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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Nov 22. 2023

나이가 드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오랜만에 연말 모임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나이를 많이 먹긴 먹었나 보다. 그들은 나의 22년 지기이다. 친구 무리들 중에서는 꽤 늦게 관계를 맺은 축임에도… 무려 22 년. 41년을 살다 보니 인간관계도 기본 20년은 깔고 가는구나… 새삼스럽다. 더 오래 산 언니 오빠들이 들으면 41쯤은 큰 숫자도 아니라며 웃을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나이는 놀랍지 않을까. 21살이나, 41살이나, 61살이나, 81살이나. '아니, 내가 이렇게 나이가 많아?!!!'



최근에 개업을 한 친구의 치과 구경을 하고는 그가 예약해 둔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요일 저녁, 쌀쌀한 공기를 가르고 들어선 식당은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었다. 군데군데 놓인 크리스마스 장식과 노란 조명이 따스했다. 안내받은 자그마한 방에는, 빨간 체크무늬 식탁보가 드리워져 있었다. 아~ 연말 느낌 난다~~ 올해가 가는구나~~ 은은한 분위기에, 아이들을 떼어놓은 자유를 얹은 우아한 저녁을 마주할 생각에 두근거렸다.



새로운 소식, 아이들 공부 이야기, 다른 동기들의 근황… 와인을 곁들인 다섯 명의 수다는 종횡무진 넘나들었다. 음식 접시들이 들어왔다가 비워져 나가고, 또 들어오면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런 자리에서는 꼭 빠질 수 없는 주제.  흰머리와 뿌리 염색과, 보톡스와 주름 리프팅 이야기도 한 차례 지나갔다.



세월의 무게와 함께 주름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조금 서글프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세 달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도 얼굴을 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못 나오게 되었다거나, 일찍 들어가 봐야 해서 서둘러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도 꽤 많이 자라, 가장 큰 아이는 중학교를 바라보고 있으니, 한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다섯 명 모두 일을 하고 있으니, 금방 비워지는 접시들을 내보내고, 다른 메뉴들을 넉넉히 주문할 수 있었다. 와인병이 비워지는 대로 ‘한 병 더!!’를 호기롭게 외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대학시절, 기숙사 식당에서 2700원짜리 식권을 내고 둘러앉았던 우리는 시간을 건너 꽤 다른 공간에 자리했다.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있었지만, 그만큼 불안했던 그때에 비하면 우리는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며 조금씩 달라지는 인생의 잘 익은 홍시 같은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예전처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을 나눠갖는 사이들.  연말이 따뜻한 이유는 그런 이들과의 만남들이 촘촘히 이어지기 때문인가 보다.




즐거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점심 무렵, 단톡방에는 숙취를 호소하는 톡들이 속속 이어졌다. 이제 눈을 떴다는 둥, 아직 비몽사몽이라는 둥... 아이고 이 사람들. 술은 내가 다 먹었구먼. 나이가 들어서 안 좋은 점 하나 더, 친구들의 주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 난 아닌데 ㅎㅎ 



내년이면 벌써 마흔셋.(한국 나이로) 아이고 많다~ 혀를 내둘렀는데,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이 좋은 것 같다. 그냥 두 번째 스물세 살이라고 치지 뭐. 생각하는 건 내 자유니까.



앗, 스물세 살이라니. 두근거린다. 못 입어 본 옷도 입고, 못 해본 것들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무릎이 시큰거리므로 스키 같은 건 자제해야겠지만…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볼까? 그건 좀 민폐려나 ㅎ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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