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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의선물 Feb 15. 2023

토스카나의 가브리엘라 할머니 집.

그림 같은 올리브밭, 사이프길이 있는 풍경 속 저택에서의 이틀밤


피렌체에서도 가깝고 시에나에서는 더 가깝고 산 지미냐노에서는 15분 밖에 안 걸리는 가브리엘라 할머니와 파비오 칼베티의 에어비앤비 지금부터 토스카나의 그림 같은 풍경과 특별한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에어비앤비로 가 보자.



아침 일찍 베네치아를 출발해 하루 일정으로 돌아본 두 번째 피렌체 여행

너무 피곤해서 체르탈도까지 가야 하는 게 부담되어 가지 말까.  2박값의 숙소비를 날리고 그냥 피렌체에 있을까 했다.  아마 그랬다면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이 환대의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체르탈도로 가는 완행 기차 여행자 동양인을 오히려 신기하게 보고 

나에게 친절하게 웃어 보인 사람들 이런 기차에서는 소매치기나 범죄를 당할 우려가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힐끗 보았고,  나의 질문에 서로 먼저 대답해 주었다.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가는 완행 기차다.

완행 이라고 하지만 3정거장만 정차하는 시에나행 기차





체르탈도역에 내렸다. 체르탈도 역은 어찌나 예쁜지. 이탈리아 소도시로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여기는 데카메론을 쓴 보카치오가 살던 오래된 마을이다. 체르탈도는 작은 마을이라 저녁을 먹고 가려고 했지만 피자 가게도 문을 닫아버렸고 두 스쿱에 2유로 하는 가격이 참 착한 젤라또를 먹었다.








마리토쪼(Maritozzo)라는 이탈리아 크림빵이다. 크림빵과 이탈리아 3대 커피 브랜드 중에 하나인

라바짜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놓고 체르탈도 역 앞 카페에서 파비오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우리를 역에서 픽업해 주기로 했다. 꾸덕 찐득한 에스프레소의 맛.역시 커피,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다. 

나는 저 에스프레소 맛을 본 이후  마시지 않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파비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유쾌하게 웃으며 

여기 아시아인이 또 있어? 했다.






파비오,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집은토스카나 전원주택이다. 흔히 아그리투리스모 라고 하는 이탈리아 농가숙박 쯤 되는데요즘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행의 트랜드라고 한다.세계테마기행 돌체 이탈리아에서 박지훈이 이 숙박체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차를 휭~ 거칠게 몰더니 씽끗 웃으며 파비오는

"이탈리아 스타일~" 이라며 웃어보였다.

저 토스카나의 구릉은 원래 초록초록했어야 하지만

석달째 비가 오지 않아 풀들이 말라 누렇게 변한 것이라고..


보통은 이런 모습이다.


포도밭 언덕을 지나 오르자 저~ 멀리 산 지미냐노 마을이 보인다. 올리브 밭과 포도밭, 사이프러스 길을 지나자 파비오가 자기 차가 왜 더러운지 알게 될거라 한다. 이렇게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먼지 때문이었다.


암석이 풍화되어 멋있어진 풍경도 지난다. 체르탈도에서 차로 고작 10분 왔을 뿐이다.



작은 차와 길에서 마주쳤다. 가브리엘라 할머니의 아빠, 파비오 할아버지의 장인인데 무려 93세라고 하신다.  그럼에도 매일 이렇게 밭일을 하러 오신단다.올리브 길을 또 지나고토스카나의 언덕과 구릉이 한 눈에 들어올 즈음 시에나 에어비앤비 가브리엘라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1층에 딱 들어서는 순간 와~ 나도 모르게 신발을 벗게 된다. 벽난로도 크다. 겨울에 저기 있으면 얼마나 분위기 있을까. 이층으로 올라간다. 여기가 모두 우리를 위한 공간이란다. 이층에도 따로 소파 의자가 있다. 밤에 달빛이 너무 좋아  저 자리에 한참 앉아서 창밖 올리브 잎이 달빛에 반짝이는 풍경을 보고 있었다.


가브리엘라 할머니다.


화장실에 샤워실, 월풀 욕조에 싸이클과 헬쓰 기구까지 있는데 두 명이 누워자고도 남을 공간이 나온다.

화장실이 우리집 안방보다 더 넓다.



피렌체 에어비앤비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집 화장실에서 보이는 뷰가 이 정도다.

걸려 있는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침대도 깔끔한데 공주 캐노피까지 설치되어 있다. 모기장으로 써도 넉넉하다. 이건 방에서 바라 본 토스카나 뷰다.  피렌체서 50분 거리,  시에나에서 30분 거리의 이 에어비앤비에서 여행을 하루 이틀 쉬어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글이 나오지 않는 작가라면 여기 며칠 머물면 안 써지던 글도 막 써질 것 같지 않은가.



집을 지은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바닥에서 나무 냄새가 났고 나무 향이 참 좋았다.

여장을 풀어 놓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러 내려왔다. 저 테이블 색깔이 토스카나의 이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렸다. 올리브 밭을 보고 있는데 파비오 할아버지가 나와서  같이 풍경 구경을 가자 하신다. 3살 강아지 일리도 함께 우리를 따라온다.


일리 이 녀석은 얼마나 똑똑한지. 애교가 100단이다. 

할아버지를 따라 뒷마당부터 돌아본다. 이런 에어비앤비에 묵어 본적이 없다. 닭장에 닭이 꽤 많다. 저 달걀은 매일 닭장에서 가져온다. 그야말로 방사 유정란 아닌가 저 계란으로 가브리엘라 할머니가 아침 식사 오믈렛을 만들어주신다.


토마토, 가지, 오이 등 채소 밭이다.  조금 더 멀리 나가본다.

파비오 할아버지와 아이, 그리고 강아지 일리가 함께 가는 길

우와. 이런 풍경이라니. 파비오가 집을 지을 때 이 터에 와 보고서 바로 집을 여기다 짓기로 했다고 한다.


주변에 드문 드문 살고 있는 집들은 프랑스인 의사, 룩셈부르크인 사업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전원 생활을 위해 모인 곳이라고 했다. 토스카나의 사이프러스 길이다.  체르탈도는 이런 풍경의 길이 너무 많다.



파비오는 유쾌하게 우리를 웃기면서 이 풍경에 데려다 주었다. 거대한 암석이 드러난 절벽

아이도 너무 너무 좋아했다. 이 풍경에 함께 취했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함께 걸으며 파비오는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환대를 해 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재미있게 해 주었다. 정말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파비오 칼베티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를.

일몰이 그림처럼 올리브 나무가 있는 사이프러스 길로 내려 앉는다.

저녁을 먹지 못하고 왔는데  가브리엘라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러 가셨다.


테이블에 접시를 준비하고 두 분이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와 냄새가 흘러나온다.

그 사이 나는 조금 더 멀리까지 나와 길을 둘러본다. 고양이가 10km 속도 표지판 옆에 쏙 나와 있다.


저녁 식사 준비가 이루어지는 사이 강아지 일리는 아이와 논다. 파비오 할아버지가 와인을 함께 준비해 주었고 바질을 따서 부엌으로 가더니 바로 빵과 함께 카프레제를 만들어 왔다. 밭에서 딴 토마토라고 한다.

파비오 할아버지가 만들어 온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 토마토 파스타

맛이 있었냐고? 싹싹 긁어먹었다. 이 저녁 식사는 에어비앤비 손님에게 만들어주지 않지만

우리가 저녁을 먹지 못해서 만들어 주신거다.


우리 넷이 와인 짠!!

파비오는 건배! 라고 했고 가브리엘라는 살루떼! 라고 했다.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와인과 함께 아주 즐거운 이야기가 오가고 밤이 되었다.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와인에 얼음을 넣어서 마신단다. 물론 레스토랑에서는 절대 으윽. 이라고

파비오가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한국의 김치와 매운 맛 이야기가 나오자  이탈리아의 매운맛도 보라면서 매운 파프리카 양념 같은 걸 가지고 왔는데 살짝, 딱 먹기 좋게 매워서 맛있게 먹자 두 분다 엄청 놀래고 우리는 깔깔 웃었다. 일리 강아지도 함께 딱 앉아 있었다.


가브리엘라 할머니는  아이의 이름 발음이 너무 어렵다며 이제 하룻밤 지날테니 내일부터는 이탈리아 이름을 짓자고 했고 나는 아이 이름을 마리아~ 라고 했다.그러면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장면 이야기도 하고 기생충 이야기도 했다. 


날이 더 어두워지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파비오 칼베티와 가브리엘라 할머니는 한국에 두번이나 왔었다며 김치, 건배 이런 단어들을 정확히 발음했다. 파비오의 두 아들 이야기도 했다. 파비오 칼베티 할아버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였다. 한국에서 두번이나 전시회를 열었다.  그것도 서울과 광주의 예술의 전당에서. 파리 도쿄 등등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열었단다.

지금까지 이렇게 유명한 화가가 우리를 픽업하러 오고 파스타 만들어주고 

와인 마시면서 이야기 하고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풍경을 보여주고 했던 것이다.

피렌체의 화가들, 르네상스의 화가들 티치아노, 보티첼리, 지오토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런 일이 다 있다.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면  꼭 이 이야기를 먼저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달이 차 오르고 밤은 더 검어졌다.발 아래는 모깃불을 피워주셨다. 모기는 한방도 물리지 않았고 창문을 열어 놓고 잤는데도 모기는 없었다. 메론을 꺼내 오셨다.아이에게 먼저 메론을 썰어주시고

우리도 함께 먹었다.



밤 10시가 넘도록 이야기 나누다보니 술이 모자랐다. 셋이서 와인 한병이 부족했다.

특히 가브리엘라 할머니가 술을 잘 드셨다.

가브리엘라 할머니가 만든 리몬첼로 술을 한 잔 더 마셨다. 독주였지만 레몬향이 정말 좋았고 역시 밭에서 딴 레몬으로 만들었다고 했다.멀리 꺼지지 않은 불빛들이 남았고, 가로등 없는 어둠에서 토스카나의 달은 우리집에서보다 훨씬 더 밝았다.


다음 날 아침 문을 열자 팬 케이크 냄새가 아주 고소하게 올라왔다. 파비오의 어제 못 본 그림을 유심히 보며 1층으로 내려갔고 이 아침 풍경을 보며 맑은 공기를 들이켰다. 어제 저녁과 반대의 방향 식탁에서 아침을 준비해 주셨다. 세 살 강아지 일리는 또 아이를 졸졸 따라다닌다.



과일과 팬케이크, 빵, 주스, 직접 만든 잼과 버터 등등

이 풍경을 앞에 두고 가브리엘라 할머니가 차려주신 팬 케이크와



일리 강아지는 못 먹는게 없다. 무얼 먹든 옆에 착석해서 언제든 받아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모카포토에 끓여낸 모닝 커피를 할머니가 따라 주신다.

이 커피맛을 꼭 봤으면 한다.  시에나, 피렌체에 간다면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 벗어나

꼭 하루나 이틀 가브리엘라 할머니네서 머물러 보길 바란다.

그린델발트 앨리스 할머니네가 부럽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집에서 따뜻하고 유쾌한 파비오와 가브리엘라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그 날 아침 산 지미냐노에 다녀오고 싶다는 나에게


기차 시간을 이렇게 적어서 알려주신다.


파비오 화가의 그림이다.


아침을 먹고서 잠시 또 풍경 감상을 한다.

오늘 인터뷰가 있다며 옷을 챙겨 들고 나오는 파비오 화가

일리 강아지는 아이 옆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우리를 아침 체르탈도 역에 다시 데려다고 주고 

오후 5시 30분에 또 픽업하러 나온 세계적인 화가.


아침에 피렌체 에어비앤비 체르탈도의 가브리엘라 집을 나서기 전에

할머니가 묻는다. 



"고기 먹니?"

"씨"

"그렇다면 오늘 저녁은 바베큐야"


아니.. 오늘 저녁을 또 주신다구요?

난 심지어 예약할 때 할머니에게 숙박비 할인을 요구했다.

피렌체, 시에나 에어비앤비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집은 1박에 겨우 12만원이었고

아침 식사만 있었지 이렇게 이틀이나 저녁을 대접해 주시다니요..


그런 이유가 있었다.

파비오 할아버지와 함께 쿱에 장을 보러갔다.

작은 시골 마을 체르탈도지만 쿱 규모는 우리집 옆 하나로마트보다 훨씬 컸다.

파비오 칼베티 할아버지와 가브리엘라 할머니의 친절이 너무 고마워서 30유로를 주고 화이트/레드 와인을 각각 한 병씩 사서 선물로 드렸다. 그랬더니 그 날 저녁에 마시자는 것을 겨우 말렸다.그건 오픈하면 안 된다. 두 분께 드리는 선물인데 그럴 수는 없다고. 



장을 봐서 집에 돌아오니 강아지 일리 녀석이  또 새끼 고양이를 괴롭히고 논다.

더 큰 덩치로 새끼고양이와 쫓고 쫓는 놀이를 한다. 산 지미냐노와 체르탈도를 구경하고 돌아오느라

2층 방에서 쉬고 있으니 장작불 냄새가 났다. 파비오 할아버지가 더운데 직접 숯불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이렇게 미안할 수가.



호다다닥 뛰어 내려가 불 붙이는 것을 도왔다.

오래된 불 쏘시개 부채가 사람 손길이 묻어 참 정겹다.


오늘도 역시 와인을 준비하셨다.

어제 파스타에는 화이트 와인, 오늘 고기에는 레드 와인.

스무살이라는 고양이 녀석이 귀신 같이 고기를 달라고 테이블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숯불이 붙고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잠시 저녁 산책길을 걸었다.피렌체, 시에나 에어비앤비 가브리엘라 집에서 1분이면 이런 길을 만난다. 올리브 밭도 다시 걸어보았고




일몰 앞에서 잠시 서서 이 힘들었던 여행에 이런 인연과 친절과 베품도 받게 되는구나 싶었다.



토스카나의 구릉 너머로 해가 내려가고 있다.

올리브 잎사귀의 저 빛깔은 무슨 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도 없는 고요한 이 길을 명상 하듯 천천히 숨쉬며 걸었다.

사이프러스 나무를 따라 이 길도 혼자 걸었다. 다시 돌아오니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그냥 고기가 아니라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다. 우리가 흔히 티본스테이크라고 부르는

피렌체에 오면 누구나 한번씩 먹고 간다는 그 스테이크다.


로마에서 까르보나라를 먹어야 한다면

토스카나에서는 이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로 치면 광양불고기/횡성 한우 같은 거다.



올리브유가 듬뿍 뿌려진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밭에서 따온 토마토가 놓이고

와인까지.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

파비오 화가 할아버지와 한컷.



할아버지는 와인을 따고, 할머니는 접시 셋팅을 하신다.

이틀 내내 우리 둘을 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준 가브리엘라 할머니와도 한 컷


티본 스테이크가 맛있게 구워졌다. 이 비주얼이면 피렌체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안 가도 된다.

달오스떼 레스토랑이랑 다를 게 없고 토스카나 이 멋진 뷰를 앞에 두고 떠오르는 저녁 보름달 빛 아래

차려진 식탁이면... 이런 에어비앤비 또 있을까.



소금을 쉐프처럼 찹찹 뿌리는 파비오 할아버지

파니~ 이탈리아어로 빵.이 발음을 어제부터 잘 못했는데 할머니가 오늘은 글자까지 써 가면서 발음 공부를 시켜주신다.  하하하하 너무 어려워요. 아이에게 따라해 보라고 한다.

파니 발음은 결국 포기하고 할머니는 토마토를 담아 주신다. 

피렌체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가면 1kg에 50유로 정도 하는데 이 정성과 베품의 가치는 값으로 매기기 어렵다.무시무시한 칼을 칼집에서 꺼내더니 구워진 티본스테이크를 담아오신다.


맛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맛있는지. 딱 입에 넣자마자 아이와 나는 서로 쳐다보며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고기가 얼마나 많았던지 네 사람이 티본스테이크 세 덩어리를 다 못 먹고 남았다.

공기는 평화로웠고 호스트 두 사람이 게스트 두 사람에게 베푸는 이 융숭한 대접은 평화로운 평원보다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없고 와인의 맛은 어떤 와인보다 달콤하고 향긋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이야기 꽃을 피웠다.

코로나 이야기(두 분은 백신도 안 맞았고 코로나도 안 걸렸다고 한다.)


백신과 빌 게이츠의  연관성을 상당히 의심하고 있었음. 에어비앤비 플랫폼의 과대 수수료 문제 한국의 시험 경쟁과 작은 아파트가 얼마나 비싼지 카페 사장, 구두 디자이너인 가브리엘라의 두 아들 이야기 등등


(우리가 처음 만났던 체르탈도 역 앞에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의 사장이 파비오 화가의 작은 아들이었고

실제로 다음 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카페에서 작은 아들을 소개해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화가로서 삶이 어떤지 물었다.

파비오는 자신이 좋아하고 즐겁다고 했고 그림을 주말에만 쉬고 매일 스튜디오로 나가서 그린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 번 더 전시회를 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것 역시 비지니스로 열리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가브리엘라 피렌체 시에나 에어비앤비에 온 최초의 아시아인이자 한국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전시회 호응이 너무 좋았고 그들이 한국에서 받았던 좋은 대접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인인 우리가 여기 예약했을때너무 좋았고 이런 특별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라고 했다.

파비오는 게스트와 저녁은 물론 아침도 같이 먹은 적이 없다 했다. 우리는 네 사람은 두 번의 아침과 저녁, 네 번의 식사를 함께 했다.



"You are special"이라고 말하던 파비오 화가의 말이 아직 생생하다.



밤새 달이 밝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창밖을 보니 에드벌룬이 토스카나의 평원으로 내려 앉고 있다.

이 풍경 실화니? 라고 묻고 싶다. 파비오의 그림을 잠시 바라보았다. 의자에도 잠시 누워 토스카나의 아침 공기를 느끼고


이제 다시 올 수 없을 이 사이프러스 나무 길을 눈으로 걸었다. 여기는 그저 피렌체 에어비앤비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뒷마당이다. 수영장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아이와 가족이 꼭 여기에서  하루는 부족하고 이틀쯤 머물렀으면 한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여기서 4박 이상을 머문다고 한다. 우리에게 채소를 제공해 준 가브리엘라 할머니네 텃밭이다. 오늘 아침 팬케이크 냄새도 여전히 고소하고 따뜻했고

끓여내 온 커피냄새는 내 지친 온 마음을 감싸 안았다.



어제밤 

가브리엘라 할머니는 한국에 다시 와 보고 싶다 했고

나는 여기가 너무 좋으니우리 한달간 서로 집을 바꿔서 살아보는거 어떠냐는

이야기를 하며 같이 웃던 장면도 있었다.

나는 땡큐다. 그런데 좁은 아파트에서 답답할텐데 괜찮겠냐고 했다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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