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능주의 사회가 작품 감상을 가로막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공부만능주의에 빠졌다. 뭐든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상에 대해 지적 우위를 갖는 건만이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전문 지식이 없거나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없다.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혹 전시회나 영화관을 찾아가며 작품을 보러 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고 난 후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자신의 감상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를 했다가 자신의 밑천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지적 우월감이 사람들이 더 깊은 감상에 빠지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다.
작품과 직업적 연관성이나,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작품을 보고 공부를 할 순 있다. 하지만 작품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건 지나치다.
놀이의 기본은 느끼는 것이다. 놀이는 우리가 직접 겪고 받아들이기에 재미있다. 지금껏 한 번이라도 배경, 역사, 만든 이의 의도를 공부하고 해 본 놀이가 있던가? 이것을 알면 놀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지, 없으면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다.
작품 감상도 이와 같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작품 감상은 놀이다. 즉 공부의 대상이 아니다. 해당 작품에 대해 그저 느끼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렇기에 감상은 어렵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놀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놀러 나와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있을 순 있지만 친구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놀 때는 놀아야 한다. 그리고 작품 감상도 놀이다.
공부만능주의에서 벗어나자.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작품을 볼 수 있다.
그저 받아들이고 느끼기만 하면 된다.
이제 다시 작품을 감상하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