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폭설에 갇혀있던 하루가 뜻밖의 선물을 주기까지
주말에 여자 친구의 외부 강의 일정이 있어서 강원도 속초에 다녀왔다. 바로 강원 영동에 60cm 폭설이 내린 그날이다.
폭설 예보가 내린 강원도에 여자친구를 혼자 보낼 수 없어 호기롭게 레이로 고속도로를 달려 속초에 도착을 했는데... 차가 오르막길에서 헛도는 건 기본이고, 강의하는 3시간 동안 차를 어쩔 수없이 밖에 세워놓고 오니 차 뒤에 눈이 쌓여 후진이 안 되는 상황까지. 무사히 서울로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폭설 사태를 겪으며 마치 사업, 인생에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차를 뽑고 얼마 되지 않아 서울에 폭설이 내렸었다. 그때 신사에서 강남까지 2시간이 걸리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차가 못 갈 정도는 아니었고, 그래서 이번 강원도 폭설을 다소 과소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폭설은 내가 예상한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은 엄청난 일이었다. 이렇게 위기는 내가 예상하지 못하거나, 그것을 과소평가했을 때 더 큰 위기로 찾아온다.
이건 사업에서도 비슷한 것 같은데, 리스크가 될 만한 요소를 봤을 때 '에이 별일 아니겠지~'하고 내버려 두거나 방치하면 이게 나중에 큰 위기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세금이 그랬다. '내봤자 얼마나 내겠어~' 하고 마음 놓고 있다가 올해 다양한 세금과 공과금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경기 위축 역시 2022년 초부터 전망이 나왔음에도 다소 안일하게 손 놓고 있다가 그 여파를 제대로 맞기도 했고.
이번 폭설에서 마주한 위기의 순간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오르막길에서 차가 헛돌 때 눈길 운전법과 주차할 곳을 알려주신 분,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서 눈에 갇혀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못할 때 차를 밀어주신 커플, 그리고 숙소까지의 길을 제설로 열어주신 숙소 직원분들... 이 분들이 없었더라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위기에서는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다. 작년에 일이 뚝 끊겨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알려준 지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사업을 이어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나가면 종종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는데, 주변 관계자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프로젝트를 잘 끝마치기도 한다.
어려움이 생기면 꼭 주변의 도움을 받고, 감사함을 표하거나 보답을 하자.
여자친구의 강의가 끝나고 나오니 차 뒤에 눈이 쌓여있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당황할 시간은 없었다. 빠르게 주변 편의점으로 뛰어가 눈삽을 빌려서 호다닥 차 주변 제설을 했다(제대 이후로 그렇게 제설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덕분에 차는 무사히 후진을 해서 그 순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다 보면 빠르게 움직여 위기를 탈출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신보대출을 받을 때도 그렇고, 당장의 수익이 필요해지니 재능 마켓에 등록하는 걸 미루지 않고 바로 하게 되더라.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건 빠르게 해서 급한 불부터 끄도록 하자.
처음 속초에 도착해서 오르막길을 못 올라갈 때는 약간 멘붕이 왔다. '와 미친 거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 상황을 탓하고 멘붕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었다. 내가 날씨를 욕한다고 눈이 그칠 리도 없고, 멘붕에 빠져있는다고 차가 알아서 움직여주지도 않으니. 위기의 순간마다 크게 멘붕 하지 않고 최대한 차분하려고 노력했더니 상황이 나아졌다.
작년에 경기가 어려워지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 정말 많이 멘붕 했다. 상황 탓도 많이 했다(그때 마신 술만 해도 얼마야). 하지만 탓만 하고 있으니 나아지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멘털을 회복하니 내가 해야 할 일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위기가 찾아오면 그 위기를 욕하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대응하자. 침착하고 차분하게.
스펙터클한 하루가 지난 후,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설악산에 쌓인 눈이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였다. 속초에서의 힘들었던 어제가, 눈부신 풍경을 선물해 준 오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기회 뒤엔 위기가,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생에도 그렇고 사업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실제로 내 인생도 그랬다. 입사 1년 만에 퇴사를 해야 하는 위기 뒤에 개인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고, 작년에 사업이 어려워지는 위기 뒤에 신보 대출로 자금 운용에 오히려 안정이 찾아왔으며 B2B에 갇혀 있던 사업 모델이 B2C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