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디푸스 Oct 02. 2019

최소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비웃진 말자

  우리는 많은 원칙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러한 원칙들 중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며 구성원 모두가 강력하게 동의하고 그것들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가 이에 해당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를 잘 지키며 절대 룰로 여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되면 반드시 처벌하기 위해서 공권력이 작동한다. 이와는 다르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고 동의는 하지만 강력하게  지키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무단횡단, 불법주차, 속도위반 등이 있다. 경범죄에 해당한다. 이들도 처벌 대상이긴 하지만 반드시 찾아내서 처벌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법주차를 했다고 해서 크게 죄책감을 가지거나 다른 사람의 비난도 많이 받진 않는다. 오히려 왜 주차단속을 하는지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데 후자의 경우들은 많은 트러블을 겪기도 한다. 위에서 예로 들었듯이 주차 단속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주차할 곳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 주차를 하란 말이냐' 또는 '잠깐만 주차했다가 뺄 건데 뭐가 문제냐'라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원칙과 규칙들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원칙을 무조건 지켜라'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지킬 수 있는 한 최대한 지켜라'라고 말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비웃지 말라'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구역이 아닌 곳에 자동차를 주정차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전을 하지 않거나 이제 막 운전하기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다. 하지만 주차할 공간이 있는데도 개인의 편의를 위해서 불법 주정차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차 구역에 주차하려면 좀 더 움직여야 할 때 그렇다. 편의점 같은 곳에 잠깐 물건을 사고 나올 때 잠깐이면 볼일이 끝나는데 주차구역까지 가서 주차하기 귀찮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것은 원칙보다 개인의 편의를 좀 더 중요시해서 생기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회사 근처에 편의점(하기 그림)이 있는데 아침을 안 먹은 날은 출근길에 가끔 들러서 요기를 한다. 근처에 다른 회사들도 많아서 아침에는 장사가 잘되는 목이 좋은 편의점이다. 게다가 보통의 다른 편의점들과는 다르게 편의점 옆에 주차구역이 넓게 갖춰져 있다. 6~7대 정도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편의점 옆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고 컵라면을 하나 먹고 나오면 아래 그림처럼 여러 대의 차들이 편의점 앞에 주차되어 있다. 주차구역은 비어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내 차를 막고 있어서 나는 차를 빼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게다가 주차 구역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 바로 옆에 바로 붙어 있는데도 그렇다. 그리고 편의점에는 '편의점 앞에 주차하지 말고 주차구역에 주차하세요'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어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점 앞에 정차를 하고 볼일을 보며 이로 인해서 편의점 앞의 통로가 막힌다. 잠깐이면 된다는 생각, 개인의 편리함,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추가로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가 내가 겪은 것처럼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도 있고,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속에선 화가 나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편의점 앞에 주차하고 싶진 않다. 비어져 있는 주차구역을 보고 내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보다 도덕적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회사 근처 편의점 주차 상황 (발로 그린 거 아님)


  또 한 번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동료들과 내 차를 타고 편의점에 갔다. 나는 언제나처럼 편의점 바로 옆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다. 그때 같이 있던 동료 중 한 명이 "왜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지 않나요?"라고 물어봤다. 그 말에는 약간의 핀잔도 섞여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다른 동료들 차를 타고 편의점에 간 적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다들 주차 구역이 아닌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으며 그때 아무도 "왜 주차 구역에 주차하지 않나요?"라로 물어보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나 역시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하다. 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정상이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비정상이 된 것인가?


  회사 점심시간에도 몇몇이 1~2분 전에 식당에 식사하러 가더니 이제는 다들 5분 전에 식사하러 간다. 점심시간에 맞춰서 식사하러 가는 것이 비정상이 되어 버렸다. 5분 전에 식사하러 가자는 동료에게 "식사시간을 준수하세요. 저는 시간 맞춰서 가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아마 나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게 말하진 않고 나도 같이 식사하러 가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어릴 때는 무단 횡단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비웃음을 산 적도 있다.


원칙을 지키라고도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을 뭐라 하지도 않을 테니

최소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비웃진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소문의 부정적 측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