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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빛 Feb 18. 2021

따뜻한 말 한마디



 가게를 오픈하고 초창기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왔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불특정 다수가 오는 곳이 카페 이지만, 나중에는 그 공간의 느낌과 주인의 느낌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고.
  지금은 그런 손님이 없어졌는데 운영 초기에는 내게 막말을 하거나 불필요한 조언을 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



“맛있으면 다시 오고 맛없으면 다시 안 올 거예요.”

  어떤 여자분이 주문도 전에 내 면전에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었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오픈 초기라는 걸 알고 나와 내 커피를 테스트하는 발언이었다.

  사실 누구나 꿈꾸는 카페 운영은 친절함 속에 간혹 다른 사람의 아픈 말을 삼켜야 하는 서비스직이다. 다른 사람의 돈을 받는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최상의 커피와 예쁜 공간, 분위기, 문화, 맛있는 디저트 등을 제공하고 서비스해드려야 하는 직업. 그리고 그들이 먹고 마신 잔을 치우고 설거지하고 다양한 요구를 들어드려야 하는 직업.
  육체적인 일은 당연히 내 일이라 기꺼이 열심히 하지만, 가끔 마음을 강타하는 나쁜 말은 나도 힘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서비스직을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나 가게 운영자의 입장도 요즘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언젠가 전주 청년몰에 갔을 때 화장실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당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관계’라고.
 ‘손님은 왕’이라는 갑을관계에 대한 오랜 통념을 비판하고 손님과 사장을 필요한 것을 사고파는 ‘사람대 사람’의 관계로 재정립한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열심히 하세요.”

  내가 동네 장사를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카페에 한 번 오셔서 수제차를 시켜 드시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어르신 입장에선 진심 어린 조언이었겠지만 나는 왜 ‘동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 품어주는 말보다는 텃세로 느껴졌는지. 나도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손님은 내게 야속한 조언을 내뱉고 다시 카페에 와주시진 않았다. 그때 알았다. 단순하게 조언을 내뱉는 사람들은 사실 카페에 자주 오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시간이 6개월 정도 흘렀을까. 가게가 조금씩 자리 잡게 될 즈음 정말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내가 한 단골손님께 커피를 드리며 “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그 손님께서

“제가 더 감사하죠. 여기 커피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커피 마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대답도 잘 못했는데 그 손님이 가시고 나서야 점점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에 한 일주일은 내내 행복했던 것 같다. 나의 일에 대한 자긍심도 느꼈다.

 다른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단골 손님께 커피를 드리며 “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제가  감사하죠, 맛있는 커피를  동네에서 먹을  있어서요.”라고 옅은 미소를 지으시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동네에 이렇게 작고 예쁜 카페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런 카페가 잘 돼야 할 텐데.”
“친구들이랑 자주 올게요.”
“처음엔 조금 힘드셔도 1년 이상 잘 버티셔야 해요.

 꼭 잘 될 거예요.”
“식사는 잘하고 계시나요? 잘 드셔야 될 텐데”
“출출하실 때 드세요, 선물이에요.” 등등...
 이런 사람들이 정말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따뜻한 일들이 내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날엔 뒤 돌아 설거지를 하면서도 ‘나 이런 손님도 있어! 좋은 사람들 너~무 많아!’ 라고 생각하며 씩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자랑스러운 기분이었고 일을 하면서도 힘이 났다.

말 한마디에도 사람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새롭게 경험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늘 웃을 순 없지만 그동안 좋은 손님들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그냥 커피를 파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자리가 커피를 전해주며 나의 좋은 생각과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든다.

 좋은 말씀 해드리기, 진심으로 이야기 들어드리기, 건강에 좋은 음식 정성껏 만들기, 안부 묻기, 인사 잘하기, 노 플라스틱 제품 사용하기, 건전한 모임 운영하기, 옆집 할머니 안부 묻기 등...

작은 행동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많다.



 서비스직은 힘들지만 사람들과의 작은 만남과 관계들이 쌓여 서로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기도 한다는 걸 경험하고 있는 요즘, 나는 이렇게 묻는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공간을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내가 힘든 시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를 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로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되길.
나의 작은 친절과 따뜻한 태도 하나하나가 사람들 마음속 작은 곳에 스며들어 널리 널리 퍼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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