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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Aug 20. 2023

첫 월급의 의미

모베러웍스 부적 후드티, 엄마 백, 그리고 주식

첫 월급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어떤 단어라도 '첫'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특별해지는데, 태어나서 처음 내 손으로 벌어본 돈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얼마 전 동생이 첫 월급을 탔다며 부모님에게 돈 부채를 선물로 건넸다. 언제 땅꼬마가 커서 저런 선물을 하나~ 싶다가 문득 내 첫 월급은 어떻게 썼더라 하는 추억에 잠겼다.


Too Much Income! | 모베러웍스의 부적 후드티

출처 : 모베러웍스 공식 홈페이지

월급은 작고 사고 싶은 건 많던 수습 시절 가장 먼저 산 옷이 바로 이 후드티였을 거다. 'too much income', 너무 많은 수입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말이다. 첫 월급으로 이 후드티를 사면 왠지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부적이 되어줄 것만 같은 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지갑을 열고 말았다.

복권처럼 긁을 수 있는 할인쿠폰까지..!

이 귀여운 후드티는 모베러웍스의 제품으로, 모베러웍스는 'a little joke for free workers'라는 미션 아래 일하는 사람을 위한 위트를 담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ASAP과 같이 회사에서 최대한 빨리 작업해 달라는 독촉용으로 쓰이는 표현을 'As SLOW as possible'이라고 바꾼다던가, TMI (too much information) 대신 Mr. Too Much Income이라는 캐릭터로 바꾸어 회사원이라면 웃을 수밖에 없는 재미있는 콘셉트로 제품을 만든다. 더욱 특별한 점은 MoTV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브랜드의 탄생기, 제품 제작기 등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또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나갈지도 팬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TMI라는 콘셉트도 유튜브 댓글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한 표현이다.


TMI 캐릭터의 탄생기


'돈'을 주제로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과정

위트 있는 컨셉은 물론 이렇게 날 것의 과정을 공유하는 모습이 꽤나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기획자, 마케터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많았다. 나 또한 모베러웍스에 한참 빠져있었고, 이들처럼 즐겁게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더 이 브랜드의 옷을 사고 싶었던 것 같다.



빨간 내복 대신, 엄마의 명품백


엄마가 항상 하던 말이 있었다. "첫 월급은 나 주는거다~?!" 그렇게 대놓고 선물을 요구한 것은 거의 처음이었던 터라 "그럼 나는 그동안 뭐 먹고살아~?"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부담이 되었다. 첫 월급 받으면 빨간 내복이나 사가는 거 아닌가? 월급을 다?! 싶으면서도 평생 나를 키우며 첫 월급 정도는 고생했다고 받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결국, "엄마 그럼 내가 첫 월급으로 엄마 백 사줄게!"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그냥 현금을 드려봤자 생활비로 쓸 것 같기도 하고 이왕 큰 금액을 드리는 거 오래 남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명품 아웃렛으로 향했고, 엄마는 이래도 되나? 를 말하면서도 엄마와 아주 찰떡인 가방을 골랐다. 예산 초과였지만 첫 월급 겸 생일선물 겸 어버이날 선물 겸... 온갖 기념일을 다 붙여서 사주기로 하고 카드를 긁었다. 태어나서 처음 긁어보는 금액에 크게 실감도 안 나고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신난 엄마의 얼굴을 보니 내 어깨도 왠지 으쓱했다.


주식 한 주

그리고 우리 회사의 주식을 한 주 샀다. 분석 따위 하지 않고. (왜 그랬어) 내가 앞으로 지낼 회사이니 입사 기념 삼아 한 주를 사고, 직원이자 주주로서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성장시켜 보자는 마음이었다. 나중에 보니 내가 구매했을 당시는 거의 최고가였고 다시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하하하^_^



얼마 전 28살 생일 기념으로 비싼 반지를 셀프 선물했다는 친구와 대화를 하며 인생의 절반은 '의미 부여'같다는 말을 했다. 비슷비슷한 날들, 같은 사건이나 행동이더라도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지나가는 하루에 작은 의미를 부여하고, 또 기념하는 건 삶이 풍성해지게끔 만드는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첫 월급에 의미를 부여하며 샀던 것들처럼, 다른 것들에도 더 즐겁게 의미를 부여하며 소비하고 또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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