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하 Jul 19. 2022

설득의 기술

말과 글로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법

설득하는 말

얼마 전에 친구 딸이 주식을 시작했다며 어떤 종목을 샀는데, 10%의 수익을 올리고 팔았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의 투자 방식은 사서 10% 수익 나면 파는 겁니다.”라고 말했죠. 친구 딸의 말에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게 제일 바보 같은 방식이야. 올라가는 것은 올라가는 이유가 있고, 떨어지는 것은 떨어지는 이유가 있어. 그래서 올라가는 것을 오히려 사고, 떨어지는 것은 팔아야 해. 그런데, 사람들은 반대로 하지”

제가 이렇게 말하는데, 옆에 있던 제 딸이 제 말에 끼어들면서 말하더군요. “아빠, 왜 말을 그렇게 해, 바보 같다니. 그럼 언니가 바보란 거야. 그런 뜻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말해”라고 말이죠.

그날 저는 딸에게 혼나느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습니다. 


일상적인 에피소드이지만 여기엔 상대를 말로 설득하는 기술의 힌트가 담겨있습니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또는 조언을 할 때에는 이성적인 논리와 감성적인 공감이 필요하다는 거죠. 논리와 감정적인 교류가 같이 있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겁니다. 말로 상대를 설득할 때에는 논리와 공감 중 공감이 더 중요합니다. 감정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상대의 논리적인 설명도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상대를 설득할 때에는 먼저 감성적인 공감을 먼저 하고 나서 같은 유대감 안에서 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해야 합니다. 




설득하는 글

말이 아니라 글로 설득할 때에도 이성적 논리와 감성적 공감이 필요합니다. 이 때에는 결론과 논리적인 근거를 먼저 제시하고 감정적인 공감을 뒷받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글쓰기의 OREO 공식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글쓰기의 OREO 공식은 영어 약자로 Opinion 자신의 주장을 먼저 제시하고, Reason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Example 관련된 사례를 소개하고 그리고 Opinion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마무리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R, 이유와 근거가 바로 논리입니다. 그리고 나서 관련된 사례 E를 제시하는 것이 공감하는 방법이죠. 

- 글을 쓸 때에는 맛 있는 과자 오레오(OREO)를 생각하면 상대를 설득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글쓰기에서 유용합니다.


오레오(OREO) 공식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글쓰기입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논리와 공감입니다. 설득을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일단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논리죠. 그리고 나서 관련된 사례를 추가하는 것이 공감하는 방법입니다. 논리와 공감이 있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겁니다. 오레오(OREO) 공식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이 바로 논리적이고 공감을 주는 글쓰기입니다. 


실제로 OREO 공식을 적용하여 글을 쓰실 때에는, 일단 다음과 같은 4개의 박스를 그리고 각각의 박스에 OREO라고 쓰고 각각의 내용을 채웁니다. 박스에 내용을 채울 때에는 간단하게 메모를 하듯이 단어를 써도 좋고, 짧은 문장을 써도 좋습니다. 그렇게 박스를 채운 후에는 그것을 활용하여 순서에 맞게 글로 옮기는 겁니다. 글은 한번에 쭉 쓰는 것보다는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메모하고 그것을 정리하며 글로 옮겨 쓰는 것이 좋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OREO 글쓰기는 비즈니스 글쓰기에서 많이 활용이 되는데요. ‘기승전결’의 일반적 글쓰기와 다르게 비즈니스 글쓰기는 ‘결승전’이라고 합니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라는 것이죠. 꼭 비즈니스 문서가 아니더라도, 읽을 것이 많은 요즘 사람들은 특히 결론과 논리적 이유를 먼저 알고 싶어합니다. 그렇다고 거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논리와 함께 감성적인 공감이 이루어져야 진짜 설득이 되는 것이니까요.   



디자이너와 예술가

같은 설득이지만, 같은 듯 다른 것이 말과 글에서 활용되는 설득의 기술입니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예술가와 디자이너처럼요.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예술가는 자기 자신만을 보고,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들을 본다고 합니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했는가? 라고 합니다. 그들의 관심은 자기 자신의 생각과 그것의 표현입니다. 반면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의 선택이 기준이라고 합니다. 자기 표현이나 자기만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창조하는 거라는 거죠. 자기 성찰을 기록하거나 에세이와 같이 특정한 대상을 두지 않는 글을 쓸 때에는 예술가처럼 하면 좋습니다. 반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상대가 있는 글을 쓸 때에 우리는 예술가가 아닌 디자이너가 되야 합니다. 독특하고 다양한 관점을 갖고 풍부하게 생각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나보다는 상대방의 관점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설득의 3요소

처음에 이야기한 에피소드로 돌아가서, 제 친구 딸에게 한 저의 조언은 잘 전달됐을까요? 전 잘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는 저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녀석이었으니까요. 제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수사학(The art of Rhetoric)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3가지 요소로 로고스,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를 뽑습니다. 로고스와 파토스는 우리가 이야기했던 이성과 감성, 논리와 공감을 의미합니다. 에토스는 설득하는 사람의 성품이나 매력도 그리고 진실성과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신뢰해야만 설득이 가능하다고 지적하며,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한다면 그의 논리가 부족하고 공감이 떨어져도 그 사람에게 설득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대로 완벽한 논리와 풍부한 감성으로 나를 설득해도 상대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설득 당하지 않을 겁니다. 설득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성품이나 매력 그리고 진실성이라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입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




매거진의 이전글 [퍼즐 문제] 적당한 숫자 넣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