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OKR+회고 방법 찾기
회고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23년 1월 1일에,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하듯이, 의미 있는 2023년을 만들기 위한 다짐으로 시작했다. 회고 작성은 당근 메일에서 제공했던 템플릿을 참고했고 연초 목표 아티클을 기반으로 나에게 맞는 ‘OKR+회고’를 만들었다.
참고한 연초 목표 아티클 : https://brunch.co.kr/@ny0303/95
먼저 2023년 내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들을 적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래도 꽤 많이 달성한 것 같다. 위에 있는 참고 아티클에 OKR 작성법이 더 자세히 나와있겠지만 나는 올해 당장 이루어도 좋지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적었다. OKR은 ‘Objectives and Key Results’로 목표와 핵심 결과라는 뜻이다.
목표에 번호를 매길 필요까지는 없고 이루고 싶은 목표의 타이틀을 적고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세세하고 작은 핵심 결과를 그 아래에 적는다. 나는 내가 80%으로의 노력을 한다면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세세한 핵심 결과들로 적었다.
이후 매월마다 만들어둔 OKR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결과를 적는다. 달성 날짜를 적어두었지만 달성 날짜까진 없어도 될 것 같다. 달성도는 그 달이 다 지나가고 그 달의 마지막 날에 달성도를 체크한다. 체크가 가능하려면 핵심결과는 측정이 가능한 결과여야 한다. 예를 들어 ‘체지방 3kg 감량’이 Objective라면 이번달의 Key Result는 ‘주 3회 이상 운동하기’가 되는 것이다.
이제 Objective와 그 달의 Key Results를 연결해서 그주의 할 일들을 적는다. 사실 엄청난 것을 매주 목표로 하여 적지 못한다. 지금 현재에서 내가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적는다. 이땐 OKR 작성을 처음 시작했을 때라서 더 어렵지 않은 목표들로만 적었던 것 같다.
여기서 매주 달성하고 그것을 체크하려면 매일 투두 리스트를 짜는 것이 좋다.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다음 주의 계획을 짜면서 이 할 일들을 어느 날 할지 ‘미리 알림’ 앱에 계획했다. 미리 알림은 애플 자체에서 제공하는 앱인데, 투두 리스트를 작성하기에 완전 완벽히 잘 맞는 앱은 아닌 것 같아서 투두 관련 여러 가지 앱을 써봤다. Timestripe나 투두리스트, 루티너리, 마이 루틴, 루빗, 하루 등이 있었다.(나중에 이 루틴 관련 앱들에 대해서 상세히 다뤄보겠다.) 하지만 미리 알림 앱으로 결국 다시 돌아간 건, 달성률을 보긴 어렵지만 커스터마이징이 편하고 원하는 대로 그룹핑과 알림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순정이 최고다.
나는 1월~6월까지는 거의 매월 회고록만 작성했다. 매월 회고록은 이런 식으로 작성했다. 사실 한 달이 지나고 나면 그 달에 대한 기억은 마지막 주에 대한 기억으로 덮여있다. 마지막 주가 많이 힘들었다면 그 달이 힘들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한 달을 회고하려면 그 달의 캘린더와 그 달에 찍었던 사진들, 그 달의 미리 알림 들을 보면서 어떤 기억이 가장 크게 남았는지 키워드로 먼저 정리한다. 그리고 그 키워드에 대해서 기억나는 대로 생각하며 회고한다. 난 회고를 지난날을 다시 생각해 보며 그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래서 거창하게 쓸 필요도 없이 느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줄줄이 편하게 적는다. 이제 전체적으로 적었다면 마지막으로 그 달의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그리고 개선할 점을 적는다.
그 달의 마지막 날(웬만하면 아무 일정도 없는 일요일이 좋다)에 그 달의 회고록을 적으며, 다음 달의 나는 어떻게 살아볼지 생각하며 다음 달의 OKR을 적으면 된다. 회고록을 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안을 깊게 들여다보고 파헤치는 것과 같아서 막상 하기 전엔 부담이 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1년 전부터 계속해서 회고록을 써오고 있지만 지금도 쓰기 전엔 ‘아… 언제 쓰지… 쓸 말이 있나…?’ 이런 생각을 아직도 한다. 근데 막상 쓰고 나면 ‘아 내가 이번 달을 이렇게 살았구나. 다음 달엔 좀 더 쉴 틈을 줘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쓰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7월부터는 매주 회고록도 작성했다. 매월만 쓰다 보니 각 주마다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중요한 부분을 빼먹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주 회고록도 매월과 똑같은 방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그대로 주마다 작성하니 좀 더 디테일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이 예민한 편인 걸 알고 있고 그걸로 피곤해하기 때문에 왜 이렇게 됐는지가 궁금해서 심리 관련 책을 계속 읽었다. 거기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단 매일 쓰는 것이 중요했고 방식은 다양했다. 본인의 감정을 적는 일기, 하루 동안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일기, 행복했던 순간을 적는 일기 등등... 매월, 매주 회고록을 작성하는 게 좀 익숙해진 후에 거의 세 가지의 방식으로 다 일기를 써봤다. 다양한 일기 관련 서비스들로 일기를 써보며, 내가 어떨 때 예민해지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조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매월 회고록을 쓰고 있고 대신 매일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를 쓴다.
일기는 나를 알아가는 데도 좋은 도구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내가 정말 지치고 힘들 때 평온함을 주기도 했다. 별것도 아닌 생각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심적으로 지쳤을 때, 지난주나 지난달 이맘때에 내가 쓴 일기를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이 별거 아니구나, 다 스쳐 지나갈 잠깐의 생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평온해지고 다시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회고는 직장을 다니면서 처음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회고를 좋아하게 됐다. 한 번 리셋하고 끊어간다는 개념이 있어서 좋아하기도 했고 솔직하게 팀원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 과거에서 문제점을 찾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아했던 것 같다.
혼자서 하는 회고는 팀에서 하는 회고와는 좀 많이 다르다. 거창하게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부담도 없고 성과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기를 쓰듯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기억을 짚으며, 차근차근 하나씩 쓰면 된다. 나는 회고를 하며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나의 약점, 단점, 강점, 장점,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들에 욕망을 느끼는지를 알게 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정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OKR이던 회고던 둘 다 해보면 좋겠지만 둘 중에 하나만 먼저 시작해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게 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언가 하나를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걸 깨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상이 아무리 바빠도 OKR과 회고는 무조건 작성했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내 루틴이 되었고, 나는 전보다 조금은 평온하고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회고와 OKR를 꾸준히 써보는 걸 진심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