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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May 21. 2020

임신 8개월차, 여전한 입덧지옥

인공자궁 출시 안 되나요


임신 8개월차. 입덧이 끝나는건 포기했다. 출산 후에는 한동안 바쁠테니 임신 기간 중에 친구도 만나고 당분간 못할 일들 잔뜩 하고 싶었는데ㅠ 이렇게 10달이 사라지는게 너무 서럽다.


20대 이후의 삶 중 인생 최저 몸무게를 임신 6개월차에 찍었다. 하루에 구토하는 횟수는 좀 잦아들었지만, 5개월간 구토를 하면서 역류성식도염과 위궤양이 생겼다. 가끔씩 위경련이 일어나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여전히 하루 10개 이상의 약들이 내 일상을 겨우 보전해주고 있다.


뱃속에 대변을; 단 며칠만 가지고 있는것도 힘든데, 하물며 "인간"을 가지고 있는것은 얼마나 힘드랴. 초유의 정신력을 붙들고 있는데도 아플때마다 무너지는 내 마음ㅠ


애를 낳고 나서 느낄 기쁨과 설레임보다는, 낳자마자 내과 병동으로 이동해서 위내시경부터 해야 할 생각으로 착잡한 요즘이다.


다들 임신 쉽게 하는것 같지만, 그건 쉽게 임신한 사람들만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서이다. 임신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기록할 힘도, 주위에 알릴 힘도 없다. 무엇보다도, "왜 너만 유난이냐", "다들 잘만 하던데 넌 왜 그러냐"는 주위 시선이 두려워서 말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임신도 질병처럼 다뤄주었으면 좋겠다. 뱃속에 생명체를 10달동안 품는건 단순히 배만 나오는게 아니다(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ㅠ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너무 부러움). 나처럼 입덧이 심해 물도 못마시고 양수부족에 저혈압으로 쇼크와서 입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아기가 커지면서 온갖 장기가 뒤틀려 다른 병을 동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발 이걸 견디라고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나간 사람들에겐 추억이겠지만 하루하루를 겪는 나에겐 24시간이 너무나 길다.


평생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8개월동안 집과 병원밖에 안 가봤다. 2-3월 중에는 이대로 임신 지속이 어려울것 같던 고비도 있었고 세상이 다 절망스러웠다. 이렇게 우울증이 오고 이렇게 자살을 하는건가 싶은 심정을 경험했던 시기.


인공자궁이 빨리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복제인간도 만들어지는 21세기에 인공자궁 하나 안 만들고 모하고 있는지... 10개월간 내 쪼끄만 뱃속에서 애를 키우는건 진짜 원시적인 방법 같다.ㅠ 너무 버겁다. 꼭 인간의 몸에서 키워야 하는거라면, 인공자궁 만들어서 남자 몸에도 심으면 되니까!


내가 이런말 할때마다 엄마는 '애 듣겠다~' 하는데, 애는 생후 50일은 지나야 말길 알아듣는대요.. 그리고 진짜 너무 아프니까 애를 위해 붙들어놓을 이성이 없다.


아.... 내 주위에 나만큼 임신 힘들게 하는 사람 1명만 있었어도 난 임신을 제고했었을거야.ㅠ 힘들다는 말 말고는 말이 안 나오는 요즘... 애기는 태어난 후부터 예뻐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나부터 챙기기도 벅차다.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내가 만든 내 아이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들때마다 정신승리 하라고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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