끔찔끔 주는 데에 놀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까지 다른 것들은 기억이 안나도 바나나 잎사귀에 놓인 여러 반찬? 들과 손으로 먹어야 했던 야릇한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템플에서 하는 행사에 처음부터 참석해서 잘 볼 수 있었다. 케이크를 사가고자 전날 호텔옆의 케이크점에 들렀는데 한, 두 시간 안에 먹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축하금으로 하기로 한 터. 그냥 나오기 뭐해서 사온 두 가지 케이크는 델리의 한국 빵집에서도 보기 힘든 아주 맛있는 케이크들이었다. 케랄라에서 제법 괜찮은 빵집을 발견!


목요일 새벽부터 준비하다가 7시 좀 넘어서 식당에 가서 간단하게 먹고 픽업을 기다렸다. 7시 반에 출발해서 한 시간가량 달렸고 코발람 비치도 지나고 타밀나두 주의 경계선도 지나서 템플에 도착했다. 우리를 초대한 그 직원은 매일같이 이곳 자기 집에서 공장으로 출근한다 싶으니 마음이 싸.. 하다. 그것도 오토바이로!


Kollemcode Shree Bhadhrakali Temple TamilNadu

구박사표. 우리는 비가 오기에 사원 사진은 못찍었다.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외국인이라고 못 들어오게 하는 그런 것도 없어 좋았다. 한 바퀴 돌면서 우리의 빠른 안정과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데 조속한 쾌유를 빌면서 가족 친지 친구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좀 있다가  모든 사람들이 한 켠으로 몰려가서 아가의 옷을 벗긴 다음 사두의 축복을 받는데 차가운 성수? 인가 뭔가를 뿌리자 아가가 잠시 엥-하다가 금세 침착함을 되찾아서 놀라웠다. 30여분 넘게 진행된 행사동안 안 울고 가만있는 아가를 보니 참 대견하였다.

친구친지들이 줄을서서 금팔찌와 금반지를 아가에게 끼워주고 있다. 인도인들에게 금이 많은 이유가 있다.

먼저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아버지가 아가의 배주위에 검은 끈을 묶어주고 팔목에도 고 배주위에 금줄을 채우고 그 이후로 할머니께서 금 목걸이를 걸어주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팔찌와 반지등을 계속 끼워 주었다. 엄마품에서 가만히 있는 아가가 참 대단하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처음 볼 텐데 울지도 않고 버둥대지도 않는 아가가 참 이뻤다.


물론 이마에 까만 점을 찍고 눈썹에도 까만 줄을 그려놓아서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했어도 참 귀여웠다.


우리를 데리고 온 남편 파트너인 아닐 형이 1시에 네팔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우린 아침을 먹지 않고 그대로 출발하였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국도가 막혀서 좀 고생하였고 또 공항에서 나오는 길에 타이어가 펑크 나서 고치느라 시간을 허비하였다.


요즘 나의 점심, 저녁은 호텔에서 시켜 먹는데 양도 많고 참 맛있어서 한번 시키면 두 번을 먹을 수 있어 좋다. 물론 주말에 룰루몰에 가서 고기와 과일을 많이 사 갖고 온터라 여러 가지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나름 머리를 쓰면서 생활하고 있다.


오늘 처음으로 아침 운동을 나섰다. 호텔 뒤로 무성한 코코넛 트리의 숲이 펼쳐진다. 그 뒤로 동네 한 바퀴...

며칠간 호텔 6층에서 내려 본 바로 동네 개들이 엄청 짖어서 용기를 못 냈는데 오늘은 두 마리 개가 꼬리까지 흔들면서 반긴다. 덕분에 30여 분간 케랄라의 동네 구경을 많이 했다.

이제부터 즐거운 날만 계속되기를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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