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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Apr 03. 2022

MBTI는 자신이 선택한 지표이다.

오해를 멈춰주세요

지금... MBTI가 엄청 붐이다. MBTI를 좋아해서 MBTI 강사 자격증을 딴 나로서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정도로.. 붐이다.


<놀면 뭐하니>에서 MBTI 편 오프닝에서 한 MC가 출연자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것을 들었다.

"혈액형 믿어요? 그리고, MBTI 믿어요?"

너무 기가 막힌 질문이다. MBT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어떻길래 저렇게 질문하는 것인지...

비단 그 출연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MBTI를 혈액형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혈액형은 태어날때 유전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혈액형이 성격과 무관하다는 것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하면 다 나오니 두말하면 입 아프다. (아직도 "혈액형을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함...)


그런데 MBTI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여러 질문 중에서 내가 더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믿고 말고 할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항목들을 모아서, 16가지 지표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지표는 내가 거부할 필요가 없는, 내가 만든 지표이다.


내가 선택한 MBTI 지표는 내가 정말 나라고 생각해서일수도 있고, 내가 그렇게 되고 싶어서일수도 있고, 내가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일수도 있다. MBTI는 심리 검사 중 "자기보고식 검사" 이기 때문에, 자기가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선택했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난다.


고로, MBTI 결과로 나온 것도 그렇다. 알파벳 4글자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왜 그런 문항을 선택했는지, 그럼 반대로 내가 왜 그 문항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양한 내 모습을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E 여도 그 점수가 1점인 사람과 20점인 사람의 기질은 같으면서 다를 수 있다. 나의 MBTI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면 단순히 알파벳 4개 이상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MBTI가 너무 유행하게 되니, 알려진 평론가 중에 MBTI의 비논리성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평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그들의 글을 읽어보면, 그들 역시 MBTI 기본서를 본 것이 아니라, MBTI에 대한 전국적인 붐, 떠다니는 썰을 가지고 평하는게 대다수이다. 그런 글을 읽으면 너무 답답하다. 잘못된 선동에 불을 붙이는 격이다. 적어도 MBTI 기본서는 보고 글을 써야 하는거 아닌가? 최소한 MBTI 기본서의 '머릿말'만 읽어도 그런 오해는 안 했을 것이다.


그것도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한국인들 낙인 차원에서 만든, 아무 근거가 없는 "혈액형"에 비교하다니. 기가 막히고 또 기가 막히다.


MBTI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만들어진 MBTI를 재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횡단연구와 종단연구를 하며 근거를 쌓고 있다. 촉이나 느낌 등으로 때려맞추는게 아닌 엄연한 "근거기반 심리학"으로써 MBTI는 의미가 있다.



MBTI 전문자격과정 초급과정 첫 장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MBTI는 개인이 선택한 지표이다. 더 좋고 나쁜 건 없다. 개인의 선호이다. 그리고 이걸 취업에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고...


이 내용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사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심지어 이 부분을 가르친 직후에는, 수강생들에게 "둘씩 짝을 지어서 서로 내가 MBTI 강사라고 가정한 후, 이 내용을 꼭 언급하며 MBTI를 소개해보시오" 라는 수업 중 과제를 내주기도 했다.



그런데 MBTI를 어설프게, 혹은 왜곡되게 맛본 사람들이 MBTI를 가지고 개인을 평가하고, 누가 더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고, 취업 면접에 사용하려 한다.


나쁜게 확산되는건 왜 항상, 진실된게 확산되는 것보다 빠를까.


MBTI 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올바르게 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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