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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 May 12. 2024

8번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8개의 기업에서 경험한 직무면접을 통해 느낀 점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이직을 준비하며 총 8개 회사의 면접을 봤다. 기업은 커머스, 핀테크, 뷰티, 금융, 에듀테크, 헬스케어 등 정말 다양했다. 기업의 규모는 투자를 많이 받은 유니콘 기업도 있었고 매우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도 있었다. 기업들끼리의 공통점은 거의 없지만 면접의 큰 흐름과 내용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 면접 경험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과 그로 인해 개선된 점을 적어보려 한다.



1. 내 포트폴리오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듯한 질문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직무면접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디테일한 질문들로 지원자를 파악하는 면접,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성향과 경험에 대한 질문들로 지원자를 파악하는 면접. 보통 직무면접을 한 시간 동안 보는데 두 가지 유형의 질문을 100% 하기엔 한 시간은 촉박해서 두 가지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문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을 100% 하는 기업도 있는데 그런 기업은 말 그대로 직무면접이기 때문에 내 커리어의 전문성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에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한다. 이런 기업은 간혹 이직 사유나 이전 회사를 선택한 이유조차 물어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면접에서 면접관분들은 생각보다 아주 디테일하게 내 포트폴리오를 보며 질문들을 준비해 왔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의 질문을 많이 주셨었다. 예를 들어 왜 이런 목표지표를 설정한 것인지, 인사이트를 발견한 설문조사가 왜 이런 상황에서 진행하게 된 것인지 등등이 있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이런 질문을 받지 않도록 포트폴리오의 모든 맥락이 일치하고 해석이 잘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포트폴리오는 저런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졌었다. 큰 규모의 기업일수록 질문이 어렵거나 퀄리티가 높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허를 찌르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답변을 잘하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그 경험으로 내 포트폴리오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 그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맥락이 연결되고 문제와 해결이 바로 이해되게끔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2. 프로덕트의 문제 해결 난도가 높은 편인데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프로덕트가 어렵다, 도메인이 어려워 이해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프로덕트는 무수히 많고 막상 그 프로덕트의 문제 해결과정을 겪게 되면 쉬운 프로덕트는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B2B Saas처럼 도메인 자체가 생소한 분야여서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프로덕트들도 있다. 이런 질문은 입사 후 포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성장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내 장점과 강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려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고 싶은 회사의 JD를 분석해 보며 내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체크해 봤다. JD에 나와있는 자격요건과 우대사항들을 보며 내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그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또한 생각하며 그것을 포트폴리오에 녹이고 면접 예상 질문으로 준비했다.



3. 협업 관련 질문

성공적인 프로덕트는 결코 본인 혼자서 만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에 대한 질문이 꼭 나온다. 원활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이를 적용해 실무에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말해주는 것이 적합하다.

나는 내가 협업에 대해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 이 질문에 대해서 잘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다. 근데 막상 면접에 가니 준비했던 에피소드가 모두에게 평범하게 있을법한 경험일 것 같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경험이 평범하던 보편적이던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 협업 스킬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협업했던 분들에게 나의 강점을 물어봤다.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동료분들에게 물어보니 관련 에피소드도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도움이 많이 됐다.






면접에서 질문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고 부담이 큰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내가 했던 모든 일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두서없이 말했었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한다면 대답이 더 수월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전 직장에서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 지원자에게 엄청난 스피치 실력을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 사람과 우리가 함께 일하며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원자를 알아가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에 대해서 듣고 싶었다. 본인의 경험이 무조건 성과가 있거나 그 결과가 성공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실패하거나 실수했던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어려움을 느꼈고 어떻게 개선해나가려고 하는지만 전달되면 된다.

이 글을 적으며 지금까지 했던 8번의 면접을 다시 돌아보니 정말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꽤 많은 면접을 봤는데 이 면접을 통해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 내가 어떤 상황에서 말을 잘하는지 알게 되었다. 답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운 면접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 함께 일할 동료를 알아보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면접에 임하는 것이 가장 알맞은 태도와 마음가짐인 것 같다. 

요즘 채용 시장이 많이 어려워져서 내 주변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취준생분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 같다. 힘들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조급해하지 않고 원하는 커리어에 맞는 기업에 모두들 합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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