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을 읽고..
1.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를 대표하는 굴지의 IT 기업들에서 인사나 노무, 문화 관련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여러 가지 형태의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 내에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회사를 사랑하고 "나의"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믿는다.
2. 넷플릭스의 문화 역시 뛰어나지만 완벽하진 않다. 일단 이러한 문화가 갖춰지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다 - 1) 높은 인재 밀도와 2)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직원들의 수용성. 이 두 가지 요소가 선행이 되었을 때 자율성에서 오는 업사이드를 오롯이 누릴 수 있는데, 이를 실행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 경영진 역시 무던히 애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리더들이 일부러 먼 곳으로 오랜 기간 휴가를 간다거나 이를 사내에서 자랑을 하는 등, 실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이 수반되었다. 즉, 표면적으로는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문화 자체의 우월성으로 약간 왜곡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이를 구현하기까지에는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3. 또한 기본적으로 인재 밀도가 높다는 말인즉슨, 향상심을 가지고 본인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 노력을 한다거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인재들이 회사의 주를 이룬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특정 회사가 속한 vertical에 따라 모든 직원들의 인재 밀도가 항상 넷플릭스처럼 높기란 어렵다. 아니, 인재 밀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회사에서도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곳들이 꽤 많다. 자율성도 주고 돈도 많이 주는데도 이직하면 도대체 뭘 더 해줘야 하니? 원점으로 돌아가 회사의 관점에서 직원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하는가?
4. 여기서 중요해지는 부분이 회사의 "미션"이나 비즈니스 모델과 얼마나 공감하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조스가 "용병"이 아닌 "선교사"를 원한다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는데, 대부분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의 직원들이 "선교사"로 구성되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5.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의 미래보다는 본인의 안위를 선택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목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숫자를 교묘하게 속여 상부/본사에 리포팅한다던지, root cause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당장 급한 불을 끄고 포장하기에만 급급한 경우이다. 이런 방식을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자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반대다. 회사를 사랑하고 제품이 정말 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
6. 가령 나는 대부분 제품을 파는 직군에 있어왔기 때문에 이 각도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BD/셀즈/마케팅 불문하고 "파는 게 숙명"인 직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아와야 하는 것이 맞지만, 프로덕에 아무 개선 권한이 없이 오롯이 "파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것은 직업인으로서의 자기기만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속한 조직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내가 속한 조직을 위하고 생각하고 사랑한다며, 고객을 속이며 막 팔아올 수 없다. 그 후폭풍은 누가 감당할 것이며, 회사와 상품의 추락하는 평판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조금 더 안타까운 점은 회사라는 조직이나 상품을 "내 회사", 혹은 "내 새끼"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7. 그래서 다시 정동일 개인적으로 도대체 "뭣이 중헌디"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셋 중 둘인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1) 회사가 지향하는 바에 공감 + 2) 역량 좋고 회사를 사랑하는 동료 and/or 3) 신뢰와 권한, 그리고 위임.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면 베스트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1번 + 2,3번 중 둘 중 하나라도 있어야 내가 잘 작동한다고 느낀다. 그렇지 못한다면 compensation이 어떤지간에 참 불행한 것 같다.
** "두려움 없는 조직" 함께 읽으면 상반된 시각이 있어 나름 흥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