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온 외국인은 우리집이 신기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외국인으로서 그들의 집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마치 또 다른 형태의 비행기에 탑승하는 기분이었다. 그 비행기의 승무원들은 모두 제 각각 다른 응접을 해 주었다.
여행을 가는 이유가 많을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 해방되고픈 마음, 유명한 건축물이나 미술품,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며 자연을 마주하는 그 뻥 뚫린 자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이유중의 또 하나가 우리와 다른 그들의 삶과 문화 속으로 들어가 보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에어비앤비의 광고 카피는 정말 탁월했다.
"살아보기. 현지인들과 함께 살아보기"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이런 경험이나 낭만 같은 것을 꿈꿔보기도 한다. 유럽의 에어비앤비의 경우는 그런 점에서 낭만을 이뤄볼 만하다. 아시아의 경우 에어비앤비는 대부분 그게 생계 수단인 사람들이 많다. 에어비앤비 임대업자라는 이야기다. 유럽 사람들도 생계나 돈벌이 차원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긴 하지만 전문적인 기업형 임대보다는 자기 집에 남은 방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자기 안방을 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보라고 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가는 유럽 여행에서 그들의 문화와 삶의 속살까지 큰 힘들지이 않고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바로 숙소 경험이기 때문이다.
첫 유럽 여행에서 네 번째 유럽 여행까지 대부분의 숙소를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호텔보다는 저렴하다.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를 알 수 있다. 현지인의 삶의 모습과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단점은 숙소의 실제와 다른 사진에 속을 수 있다. 숙소 찾아가는 데 자신 없는 길치라면 애초에 포기해야 한다. 다른 게스트들과 숙소를 공유할 수도 있다. (이런 집은 추천하지 않는다. 뮌헨에서 중국인, 암스테르담에서 미국인 부부와 옆방을 썼는데 화장실까지 공유하는 것이라면 예민한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다.) 호스트가 맘대로 예약을 취소해버리면 낙동강 오리알 될 수 있다.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자동으로 취소 후기가 등록되니 그런 후기가 있는 집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 좋은 숙소를 고르려면,
1) 반드시 숙소 주인이 게스트를 대하는 호스트의 대한 마인드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대화를 해 봐야 한다. 현지의 날씨를 물어보거나, 여행에 대한 그 도시에서의 나의 기대, 내가 계획한 여행 일정 등을 알려주고 의견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것을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게스트가 있으니 반드시 이 점을 꼭 명시해야 한다. 내 아이는 어떤 성향의 아이이고, 당신의 집에 머무는 동안 잘 해 환영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라나다 숙소의 유쾌했던 아주머니.
2) 가능하면 호스트의 응답이 빨리 빨리 와야 한다. 어떤 호스트들은 질문이나 메시지를 보낸지 2~3일이 지나도 답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인이 바쁘거나 게스트가 너무 적어서 관리에 무심할 수 있다. 이럴 경우는 현지에서 숙박을 하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주인하고 연락이 잘 되지 않아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집에서 물이 샌다거나 열쇠로 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 이웃하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 등등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는 항상 일어날 위험이 있다. 호스트가 게스트를 대하는 마인드가 정말 중요하다. 기억에 오래 남는 최고의 호스트가 있는 반면 정말 네 가지라고는 없는 주인도 있으니 맘에 드는 집이라도 호스트가 응답이 늦거나 불친절하면 과감하게 포기하는게 맞다.
3) 시내 중심이나 관광지와 멀더라도 집 앞에서 편리하게 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로 이런 집은 넓고 숙박비가 시내 중심에 비해 저렴하다. 게스트가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호스트들도 전업 주부가 많아서 세심하게 여행에 신경 써 주고 친절하다.) 스위스 슈피츠의 숙소는 알프스에서 녹아 내린 빙하호인 튠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말 그대로 그림 같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묵었다. 밤 하늘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이 많은 별은 호수를 비췄고, 호숫가에 정박된 요트들 사이를 한적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놓고 있다가 휴대폰을 기차에 놓고 내릴 정도였다. 주인 할머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고 스위스식 퐁듀도 만들었냈다. 그러나 그 동네에 버스가 1시간에 한대. 막차는 저녁 6시면 끊어졌다. 스위스의 여름 저녁은 8시가 훨씬 넘어야 어두워지는데 오후 6시에부터 숙소에 들어와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의도치 않게 히치하이크를 여러 번 했다. 운이 좋아서 그때마다 우리를 태워주는 착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슈피츠 역에서 버스가 없어서 어떻게 그 먼거리 집까지 걸어가나 싶을 땐 정말 막막했었다.
4) 호스트가 친절한지, 위치, 방의 컨디션 등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이 읽어봐야 한다. 적어도 후기 20개 이상은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선호도와 불편이라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후기가 아예 없는 오픈한지 얼마 안 된 비앤비에 묵어본 적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후기가 많은 집이 경험상 좋았다. 단, 대부분은 좋은 후기를 많이 쓴다. ‘위치가 좋다’, ‘주인이 친절하다’ 등. 그런데 이런 짧은 후기들보다 긴 내용이 적힌 후기를 자세히 읽어보면 장점과 단점이 잘 드러나 있다. 냉난방이나 습기, 엘리베이터 유무, 욕실 사용, 문제가 생겼을 때 호스트의 대응 등을 자세히 읽어보는 게 좋다. 연락도 안 되고 무대책인 호스트도 적지 않다.
5) 집이 마음에 드는데 너무 비싸면 주인과 가격을 협상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면 가격을 제시하면 호스트가 다시 새로운 가격(special price)를 제시한다. 나는 작년 파리랑 이번에 밀라노에서 각각 20유로씩 주인이랑 협상해서 깎았다. 전문 임대업자가 아닌 현지인들이 부업 겸해서 하는 숙소라면 시도해 볼만 하다. 영어에 자신이 없더라도, 중학생 수준의 영어라도 시도해야 한다. 이런게 사실 여행의 귀찮음이기도 하지만 또 여행 준비의 설레임이기도 하다. 이렇게 유럽 여행 17박 18일 숙소 경비를 76만 5천원에 예약한 적도 있다.(할인코드를 이용)
친구랑 둘이 간다면 1인 4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17박을 갈 수 있다.
여행의 첫날 우리에게 프라하 여행 일정과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마리오. 이후로 떠나는 날까지 마리오를 볼 수 없었지만 매일 두번씩 여행이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봐 주었다.
물론 유럽까지 갔으니 한번쯤 좋고 멋진 호텔에 머물로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유럽의 각 나라의 마트 구경도 하고 장봐서 아침도 해 먹고 주인이 매일 차려내 주는 요거트. 커피. 빵. 치즈. 햄. 주스로 유럽식 아침을 먹고 하루 여행을 나서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여행의 여건이나 환경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 두 번의 휴대폰 분실, 도난, 수없이 잃어버린 길, 입장표를 바꿔오지 않아 노이슈반슈타인 성 그 산 중턱까지 숨이 차도록 뛰어 올라간 일, 새로 충전한 나비고를 잃어버린 일, 베르사유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일, 피렌체에서 너무 아파서 밤새 기침만 하다 날은 샌 일 등등 예상 1도 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 여행이다. 숙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가짐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여행도 때로 지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