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호스트가 되기까지
에어비앤비는 개인의 방이나 집을 타인이 이용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 채 되지 않았지만, 기업가치는 글로벌 호텔 하얏트나 힐튼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등장하기 전에는 소파를 무료로 내어주고 공유하는 ‘카우치 서핑’ 서비스가
존재해왔는데, 시도는 좋았지만 무료로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사업모델로 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던 것 같다.
카우치 서핑에서 좀 더 보완하여 사업화시킨 에어비앤비 -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에서 느낄 수 있듯이 기존의 여행이 보고 스쳐가는 관광이었다면
‘현지’라는 특정 상황에서 잠시나마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은
근사한 호텔에 머무는 것과 또 다른 특별함을 제공한다.
물론 이와 같은 형식으로 국내에서는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주변에서
방 몇 개를 저렴하게 내어주는 민박 형식은 예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흐름은 호스트의 집 일부를 이용해서 단순한
수익화를 시키는 목적이 아닌, 호스트의 성향이 고스란히 뭍어나 있는 공간,
깨끗하게 정리된 집 안에 여행자를 들이고, 여행자가 더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데서 차별화가 있다.
에어비앤비를 처음 알게 된 건 2012년 ‘고릴라 백패킹’ 백패킹 장비 대여 사업을 하고 있을 시기였다.
백패킹 장비를 대여하다 보니, 백패킹 장비를 빌리는 고객은 첫 캠핑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그때까지만 해도 백패킹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아서, 처음 캠핑을 가는 고객을 위해서,
‘고릴라 백패킹’과 공간 제휴를 할 업체들을 찾고 있었고, 그중 이태원 중심가에 위치한 4층 건물의
‘G게스트하우스’를 알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의 4층 루프탑에 올라가니, 이태원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캠핑을 하면서, 이태원 도시 야경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시에서 쉽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공간 제휴를 하고, 홍보와 판매채널을 알아보다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에어비앤비’를
소개해줬고, 외국인은 대부분 이 채널을 통해 예약이 이뤄진다고 했다.
그때부터, 에어비앤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국내/해외여행 일정이 생기면
호텔보단 에어비앤비를 먼저 켜고 숙소 먼저 서칭을 했다.
에어비앤비를 알긴 전, 여행을 가면 현지를 체험하기 위해, 부킹닷컴으로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의 로비에서 현지의 맛집이나, 가야 할 곳을 물어보곤 했는데,
현지인이 운영하고 호스트가 상주하고 있는 집에서 머물 때면, 현지에 관련해서
호스트에게 물어보는 게 더 편하고 즐거웠다. 현지 로컬에 있는 맛집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소소한 역사와 에피소드도 덤으로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어비앤비를 가게 된 곳은 국내/중국/동티베트/일본/필리핀/베트남/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였다
특히 중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중국 대륙 일주를 하게 되었는데,
여행했던 도시로는 청도> 선양> 대련> 내몽골> 베이징> 천진> 상해> 항주> 소주> 광주> 쿤밍> 따리> 리장> 샹그릴라> 디칭> 청두였다. 중국에서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한 콘셉트의 공유 숙박 호스트가 거주하며 운영하는 공간을 접했다.
쿤밍에서는 40평 남짓 되는 복층으로 된 아파트에 방 4개를 임대하고 있었고, 방 4개 중 1개는 호스트가 사용하고 나머지 3개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을 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난 이런 형식의 게스트하우스 운영방식이 놀라웠고 수요가 있고, 그 수요자 사이에서 함께 자연스럽게 즐거워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놀라웠다.
동티베트에 위치한 샹그릴라에서는 일주일 정도 머물 계획이었는데, 도착한 마을이 너무 예쁘고 게스트하우스를 보자마자 더 머물고 싶었다. 당시 계획했던 샹그릴라 여행 예산이 더 머물기엔 부족하여, 게스트하우스 방에 머무는 것 대신 마당에 텐트를 치고 지낼 테니 방값 50%를 할인해 달라는 제안을 했는데, 당시 인상 좋은 호스트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주방과 화장실까지도 편하게 사용하라고 편의를 봐주었다. 그렇게 계획했던 일주일 여행이 3주가 되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는 서핑을 좋아하는 부부가 300년 된 가옥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했었는데,
호주 시드니에서 10년 동안 바쁘게 살다가 한적한 고향이 그리워서 돌아와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새벽마다 출근하기 전 서핑을 즐기고 있다고 해서, 함께 비 오는 날 따라가서 새벽에 우산을 쓰고
서핑을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일본 유후인 한적한 시골에서 30년간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한 연로하신 분이 자신의 집 일부를 공유하고,
자신이 최근 개발한 음식이라며 실험적인 카레(나는 자연인이다 카레 X)를 내어주던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호스트 분과 함께 인증샷 | LDK(Living Dining Kitchen) 구조의 공간 | 오래된 화목난로
신혼여행으로 갔던 유럽 스위스에서는 늦은 시간 로컬에 있는 마트에 들려, 그 동네서 만든 치즈와 파스타면을 사서, 호텔이 아닌 가정집에 들어가서 우리끼리 음식을 조리해 먹고 집처럼 편안하게 있었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유럽여행을 생각하면 먼저 한 장면으로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이처럼 기억에 항상 남는 에어비앤비 공간은 결국 공간과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이 함께 존재했을 때의 공간인 것 같다. 이러한 여행은 내 인생에 있어서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는 도파민제 같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나도 꼭 한번 내가 느낀 공간처럼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가득 담긴 편안한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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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