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군데쯤 마음의 벙커가 필요하다.
[2] 10월 5일 파트2
낙산사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낙산항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 되는데 아침밥으로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닷가 마을인 덕분에 여기 저기 새벽 시간에 일찍 여는 식당들이 많은 편이다. 가급적이면 속초, 양양 현지인들의 아침 식당에서 먹기를 원한다. 관광지 느낌의 식당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이 싫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낙산사 아래나 대포항 식당가에 가서 밥을 먹어보기도 했는데,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왜? 식당이름이 전주식당이지? 여기는 속초인데... 물론, 지금은 그 이유를 누가 안가르쳐줬지만 안다. 전주에서 관광온 사람은 얼마나 반갑게 들어갈 것인가? 하는 그런 생각이다.
낙산사 아래도 여러 지명을 딴 식당들이 많다. 어제 찾은 낙산사는 마치 절이 아니라 관광지 같았다. 주차장도 반이나 차있고 절아래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도 많았다. 내가 매주 가는 속초가 관광라는 것을 새삼 느낄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볼거리가 많은 꽃 피는 계절, 여름 휴가철, 가을 단풍철이다.
나 처럼 1년 사계절을 매주 가다보면, 희안한 것을 알게 된다. 1년 내내 속초에서 사는 사람은 느낄 수 없고, 어쩌다 가는 관광객도 느낄 수 없는 희한한 것들을 알게된다. 주민도 방문객도 아닌 그런 마음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심지어 속초 지인들도 많이 생겨서 그들이 나에게 맛집을 물어보고 새로 생긴 핫 플레이스를 물어볼 때면 가끔 즐거운 당황이 되기도 하는데 그 재미가 만만치 않아서 나는 매주 1군데 정도는 안가본 곳 들을 찾아 가보려 노력하고 그 작은(?) 속초 안에서도 안가본 골목을 가보려고 노력한다.
직업이 부동산업이다 보니, 가끔은 지도앱을 열고 동네 이름과 경계를 외우는 영업 마인드까지 세워본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서울 사람들도 서울이 전체 몇개 구로 이루어졌고 옥수동이 용산구인지, 성동구인지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속초 지도를 외우고 있다. 아마도 나이들어서는 속초에서 내 건물에서 카페도 하고 부동산중개업도 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90% 이상 그럴 것 같다. 4도3촌을 철저히 실천하고 살려고 하는 마음이다.
앞서 말한 희한한 마음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이런 글쓰기의 이유기도 한데 애매한 마음속의 이야기를 글로 끄집어 낸다는 것이 참 어렵다. 속초를 갈때면 느끼는 희한한 마음이라고? 당연히 좋은 마음인데 햇살 가득한 빛나는 밝은 마음은 아니다.
바닷가 감성을 입은 여유로운 마음일까? 약간은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가는 과정속에서 차에서 명상하는 그 숙연한 마음일까? 그런 마음이 강한데 그게 다가 아니다. 에릭 칼멘의 All by myself 같은 노래나 카펜더즈, 에어서플라이의 음악을 들을 때 나는 느낌이라고 일단 표현해 보면서 좁혀 나가보자!
좋은데 좋기만 하지는 않다. 그건, 좋은데 찜찜함이 같이 있다는 뜻이다. 두꺼운 책을 읽는데 책이 자꾸 접해서 다른 두꺼운 책으로 눌러 놓는다던지 ... 하여간 무언가 억지로 눌러 놓는 그런 마음적인 그런 느낌이다. 터지지 않게 고이고이 살포시 눌러 놓는 행위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다보면 어느 순간에 돌아갈 길은 갈길 보다 어마 어마 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등산 같은 경우에는 그냥 돌아가면 되지만 인생은 분명 걸어온 길이 보이는데 돌아갈 수는 없다. 그냥 앞으로 갈 길만 있다. 돌아온 길에서 후회가 많으면 내 표현대로 왠지 찜찜한거다.
남들이 생각할때, 잘 살아온 사람이라도 심지어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사람저차도 그 찜찜함을 엄청 크게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주말은 일단은 그 찜찜함을 평일중에는 마음속에서 올라오지 못하도록 큰 돌로 눌러 놓는 행위다. 그런 행위를 하다보면, 마치 수도자 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상은 주말에 속초,양양,고성,강릉을 휘젓고 다니는 아저씨의 모습이다.
문제는 그 아저씨는 직업이 부동산업이고 자기 루틴이 매우 강한 사람인데 한 동네를 주말마다 매주 수백번째 오다보니 '동네 사람' 마인드가 생겼는데 아무래도 서울에서는 일반적인데 속초에는 없어서 아쉬운 것들 속초와 서울을 연결하면 좋겠다는 마음... 나 처럼 매주 돌덩이로 마음의 찜찜한거 눌러 놓고 살면 좋을 사람을 찾는 행위들을 한다는 것이다.
힘들어 보이는 친구가 평소에 보이면, 속초에서 만나자고 하거나, 심지어 속초에 태우고 가서 마음속 찌끄러기를 치워주려고 노력한다. 누군가에 소문은 안내겠지만 이미 그렇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속초에 왜? 그렇게 자주 가냐고 묻는데 .... 이제는 이유가 없어졌다.
주말이면 기독교 신자가 교회에 가듯이 나는 속초를 가는거다. 그게 이유다. 그리고, 그 이유속에는 희한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결론은 '사랑'이라고 해두자. 사랑하게 만들어준 이유가 몇가지 있었는데 워낙 내가 한번 좋아하게 되면 계속하게 되는 성격이다. 새벽에 속초로 출발할 때면, 가는 길에서는 차에서 음악을 끄고 고속 운전에 대한 집중과 머릿속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일상에서 바쁘게 살다보면 생각을 거의 못한다고 하지 않은가? 한 주 동안 있었던 고민, 나에 대한 생각,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속 고민, 다음에 해야될 일 등등을 생각한다.
두 시간을 1~2가지 고민을 생각하다보면, 정답은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이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은 파도를 보는 순간 확정된다. "아~ 그래 그렇게 하자!!!"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진 기분은 한주를 다시 즐겁게 살게 해주고 힘든 세상살이를 행군하게 만들어주는 '기세'를 만들어준다. 그런 기세를 얻고 낙산사에서 삼배를 드리고 나오면 마음속 쓰레기통이 텅텅 비게 되고 덩달아 배가 고픈 타이밍이 된다.
속초 시내에서 아침 밥을 먹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가 바닷가에서 직접 해먹는 방법이 있는데 어쩌다 하는 방법이고 보통은 속초 시내의 식당을 찾는다. 내가 속초 시내에 가는 가게들은 대부분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서점이든 ... 모든 가게의 사장님들이 나를 안다. 알 수 밖에 없기도 하는 상황이다. (ㅎㅎㅎ)
맵질인 내가 평일에 가끔 매운데 캡사이신 맛이 아닌 깔끔한 매움이 생각날때면, 나는 바로 설악산 아래 동네로 해물순두부를 먹으러 간다. (송정희어머니순두부) 정말 아낌 없이 해물이 들어있다. 맛난 것을 먹으면 행복해진다고 하지 않은가? 나는 해물순두부를 먹고 나와서 입안에서 해물 순두부가 들어왔었다는 것을 지우고자 스타벅스 바닐라 더블샷을 원샷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 내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해본 몇분들은 공감하실 거다. 식당을 선택해서 아침을 어떻게 먹느냐 이 자체가 소확행이라면 소확행인데 실제로는 엄청 충만한 에너지를 준다.
내가 선택한 고독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솔로다~에서 먹는 고독식, 짜장면과는 다른 스스로 선택한 고독식이다. 나의 주말 루틴도 아침을 먹으면 중반에 다다른다. 8시반에서 9시가 되어가는 시간 시점이 되는데 9시에 문을 여는 속초 동아서점이나 문우당 서림으로 향한다. 대부분 속초행에서 서점은 이 두군데를 다 간다. 각 서점의 특징이 다르고 파는 책의 큐레이션도 다르기 때문에 서점이 선택한 책을 느껴보는 맛이 있다. 한 서점에서 1~2권씩을 고른다. 나는 평소에 읽는 책의 90%이상은 속초의 이 두 서점에서만 산다.
책을 사면 서점의 도장을 책 안쪽 표지에 찍고 1주일 내내 들고 다닌다. 남은 몰라도 나는 알지 않은가? 그 책은 그냥 책이 아니고, 나에게는 속초를 1주일 내내 들고 다니는 것이다. 책 표지만 봐도 장사항 해변의 모래의 서걱거림이 느껴지고 낙산해변의 멋진 해돋이가 떠오른다. 가끔은 같이 갔던 사람들이 느껴지기도 해서 행복이 배가된다.
속초를 찾을 분들이라면, 이 두 서점을 모두 가보기 바란다. 심지어, 두 서점은 옆에 붙어 있다. 문우당 서림에 주차하고 두 서점을 다 둘러보기 바란다. 깨알 같은 홍보라면 내 책들도 이 두 서점에 모두 있다. 나는 서점에서 내 책만 사지 않는다. 고객들인 건물주들에게도 가끔 책 선물을 하는데, 그냥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면 감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벤틀리도 매주 살 수 있는 부자들에게 교보문고 책도 좋지만, '속초에서 사장님 생각이 났어요~'라고 적은 엽사와 함께 속초에서 직접 보내는 책은 다르다. 그냥 2만원짜리 책이 아니고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에 더 좋아하신다. 책과 거리가 먼 고객에게는 속초의 오징어를 보내는 것도 좋다. 정말 품질이 좋은 마른 오징어는 오징어 10마리에 수십만원짜리도 있다. 왜? 값 차이가 나겠나~! "다른다"
올들어서는 속초탐험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계절별 옷을 만들어 주말에 입고 다니는데 그 많은 내 속초탐험가 인스타 친구분들이 내가 속초에서 돌아다니다 만나면 아는 척을 해주신다. 그럴때면, 속으로 ... (나중에 이 동네에서 살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새벽 3시반에 일어나 4시에 출발해 차안에서 명상하고 해돋이로 그 명상에서의 고민에 대한 답도 얻고, 절에서 삼배하고, 아침까지 먹고 들른 서점에서는 대부분 내용이 환한 에세이나 전문서적을 사서 나오게 되는데, 나의 주말 속초 탐험이 대부분 여기서 끝나가는데 10시반에서 11시 사이에 나는 안가본 새로 오픈한 속초의 커피숍을 찾아 커피숍 앞에서 가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사온 책을 차에서 읽는다. 책 표지에 내 이름 사인을 하고 그날 날짜를 적는다. 나만의 의식인데 이 의식만을 위한 만년필을 따로 쓰는 이상한 정신병을 작동시키면서 말이다.
안가본 새로 오픈한 커피숍이 오픈하면, 오픈런을 하면서 이거저거 커피숍 사장님에게 질문을 하면서 친한척 한다. 사실, 친한척이라기 보다 궁금하다 왜? 저런 이름을 지었는지 커피는 어디서 배웠는지 물어본다.
속초의 커피숍들은 대부분 11시에 문을 열고 일찍 닫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와 그 가게의 시그니처를 물어보고 같이 시킨다. 감동의 맛들을 가끔 발견할때면 그날의 속초 탐험은 더 높은 점수가 매겨진다. 그렇개, 친해진 사람들에게는 그냥 내가 서울에서 맛난 커피숍을 만날때 원두라도 사다주게 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그냥 그런 인간 관계도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다. 가벼운 연대, 애매 해질 수 없는 인간 관계들이다.
세상살다보면 많은 친구들과 이별하게 되는데, 좋던 나쁘든 겪게 되는 인간사 갈등이 나의 속초에는 거의 없다. 많이 친해진 분들도 있지만 갈등 관계가 되지는 않을 사이들이다.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도 속초 탐험의 즐거움이다.
커피를 마시고, 테이크아웃해서 차를 타면, 나는 보통은 12시전에 서울로 출발한다. 11시반에 서울로 출발하면 집에 도착하면 1시반이 안되는데, 보통은 집에 있는 딸들이 토요일을 시작하는 시간대와 맞아떨어져서 오후는 가족과 보내거나 군자역 나의 아지트에 공부를 하러 간다. 그 공부 시간으로 토요일을 마무리한다.
책도 읽고, 글고 쓰고, 제안서 만들기 같은 일도 하면서 토요일을 마무리 짓는다. 나의 24년 10월 5일, 234번째 속초탐험도 그렇게 마쳤습니다. 보통은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신나는 음악을 쿵쾅 거리면서 들으면서 노래도 크게 따라 부르면서 2시간을 운전해 옵니다. 목이 쉴 정도루요~! 폐 속을 설악산 공기와 바닷바람으로 채우고 와서 그런지 2시간 혼자만의 뮤직 타임은 에너지를 마구 마구 만들어 줍니다.
나는 시간을 버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데, 그래서 새벽의 속초 탐험은 나의 주말 일상에서 시간을 잡아먹지 않도록 새벽 시간과 토요일 오전에만 대부분 이뤄지는데 재미있는 것은 속초까지 가는 거리가 이제는 10분으로 느껴지니 사람의 생각은 물리적인 시간을 줄여주는 마력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면서 그냥 답답한데 혼자만 그 답답함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냥 주말에 새벽 드라이브로 속초를 가보세요~!
가는 동안 머릿속으로 고민을 버리는 방법만 생각해 보세요! 태워버릴지 쓰레기통에 버릴지, 얼려서 마음속 냉동고에 넣고 나중에 녹여 처리해도 되구요~그리고, 일상을 살아가 보세요!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거에요! 운전이 힘들면 버스를 타도 속초의 고속버스터미날, 시외버스터미널은 바다와 가까와요~! 이 글을 읽은 분들 그 누구도 마음의 상처가 잘 치료되고 살아갈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