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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Feb 08. 2022

입사 3일만에 팀장님이 사라졌다.(ft. 낙동강오리알)

그가 당신을 떠난 이유

본 글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나,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된 글이므로 약간의 기억의 왜곡이나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재미로만 봐주세요:)



사실 면접요청부터 면접 과정 또한 심상치 않은 곳이었다. 찝찝해하면서도 내가 입사를 강행한 이유는, 오랜 취준 생활에 지쳤기 때문이고 그래도 수습기간만 했던 그 회사보다는 양호한 연봉 때문이었을 것이다.


입사 첫날, 우리 팀은 팀장님과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포지션과 조금은 달랐지만, 아무렴 좋았다. 제대로 된 일을 해본다는 게 오랜만이어서였을까?


알고 보니 우리 팀은 이번에 새로 꾸려진 팀이었다. 팀장님도 나보다 3일 먼저 입사 한 분이었고, 나머지 동료 중 한 명도 이번에 입사했다고 했다. 우리 팀은 꽤나 분위기가 좋았다. MCN 업계 1위 회사에서 팀장으로 하시던 분을 모셔왔으며, 그분은 꽤나 실력 있는 분으로 보였다. 더불어 전 회사의 여파로 자율적인 분위기를 선호해 우리 팀만큼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해 보겠다던 팀장님의 말도 믿음직스러웠다.


나에 대한 파악을 위해 팀장님이 내어주신 간단한 과제들을 해냈고, 팀장님은 나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게 느껴졌다.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우며 우리 팀이 이 회사에서 꽤 괜찮은 역할을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입사 후 3일이 지났다.


대표님과 회의가 있다던 팀장님은 꽤나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셨다. 아무래도 대표님과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급기야는 우리의 역할을 대표님이 바꾸려 하셨는지, 팀장님은 팀원들을 전부 데리고 들어가서 설득하는 과정까지 거치셔야 했다.


점심을 먹고 또다시 대표실에서 한참 얘기를 나누시던 팀장님은, 별안간 나오시더니 짐을 챙기셔서 회사 밖으로 나가셨다.


"미안합니다" 


짧은 메시지와 함께.


뒤따라 나간 동료에게 들어보니 그 길로 퇴사를 하신다고 했다. 머리가 띵했다. 입사 3일 만에 팀장님이 사라지다니. 우리 팀 전체가 해체되는 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덕분에 우리 팀원 세 명은 팀장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고, 길 잃은 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시작은 대표님의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회사의 유튜브 채널 활성화를 위해 잘 나가는 MCN 회사 팀장을 스카우트해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팀장님께 일임한다는 조건으로 모시고 왔지만 막상 팀장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대표 당신이 생각한 방향성을 그대로 시행하라는 식의 오더가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팀장님의 실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 했던 것이다.


사실 그 팀장님도 만만치 않은 분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사건이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가장 큰 문제는 '신뢰'였다.


작은 회사에서 잘 나가는 회사에서 잘 나가는 팀장을 모셔 올 때에는 '난 당신의 능력을 믿으니 우리 회사에 와서 당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주세요'의 의미가 내포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것들을 내포하는 연봉협상이라던지, 포지션이랄지 권한까지 주기로 얘기가 끝난 상태에서 큰 마음을 먹고 이직을 한 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대표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고 자신이 제안 한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도 않았으며 그저 대표의 손발이 되는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면, 그 누가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려 하겠는가


물론, 대다수 회사들에서 경력직에게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보며 성과를 측정하고 서로 fit을 맞춰가는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자유로운 책임과 권한을 준 이후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하는 식의 테스트는 차원이 다르다.


대표님의 얕디 얕은 신뢰는 그렇게 3일 만에 우리 팀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버렸다.




대표가 처음인 당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


당신 손으로 뽑은 직원을 믿지 못한다는 건, 당신이 그만큼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꽤 괜찮은 회사에서 괜찮은 대우를 받으며 다니고 있던 사람을 모셔 올 때엔,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고 그 사람의 능력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당신이 시키는 대로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에는, 잘 나가는 경력자가 아닌 스킬이 많은 신입이 적임자 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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