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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Jun 28. 2024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리 삶의 유일한 한계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부과하는 것일 뿐이야.



달의 뒷면 : 그림자 속 은밀한, 삶의 노출증
[ 삶의 방황과 깨달음 ] 


저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0살까지 자주 실신했다. 10살 이후에도 반복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간질'이라는 질병으로 부른다. 


전조증상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감정적, 신체적으로 소모된다고 느껴졌을 때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되는 기분과 현 공간에 있던 사물들이 일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 어렸을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 

10살 이후 쓰러진 적은 없지만, 아득해지는 어지러움은 간헐적으로 존재했다. 


죄스러웠다. 도움은 커녕 피해만 되는 딸인게 싫었던 것 같다. 

엄마의 힘든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일기장을 들춰본 적이 있었는데, 코피가 멈추지 않았던 날 쓴 6학년 어느날에 대한 글이었다. 

어렸을 때도 책보는 것은 좋아했다. 특히 심리, 자기계발 서적은 내가 제정신으로 살고 싶어서(...) 다른 분야보다 많이 읽었다. 어딘가의 구절에서 '자기암시'에 대한 내용을 읽었던 것 같다. 워낙 어릴때라서 정확히 어떤 책이었는지는 당시 기준으로 정확하지 않다. 


[일기장 속]

나는 거울을 보고 이야기했다. 나는 더 건강해진다. 나는 건강해진다.

혼잣말을 되뇌이고 있는데, 아빠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그냥 얼굴을 보는 척 했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외치고 나니 뭔가 좀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코피도 멎었다. 



우리 삶의 유일한 한계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부과하는 것들이다. 
- 시크릿, 론다 번 -













시크릿을 거의 사기 수준으로 보고 비과학적이라고 헐뜯는 사람들도 꽤 많은듯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잠재의식의 힘은 내 인생 전반을 지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시크릿 책이 처음 나와서 비판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을 때도 책을 들고 다니면서 무기력해질 때마다 읽곤 했다. 

아래의 조셉머피 '잠재의식의 힘'도 비슷한 류의 책인데 다른 방식으로 서술했으니 의지를 가지고 희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도 한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자.
모든 문제의 답과 해결책은 언제나 존재한다. 
원하는 결말을 상상하고 현실로 느끼면 무한한 생명의 원리가 현재의식의 선택과 요구에 응답한다.
-조셉머피, 잠재의식의 힘-



10살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해졌다. 


그렇게 잠재의식의 힘을 믿는다면, 왜 조금 더 성공하지 못했냐고?

내 기준에서의 현재 답변은 정말 단순하다. 

각종 잠재의식의 힘에 대한 이야기로 점철된 책들에서도 언급하듯이 '진짜 힘든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변하고 싶지 않은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좋든, 좋지 않든 그곳에 머문다. 

부정적 감정도 부정적 상황도 모든 악에서 '그대로 머문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우울함, 분노, 시기심, 짜증 그 모든 부정적 감정의 껍데기가 그 사람의 집이 된다. 

이불밖은 무섭다며 나가지 않고 그곳에서 굳어져 간다. 


누군가의, 

'행동을 포함한,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진심을 담은 말', 내가 직접 읽는 '진정성이 담긴 글'(실은 둘다 마음을 깨는 역할을 하는 도구로서 형식만 다르지 결국은 같다고 생각한다.)은 이러한 부정적 감정의 껍데기를 깨기 위해서 필요하기에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거나 '좋은 문장들'을 곁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달의 앞면 
[ 삶의 방황과 깨달음 : 나를 잡아준 사람들과 말 ] 

말, 나를 깨우는 알람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전교권 성적만 받아본, 보기에 정말 야무지고 똑똑해 보이는 친구였다. 

한국교원대는 전원 기숙사제도였기에 24시간동안 언제든, 친구에게 찾아가는 것이 쉬웠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방을 두드리고 "oo아~ 야식먹자!!!" 라며 호기롭게 들어갔는데, 잠시 동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단점하나 없이, 나와는 다른 모범생 인생을 살아왔다고 여겼던 동기가 침대 구석에 엎어진채, 내가 왔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울고 있었고 휴대폰은 내팽겨쳐져있었다. 


그리고 그날 알게되었다. 나보다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더 바르게 중심을 잡고 살아왔던 그 친구의 삶의 한자락을. 


이야기로 풀어내면 끝이 없겠지만, 그리고 간단히 말할 수도 없는 삶의 일부지만. 

폭군 같은 아버지를 두었던 그 친구의 가정은 매번 고성과 폭력이 오고갔다. 


그 곳에 함께 살던 세 자매는 무서워서 떨면서 지냈다. 


화가난 아버지는 막내동생이 있는 채로 집에 불을 지른 채 나와버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운이 좋아 막내동생도 살 수 있었지만, 자신이 차마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트라우마가 남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연탄을 때는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새벽에 연탄가스로 인해 죽을 뻔 한 기억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던 당시엔, 이혼을 준비하고 계셨던 상황이었다. 


언니는 서울대, 친구는 나와 같이 교원대. 

폭풍같은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 책장을 넘겼다고 했다. 


나와 그 친구는 서로 이야기를 공유했고, 구멍난 마음에 천 하나를 기웠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거야. 부모는 부모 한 개인으로서의 짐을, 너도 너의 짐을. 부모님을 돕고 싶다는 좋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모님의 짐을 네 짐처럼 끌어안고 괴로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나와 부모님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의지되는 존재도 아닌 채 그저 그냥 그 감정에 엉겨붙어서 자기 연민 속에만 빠져있었다는 것을 친구의 말을 통해 깨달았고, 


구멍난 마음 속, 패인 상처들이 이야기 속 바람을 맞으며 조금은 흔적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  다음편, 달빛 [Moon light] : 학교에서 돌려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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