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인가, 종종 들르는 병원 1층 건물에 카페 공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늘 다니는 대로변 쪽이 아니라 후문 쪽인데, 가게 앞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볕이 좋은 날 바깥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오늘 병원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공사를 하던 카페가 생각났다. 집으로 곧장 들어가기도 아쉬우니, 디카페인이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커피 한잔해도 좋을 것 같았다.
후문 쪽으로 가서 겉에서 슬쩍 보니, 오픈을 한 모양이었다. 내부가 멋스럽게 꾸며져 있고, 빵도 꽤 많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손님이 아무도 없다. 주인으로 보이는 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음... 그냥 다니던 카페로 갈까... 하다가 디카페인이 없다고 하면 도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 앞에 서니 머리를 온통 노랗게 탈색한 젊은 사장님이 벌떡 일어선다. "어서 오세요~~!" 너무나 반가운 말투와 표정이어서 내가 다 고맙다. 밖에서 뒷모습만 보고 장사에 크게 뜻이 없으려나... 했는데. 웬걸, 큰 오해였다. 막 가게를 연 신참 사장님의 포부가 전해진다.
"디카페인도 있어요?"
"네!!!"
물어보기를 기다렸다는 듯한 대답. 오호~ 다행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소금빵 한 개를 주문하고, 책 읽기 좋아 보이는 널찍한 나무 테이블에 앉았다.
이윽고 나온 커피와 빵을 받아서 한 입씩 먹어보니 음~~ 맛있다. 커피를 좋아해도 디카페인밖에 먹을 수 없는 불면러인데... 이런 제대로 된 커피를 주시다니! 마음이 스르르 열렸다. 귀한 카페다.
(보통 카페에는 디카페인이 없는 경우도 많고, 있다고 해도 원두가 아니라 콜드브루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두가 있다고 해도 진한 흙탕물 맛일 때가 많다 ㅜㅜ )
젊은 사장님이 애쓰시는데, 도움이 되어야겠다 싶었다. 한가하고 멋스러운 동네 카페가 없어지면 안 되니까. 리뷰를 남기고 싶은 마음에 네이버 앱을 켰다.
워낙 귀찮러(?)라 평소에 리뷰나 댓글을 잘 남기지 않는데... 애정 하던 곳들이 문을 닫는 걸 몇 번 보아서 그런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손꾸락이 움직였다. 한 입 잘라먹어서 꽁지가 사라진 소금빵을 찍고, 끄적끄적 리뷰를 써서 올리니... 영수증 인증을 해야 리뷰가 공개된단다. 오, 처음 해봐서 몰랐다. 계산할 때 영수증을 안 받은 터라, 일어나서 다시 카운터로 갔다.
"저 리뷰 남기려고 하는데~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네요?? 제가 이런 걸 안 해봐서...^^;;;"
"아,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활짝 웃으며 영수증과 함께 커피 쿠폰을 한 장 주신다.
"아,아, 이런 거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닌데..."
"아 아니에요 받으세요^^"
오호~~감사해라... 뜻밖의 선물이다..
그럴 때가 있다. 나는 작은 성의를 보탠 것뿐인데, 상대가 그 마음을 크~~게 받아줄 때. 이럴 때는 마음이 붕 뜬다.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다. 나는 나름 큰마음을 낸 건데 상대에게선 별 반응이 없을 때. 이럴 때는 한없이 밉고 서운해지기도 한다. '내가 고맙다는 얘기 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칫칫' 이러면서... ㅎㅎ
오늘은 공짜 커피보다, 내 마음이 누군가에 전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욱 뜨끈해지는 날이다.
다행히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 빵과 커피를 사서 간다.
"감사합니다~~"
목청 좋은 사장님의 목소리가 카페에 퍼진다. 이 작은 가게가 오래오래 잘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