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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May 18. 2023

자동차 회사의 차 없는 팝업스토어

현대자동차 르르르 차 없는 정비소

'현대자동차 팝업스토어한대. 근데 자동차가 없는 컨셉이라던데?'


현대자동차가 작년 부산에 이어 이번 봄에는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차 없는 팝업스토어라는 점. 만드는 제품이 없는 팝업스토어를 그것도 현대자동차가 만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일까, 부산에서 1회 '르르르의 차 없는 모터쇼'를 열었을 때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출처 : 르르르 인스타그램

시현하다나 김씨네 과일 가게와 같은 기업과 콜라보를 하는 등 신선함 가득했던 1회에 이어 이번 2대 차 없는 정비소에서는 어떤 프로그램과 신선함을 만날 수 있을까?

우선 팝업스토어에는 정말로 자동차가 없었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자동차는 없지만 자동차'만' 없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차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타이어 교체부터 공기압 셀프주입과 같이 정비소 컨셉에 충실한 체험부터 운전이나 정비 관련 지식을 테스트하는 카활능력시험, 장난감 차를 조정해서 주차하는 서라운드 뷰 주차마스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일행들과 프로그램을 다 체험하고 나니 무려 1시간이 지나가 있을 만큼 이날 성수동에서 간 팝업스토어들 중 체험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체험 프로그램을 과하게 짜 놓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흥미를 잃거나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인데, 적절한 재미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를 넣고자 고민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특히 타이어 볼링존이 인기가 많았는데, 타이어를 굴려서 볼링을 하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간단하면서도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차량에서 쓰이는 다양한 크기의 타이어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재밌는 포인트.

팝업스토어라면 빠질 수 없는 포토존에도 정비소라는 컨셉을 살려 정비복을 대여해주고 있었다. 무네이 스튜디오와 협업한 힙한 포토존도 있고 사전 예약하지 않더라도 정비복을 대여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러모로 차 자체에 관심이 적은 젊은 세대도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출처 : 인스타그램

이렇게 ‘차 없는 정비소’라는 컨셉을 잡아갈 수 있던 건 '르르르'라는 현대자동차의 부캐 덕분이다. 현대자동차의 내놓은 자식이라는 컨셉으로 재벌 2세이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다가 돈이 없어 다시 가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스토리로 b급 감성의 컨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르르르 부캐 마케팅에도 흥미로운 지점이 굉장히 많은데 이 부분은 팝업 스토어 많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출처: 르르르 인스타그램

또 한 편으로는 국내 자동차 업체 중 1위인 회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점점 차를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트렌드 속에서 자동차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는 건 결국 국내 1위 기업인 현대자동차에게 유리한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존에 이미 생긴 인식을 바꾸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데, 기존의 무거운 브랜드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이 느껴진 공간이었다. 특히 실무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이런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는 부분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변화는 쉽지 않다. 스토어의 한 벽면에 걸려 있던 ‘그래도 해야지.’라는 문구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을 많은 기획자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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