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상수첩, 일곱 번째 기록
사실 실력이 출중하거나 혹은 기가 막히게 재치가 있거나, 아니면 정말 쓰레기거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분야에서건 돋보이기란 쉽지 않다. 비단 탕수육계에서도 마찬가진데, 바야흐로 군웅할거의 시대에 탕수육계의 여포, 탕수육계의 항우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탕수육의 부족한 점을 상쇄할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면?
'아! 이 집, 기본은 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도, 비록 그게 '맛'은 아닐지라도 그 집이 가지는 지리적 특수성이라고나 할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주변에 아무 오갈 데도 없는데, 사막으로 치면 오아시스, 쌍봉낙타로 치면 혹, 알고 보니 지방이라는, 여하튼 아무것도 없을 때 고민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는 그런, '아! 그래도 이 집, 가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 있다면 정말이지 그곳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텐웬을 가게 된다. 텐웬은 정말이지 어쨌든 조금은 괜찮은 중국요리를 먹고 싶다면 주저 없이 발길을 옮기는 곳이다. 물론, 탕수육 하나만 놓고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근데 사실 오아시스도 마찬가지다. 오아시스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사막 속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데, 텐웬 역시 탕수육계의 볼모지 군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충분히 만족할만한 맛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창동은 왜 박하사탕을 낳아 놓고 또 오아시스를 낳았는가. 왜 내게 헷갈림을 주었는가. 누구인가. 누가 튀김 소리를 내었어.
깐풍기던가, 라조육이던가, 여튼 우리에겐 늘 은혜로운 닭 또는 돼지로 만든 요리렷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맛이라 볼 수 있는데, 살짝 달달하면서도 또 달달한 것 치고는 그렇게 점도가 높지는 않은 것이, 마치 태우듯 볶아낸 것 마냥 검은 향이 삭 감돌면서, 이맘때쯤 저 높지 않은 점도가 제 역할을 하며 캐스터네츠처럼 상악과 하악이 반복운동을 하는 데 만족할만한 저항감을 준다. 무슨 말이냐면, 적당히 바삭하면서도 소스가 잘 배어있다는 소리다. 다시 말하면, 맛있다.
군만두로 육망성을 만들어봤다. 왜 만들었는지는 묻지 말자. 그리고 보이는 것 이상의 맛도 기대하지 말자. 기대가 크면 그만큼의 실망에 가슴이 아픈 법.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슬퍼하지 않는다. 지금 흐르는 눈물은 고추가 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서비스는 예의상 남기는 게 예의. 예예예예예, 야야야야야, 예이예이예이야이야, 둥! 둥둥둥! 국물이 시원한 서비스 짬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