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io, Colombia_’외국인’이라고 쓰고 ‘호구’로 읽는다.
콜롬비아 첫 아침. 초가을 같은 기분좋은 쌀쌀함에 눈이 뜨였다. 창밖에는 안개가 피어오르는 시골마을. 마당에 나가 온 몸으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을 정리해본다. 그렇게 기분 좋게 다시 방에 들어가니, 깨어난 아내와 아이들이 두통을 호소한다. 두통약을 먹어도 그때 뿐. 조금 지나면 또 아프단다. 긴장이 풀리고 시차 적응 때문에 그러나 했는데, 민박집 사장님이 아내의 불편한 기색에 고산병 증세라고 하신다. 여긴 백두산(2,744m)과 해발고도가 비슷(보고타 2,640)해서, 한국처럼 해발이 낮은 곳(남산 265m)에서 온 사람들은 처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고보니, ‘꽃보다청춘’ 페루편에서 고산병으로 힘들어 한 연예인이 생각났다. 나는 보고타가 백두산과 비슷한 높이인지 모를 정도로 남미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익숙한 한인민박에 도착 후 잊고 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가슴속에 가득 퍼진다. 고산병에 좋다는 몇가지 민간요법을 시행해 봤지만, 효험이 별로 없다. 그냥 꾹 참고 2주 정도 시간을 보내니, 아내의 고산병 증세가 호전되더라. 콜롬비아는 우리 가족을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고산병은 우리 가족만 겪은 건 아니다. 이후, 조카들을 만나러, 아이 이모들이 페루로 놀러왔을 때, 그녀들을 처음 반긴 건 두통과 구토,어지러움증이었다.(쿠스코 3,300m). 마추픽추도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올 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도착 후 3일 꼬박 고산병으로 고생했다. 오기 전, 고산병에 좋은 약과(코카잎차) 내용들을 숙지한 그녀들이였지만, 안데스 산맥의 높은 고도랑 친해지는 방법은 시간밖에 없었다. 참고로 보고타 해발고도에 익숙했던 우리에게는 고산병 증세가 오지 않았다.
민박에서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내놓는다. 콜롬비아는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이다. 하지만 고급 커피만 볼 때는 세계 1위 커피 생산국가이다. 브라질과 달리, 기계가 아닌 손으로 커피콩을 따고, 커피가 콜롬비아 총 수출액의 7%를 차지할 만큼 수출 효자 품목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커피 나무부터 수출품의 품질까지 관리한다. 명성 만큼이나 커피 인심도 좋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Tinto라고 아메리카노에 설탕과 계피가루를 첨가한 커피를 끓여서 내놓는데, 하루에도 몇 잔을 먹는다.
맛난 콜롬비아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현지 생활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하나 둘 물어보았다. 그 중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아이들 학교 문제. 사장님네 아이들은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사립학교에서 초등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재학중이다. 학교에 다닌지 1년이 다되어가는 만큼 현지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데도 지장이 없단다. 말씀하시는 사장님 표정에서 만족감이 흐른다. 시간이 지나 지금 우리 아이들도 서로 이야기할 때는 한국어보다는 스페인어를 사용할만큼 스페인어가 늘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스페인어로 수업을 듣는 그 아이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하지만 관광비자를 갖고 있는 우리와 달리, 사장님네는 1년짜리 사업비자를 취득하셨단다. 역시 관광비자가 아니구나. 다행히 사장님네도 비자가 곧 만기되어서, 갱신을 해야 하는데, 우리 식구와 몇 일 후 또 한국에서 오는 식구가 함께 비자를 신청하면, 가격이 싸질 거라며 사업비자 취득을 권유하셨다. 비용은 대행비용이 인당 50만원(원래 인당 100만원이네 단체할인 받는단다.)에 국가 수수료 50만원. 우리 네식구 합이 400만원 정도 예상되었다. 아직 시장(?) 적정가격을 알지 못하는 우리는 혹시 우리가 학생비자로 바꾸지 않게 되면, 사장님의 제안을 고려하겠다고 여지를 두었다. (멕시코 및 콜롬비아에서는 관광비자만으로도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지출이 크다. 한달 집 렌탈 포함 생활비를 150만원 생각했는데, 한달 렌트비(욕실딸린 방 한칸, 부엌 공유, 조식, 석식 제공)가 750불, 게다가 사업비자 취득비용 400만원 등. 이렇게 지출하면서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에서 은퇴이민 관련 자료를 검토할 때, 이런 시골이 아닌 중소도시에서도 방이 아닌 집 렌탈 비용이 500불로 집세, 생활비포함 1,500불 정도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많아서, 앞날이 걱정되었다. 2년 계획하고 나왔는데, 과연 우리 생활비로 2년을 채울 수 있을까?
고고파의 생생정보_생활비
*멕시코 칸쿤에서도 8000페소(48만원)면 방 하나, 거실 겸 부엌(가구 일체 및 인터넷, 가스 포함)이 딸린 집을 구할 수 있다. 지금 와하카에서는 4500페소(27만원), 콜롬비아 타비오에서도 650,000페소(26만원)면 집을 구할 수 있었으니, 150만원이면, 아이들 학비 포함해서, 4인 가족생활이 가능하다.
*비자 갱신도 콜롬비아에 도착한지 3개월 즈음 직접 했는데, 인당 92천페소(4만원)로 해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업비자 취득을 안한 게 참 다행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설령 신뢰가 가고 믿을만한 사람일지라도, 그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이런 걱정을 하다가도 밖에 따쓰한 햇살을 마주하면 걱정 따윈 금새 잊어버린다. 사장님은 집 뿐 아니라 앞에 밭과 뒷산을 전부 렌트했단다. 뒷산 경치가 좋다는 집주인 권유에 아내와 함께 뒷산에 올랐다. 조그만 마을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미 어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성당을 중심으로 경찰서, 읍사무소 등 관공서가 형성되어 있다. 보고타에서 1시간 거리 27천명이 사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UFO 출몰지역(?)이라는 소문 때문인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서울에서는 날씨가 좋아도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못 열었는데, 이 곳은 미세먼지 걱정도 없는데다가 항상 동경해왔던 시골생활이라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이 곳도 장기 거주할 선택지 하나에 넣고 사장님께 메데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곳으로 돌아오겠다며, 단기 생활에는 필요없는 가방을 맡겼다..
고고파의 생생정보_본인 기호 파악
잠깐 생활하는 단기여행에 비해, 장기거주의 경우, 검토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생활해 보지 않은 경우, 자신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삶이 생각만큼 자신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퇴직 후 꿈꾸던 귀촌을 실현했지만,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던데, 타비오에서 시골 생활을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상쾌한 공기와 좋은 경치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타비오에서 생활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저녁에는 내복에 오리털 잠바를 껴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데 반해, 오후에는 외투를 벗고 다녀야 할 만큼 덥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추워서 온도차가 더욱 커졌다. 비는 어쩜 그렇게 자주 오는지.
작은 시골마을이라서, 영화를 본다든지, 간장 등 동양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더 큰 동네로 가야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타비오 생활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장기생활을 하며, 하나 둘 씩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다.
보고타로 가기 전 사장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휴대폰 유심 구매를 도와주신다. 하지만 개통 후, 통화는 되는데, 인터넷은 되지 않는다. 아내 것도 마찬가지. 민박사장님은 물론 휴대폰 충전 가게도 이유를 모른다. 콜롬비아에서는 휴대폰 등록하는 절차가 있는데, 민박사장님도 한지 오래되서 잊어버리신 것 같다. 보고타 도착 후 안전하다던 우버를 사용해 호텔로 이동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고파의 생생정보_휴대폰
* 콜롬비아에서 처음 유심을 구매하고 충전할 때는 큰 통신사에 가자. 작은 통신사 혹은 편의점에서는 휴대폰 개통하는 경우가 드물어서인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다.
* 휴대폰 개통 후 3개월이 지나니, 통화가 되지 않았다. 충전소에 확인해보니, 충전은 정상적으로 되었다. 보고타 통신사 본점 서비스센터까지 찾아간 끝에 통화가 안된 이유을 알게 되었다. 3개월이상 사용하려면 휴대폰 등록을 해야 하는데, 아이폰을 제외하고 우리가 갖고 있던 삼성, LG 휴대폰은 등록 불가능하더라. 개통후 3개월이 지나 휴대폰이 되지 않아도 당황하지 말자.
* 콜롬비아, 페루에서는 Claro, 멕시코에서는 Tecel을 추천한다. 다른 곳의 경우, 가격은 조금 더 저렴할 수 있어도, 외곽으로 가면, 전파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사장님과 작별 후 목적지인 보고타 북쪽 Portal 80 터미널에 도착해서, 휴대폰으로 와이파이 존을 찾아 천신만고 끝에 우버를 불렀는데, 처음 우버를 사용해서, 고생을 꽤 했다.
호텔에 당도한 후에도 체크인이 녹록치 않다. 인터넷으로 호텔 예약 및 지불했지만 아이들 2인 요금을 추가로 지불하란다. 미리 프린트한 예약서에 7세 이하의 경우, 2명까지는 무료 숙박가능 조항이 있음을 확인시켜주니, 비로서 체크인이 된다. 이제야 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풀린다.
고고파의 생생정보_호텔숙박
호텔 검색시 숙박인원에 아이들을 표기하지 말고 성인 수만 기재해서 검색하자. 결과물 중 호텔 추가설명에 보면 아이들에 대한 호텔 규정이 있는데, 보통 7살 이하의 경우, 숙박료를 지불하지 않고, 함께 숙박할 수 있다. 우리는 한달 간 콜롬비아 전국 투어시 이렇게 추가 요금 없이 아이들과 함께 숙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