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버가 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유튜버가 되어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사진 위주의 콘텐츠를 올리다가, 영상시대에 들어서면서 일상영상을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Youtube 매체를 이용하게 되었고, 공개된 공간에 영상을 올리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씩 봐주기 시작하면서 본의 아니게 유튜버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생각해보면 SNS 하듯이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 게 특별하지도 않은 시대에 유튜브에 개인 영상을 올린다는 것이 뭐 색다를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혼자서 촬영/편집을 담당하는 일반인으로서 사적인 일상 영상을 공개적인 공간에 올리고 불특정 다수가 시청을 하다 보니, 내 삶에 불편한 경험들이 제법 있다.
전문적인 유튜버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본인이 촬영하고 본인이 편집하여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1-2분 정도의 짧은 기록 영상을 올릴 적에는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편집하는 작업이 크게 부담되는 일은 아니었으나, 영상 길이가 10여분을 넘어가다 보면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된다. 전문적인 기획안을 토대로 영상을 찍는 게 아니라서, ’ 나는 즐길 테니 너는 찍어라 ‘라는 식으로 카메라는 계속 찍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1박 2일 여행이나 나들, 캠핑을 다녀오고 나면 촬영한 영상 총분량이 5시간이 훌쩍 넘는다. 정확히 계산은 안 해 보았지만, 보통 10-20분의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대략 12시간~24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은데, 이 작업을 일상에서 개인시간 쪼개어 가면서 하다 보면 1-2주, 때로는 한달이 걸리곤 한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의미 있는 활동에 쓸 시간인데, 영상 편집에 온전히 쓰면서 가족 간의 대화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고, 다른 활동을 하면서 쓸 수도 있는 시간을 편집 노동에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노동시간이 수익으로 연결된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하겠지만, 편집에 들인 시간만큼 나의 노동 가치가 금전적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전문 유튜버가 아닌 이상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점은 1인 크리에이터가 항상 고민에 봉착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본인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고 개인 시간에 휴식, 가족 간 대화, 집안일, 그리고 개인취미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이 틈틈이 영상 편집해 가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간간히 구독자들의 반응에 버프를 받아서 영상을 자주 올리려 욕심을 내다 보면, 가족/자녀와의 시간도 빼앗기고,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하고 편집에 전념해야 하게 되는데, 이러면서 삶의 Balance 가 심각하게 깨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되었다. 시간이 없어 심지어 연차를 쓰고 종일 편집하던 날도 있곤 했는데,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삶의 패턴인가?
최근에 들어서는 유튜브 채널을 “기록”을 남기는 또 하나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만 받아들이고, 삶의 Balance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영상을 업로드하려 노력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로서 편집작업에 들이는 과도한 시간으로 인한 고민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영상을 올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직장 내의 누군가가 영상을 보고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고, 업무 회의차 만난 자리에서 불쑥 유튜브 얘기가 오고 가곤 한다. 회사와 개인생활을 철저히 분리한다고는 하지만, 영상에서 언급한 발언이나 활동이 나도 모르게 동료들의 대화거리가 되기도 한다. 사적인 영역이라 조용히 기록하고 싶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업무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야 크게 상관이 없지만, 직장 내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영상을 통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불편하게 만든다. 이 글을 쓴 오늘도 사람들로 꽉찬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료분이 유튜브 채널을 언급하면서 반가워 해주시는 일이 있었는데, 고마워해야 할 일임에도 좀 챙피한 느낌도 없진 않다. 이러한 이유로 혹시라도 주변사람들이 나를 업무에 소홀한 사람으로 보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곤 한다.
그리고 직장인이다 보니 퇴근 후 짬을 내서 편집을 하곤 하는데, 작업이 한없이 늦어지는 경우 부득이 연차를 써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쓰지 않으면 연말에 연차비용으로 받을 돈을 버리면서 까지 영상을 편집하는데 시간을 쓸 이유가 없지만, 하던 패턴이 있다 보니 나의 시간과 돈을 지불하면서 까지 이 작업을 하곤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가끔 나한테 질문을 던진다 ‘유튜브를 수익모델로 하는 것도 아닌데, 무얼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하나?’
본인의 경우 가족/부부를 중심으로 한 브이로그 영상이 주된 콘텐츠다 보니 가족구성원과 관련된 사생활이 노출되곤 한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어서 공개된 공간에 사적인 내용이 많이 노출되긴 했어도, 유튜브 영상이라는 것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생활을 알리는 활동이 되어 버린다. 현재 만명도 채 되지 않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유명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순간,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구독자를 만나게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처음에는 신기한 경험이고 알아봐 주는 것에 대해 한없이 고마운 감정이었지만, 때론 노출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기 때문에 꼭 좋은 경험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정말 유명한 유튜버들은 사생활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일반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악성 댓글로 비방을 받을 일이 있을까? 하지만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로 업로드하는 순간, 영상 속 그 어느 것도 비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량 내의 영상에서는 안전벨트가 가려서 안 보였더니 벨트 안 한 것으로 오인해서 비방글이 달리기도 하였고, 동갑내기 부부간 대화에서 편하게 서로를 부르는 것으로도 훈계를 듣기도 했다.
공감해 주고 좋은 말만 써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항상 훈수를 두고 가는 분, 잠시 채널에 방문했다가 반말과 욕을 쏳아내고 가는 분 등등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뭐가 그리도 불편했는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감정을 다 배설하고 가는 분들이 있곤 하는데, 일반인이 악성 댓글을 몇 번 접하게 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는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생각을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좋은 말은 기억이 오래가진 않지만, 처음 듣는 악성 댓글은 기억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간혹 연예인들이 왜 악성댓글로 인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에겐 일상 기록을 포장 없이 날 것 그대로 남기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막도 넣어보고, 음악도 넣어보고, 영상미도 조금 욕심부려 보는 등 조금씩의 포장작업이 더해진다.
우선 음악만 보더라도 Youtube에서 제공하는 무료 음원이 있지만 욕심을 부리다 보니 월 3만 원가량의 유료 음악 서비스를 구독 중이다. 장비의 경우 고프로 1대로도 잘만 찍었는데, 욕심을 내다보니 카메라가 2대에 그에 딸린 렌즈도 4-5개. 개인 욕심 때문에 장비 투자비만 천만 원은 거뜬히 넘겼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영상 조회수 5천~1만 회 정도 나오면 대체로 2-3만 원의 유튜브 광고수익이 들어오는 걸로 추정된다. 월 1회 업로드할까 말까 하는 나로서는 음악서비스만큼의 수익도 안 나오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수익모델인 것이다. 그 외 편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컴퓨터에 쓰는 돈부터 시작하여, 본인 같은 경우 안 쓰던 연차를 씀으로 인해서 소비되는 기회비용 등, 환경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유튜브라는 것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다른 지출들도 고려한다면 투자비 회수에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나 같이 사람을 끌어들일 특출 난 뭔가가 있지 않는 일반인이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그 언젠가 대박 터지는 날을 기다리며 기어코 계속한다면야 말릴 수 없지만.
소규모 채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의외로 삶에 부정적인 영향이 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부정적 영향만 생각한다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본인이 틈틈이 영상을 기록하고 올리는 것은 '기록의 소중함'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록으로 인해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도 크기 때문이다.
유튜브라는 매체를 이용하면서 지출이 더 많은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브이로그 콘텐츠를 기록하고 올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소비한 돈과 시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번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겪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정리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