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나의 생각들
당신은 건축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흔히 말하는 의식주 중에서 ‘살 주’에 해당하는 중요한 요소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가? 한국 건축이 멈춘 이유는 관심이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것은 건축뿐만이 아닌 디자인의 포괄적인 의미다. 대체 우리의 건축은 왜 제자리를 맴돌고, 왜 따라만 하며, 왜 자아를 가지지 못한 것인가. 24살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실에 대해 들려주려고 한다.
나는 최근 유럽에 14일간 여행을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로마 총 4개국을 다니면서 다양한 건축 양식을 접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유럽에는 대규모의 건축물이 많다. 콜로세움, 판테온, 바티칸 박물관, 베드로 성당 등 로마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건축이 변형된 것을 볼 수 있다. 단지 3시간씩 기차를 타고 지나갔을 뿐인데 건축 양식이 나라별로 확연히 다르다. 모두 각자의 개성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내가 본 유럽의 공통적인 건축 특징은 이렇다. 첫 번째로 건축물의 역사에 대해 존중한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건축물은 그 자체만으로 높은 가치를 사며 그것을 보존하려고 나라에서 관리한다. 영국에서는 파사드나 외벽은 그대로 두어서 내부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주변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단지 나의 건축물의 개성이 아니라 바로 옆과의 관계, 도시 전체의 관계까지도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건축양식, 재료, 색 모든 것이 고려된다. 세 번째는 틈과 높이에 대한 통일성이다. 피렌체의 경우 건물들이 모두 비슷한 높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두오모 성당과 지오토의 종탑이 더욱 극적으로 보인다. 네 번째는 간판에 대한 고민이다. 유럽은 대체로 색이 철저하게 절제되어서 심벌의 형태로 디자인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건물을 뒤덮거나 크기가 큰 것이 아닌, 자신의 최소한의 영역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들이 보였다. 다섯 번째는 환경에 대한 순응 능력이다. 더운 시기가 많지 않아서 에어컨이 설치되어있지 않은 공간들이 많았다. 온도가 높으면 그늘에서 견뎌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 건축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 아름다움은 무엇이고 현재도 잘 지속되고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것의 확실한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 역사도 길지 않으며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있는 가장 건축적 특징이 적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한국에서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 양식이다.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장점에 반해 소통, 도시 미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지리적인 특징을 보면 절반 이상이 산지를 가지고 있어서 이용 가능한 평지는 한계가 있다. 평지에 대한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파트가 나온 것은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아파트는 서로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불규칙적인 높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여기서는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고민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 아파트 중에서 과연 주변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건축한 것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아파트 문화가 오래된 만큼 발전도 많았다. 모두 디지털로 제어가 가능하며 카드 하나로 모든 공간에 출입이 가능하다. 반면에 시공 문제에서 본다면 기간 내에 완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부실공사가 이루어지는 현상도 만연하다. 또한 아파트의 공간은 많은데 값이 비싸기 때문에 입주자가 없는 한계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한국의 건축의 자랑거리이자 미래는 아파트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내가 주장하고 견해를 나누고 싶은 것은 단순히 비판이 아니다. 비판에서 그치는 것은 그 정도까지의 가치를 가진다. 내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도출한 해결책이자 가치관을 설명하려고 한다.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데 어떻게 강요하겠는가. 다만 우리가 살아오면서 불필요한 것을 방지하는 규칙들이 있다. 건축을 할 때 당연히 곡선보다는 직선이 더 편하다. 시공비가 덜 들며 가구의 배치도 더욱 편해진다.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곡선을 사용했을 때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개성을 가지는 것이 관건이다. 조화라는 단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쉽게 생각하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이질적이지 않다. 내가 본 한국은 현재 이질적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미관을, 바로 옆과의 관계도 고려하거나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유럽에서 본 것은 랜드마크적인 요소를 하는 건축물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주변에서 조화를 이룬다. 국내를 보면 주거 밀집 지역에는 단독주택, 연립주택, 상가, 아파트의 높이가 모두 다르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며 랜드마크적인 요소를 가진 건축물이 아파트가 된다. 그것이 수직적으로 높이 뻗어 강조되고 있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의미를 가진다면 누가 의도해서 계획했을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에게는 각 도시의 특징을 살린 대대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내(필자)가 어떤 영향을 받아 어떤 건축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자문이다. 고 김중업 건축가는 르 꼬르뷔지에(현대 건축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해석을 넣어 한국에서 디자인했다. 고 김수근 건축가와 고 이타미 준은 일본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건축물을 만들었다. 어디서 배워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다. 이것은 누구도 정해줄 수 없다. 오로지 나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여행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확실한 건축을 찾지 못했다. 가장 알아보고 싶은 나라가 파리, 독일이다. 아쉽게도 학교에서 가는 단체 여행이었기에 내가 보고 싶은 건축물을 만나지 못했다. 두 번째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 번째는 한국의 정서와 지리적 환경에 대한 연구다. 일본은 프리츠커 상(건축계의 노벨상)을 현재까지 6명이 수상했다. 건축가들에게는 꿈의 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0명이다. 왜 못 받았을까? 나는 한국만의 건축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건축의 역사도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답을 찾으면 결국 그것의 새로운 버전일 뿐이다. 그 건축물을 보면 그 건축가가 생각날 뿐이다. 영향을 받았다면, 결국 한국의 정서가 들어간 해석만이 새로운 건축과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나는 어떻게 영향을 받아서 어떤 건축을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고민이 더욱 많아졌고 전공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은 긍정적이다. 나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고 도전하고 싶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