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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Jan 08. 2023

회사와 '헤어질 결심'이 필요할 때

언젠가 회사와 헤어져야 할 때가 온다

'여기 있어도 좋겠지만... 나는 제이미가 나가서 달려보면 좋겠어요. 제이미만의 일을 해요. 그럼 훨씬 더 성장할 것 같아요.'


2020년 8월, 폴인에서의 계약 만료를 2개월 앞둔 때였다. 팀장님과 내 향후 거취에 대해서 꽤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1. 나름 대기업에 소속된 이 팀에 어떻게든 붙어 있는 것.

2. 회사와 헤어지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는 것.


일단 팀장님의 입장은 위에서 볼 수 있듯, 1번보다는 2번이었다. 여기 있는 것 보단, 나가서 나만의 일을 해보는 것이 내게도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셨다.


내 입장에서 이 두 가지 선택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첫 번째 선택의 장점은 일단 당장의 거취가 좀 안정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폴인에 합류하게 된 것은 내가 30대가 되면서 처음으로 꽤 괜찮은 직장에 들어온 것이었다. 엄청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당시 내가 만족할만한 수준이었고, 같이 일하는 팀도 좋았으며, 경기도를 떠나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생활이 안정적으로 안착되어가던 때,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 보단 안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싶었다. 그리고 명함에 있는 이 회사를 내 백그라운드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에 반해 두 번째 선택의 장점은 별 거 없어보였다. 자유로워 진다는 것. 꽤 빡셌던 폴인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 약간 숨통이 트인다는 것? 이거말고는 다른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퇴사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가 무엇을 할 지 계획이 없었고,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팀장님을 찾아가 내 결심을 말했다. 


회사와 '헤어질 결심'이었다.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했을 때는, 아쉽다기 보단 후련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헤어질 결심을 내리게 된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회사와의 계약 기간은 1년 연장 된다는 것. 당장의 거취는 해결이 되지만, 1년 뒤에 또 이런 불안함을 겪어야 한다는 것과, 만약 이 팀이 모회사의 결정으로 없어지거나 잘 안풀린다면 내 커리어에서 심각한 불확실성이 생길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정직원이라면 팀이 없어져도 모회사에서 새로운 직군으로 발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팀을 위해 뽑힌 계약직인 나는 그저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두 번째로, 내가 채용될 때와 계약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의 업무 성격이 너무나 크게 달라져있었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소규모 고객과 만나서 밀도 깊은 공부를 하는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뽑혔다. 그런데 입사 후 4개월만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져버렸고, 그 당시 모든 오프라인 모임은 강제로 중단됐다. 환경의 변화에 맞게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을 배웠지만, 팀에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내가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았다. 내가 1년 더 붙어있는다고 해도, 회사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면서 나도 더 성장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내 안의 욕구를 들여다봤다. 내가 맡은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포지션은 정말 꼼꼼한 성격을 바탕으로 디테일들을 체크하며 세미나 등의 행사를 서포트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나는 꼼꼼한 성격과는 약간 거리가 있으며, 서포트보다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관종'의 본능이 숨어있었다는 것. 팀장님도 그것을 캐치하고 나에게 1년 연장보다는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사실 팀장님과 이 대화를 하고 나서, 정말 속상했다. 다시 서울생활을 시작하게 해준 이 회사에 애정이 컸다. 팀이 만드는 서비스도 정말 좋아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고객님들까지 내게는 정말 소중한 인연이었기에,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아프고 힘들더라도,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이 있고 그게 나에게는 이 때였다. 냉정하지만 내가 더욱 성장하려면 회사와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난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했고, 어느덧 현재는 영상 콘텐츠 제작 개인사업 3년차에 접어들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많이 벌었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내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다. 한 은행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화가 나고 답답하지만 더 냉정하게, 내게 주어진 환경을 살펴보고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해보자. 나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지도 알아보자.


어차피 우리는 회사와 평생 갈 수 없고, 언젠가는 헤어져야만 한다.


이왕 헤어질거라면 내가 주도권을 갖고 헤어질 결심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 결정에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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