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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Apr 26. 2024

박하 모종을 얻었길래 심었다, 분꽃도 심었다

하루와 하루 사이


4월의 어느 날 동네 그림책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더니, 자원봉사를 하시는 사서 선생님께서 박하 잎사귀를 몇 잎 따서 건네주었다. 특유의 허브향이 상큼하기 이를 데 없어서 도서관에서도 집에서도 내내 손에 고 향을 맡았다.


며칠 후 그림책도서관을 들렀더니, 사서 선생님 두 분이 도서관 뜰을 가꾸고 있었다. 뜰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탐스런 튤립이며, 하얗고 하얀 귀여운 조팝나무꽃이 만발해 있었다.


사서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박하 갖다 심을래요? 너무 많이 나서요.”한다. 나는 척박한 우리 집 화분 환경보다 땅이 있는 이곳이 훨씬 좋아 보였기 때문에 “아뇨. 이대로 여기에 두어요.”했다. 그랬더니,  번식해서 어차피 뽑아야 해요.”한다. “그럼 저 주세요.”이렇게 해서 나는 박하 모종을 얻어왔다.


사탕 박하 많이 먹었지만, 식물 박하는 생소했다. 고향집에서도 키운 적이 없었다. 친구들이 키우는 것도 못 봤다. 허브 중에서 유일하게 분간하는 것은 로즈마리 정도이다. 그런 내가 설마 허브를 키우게 될 줄이야. 서둘러 집에 도착해 곧바로 박하 모종옮겨심었다. 작년에 분꽃 씨앗을 심고 겨울 내내 방치한 화분은 돌이처럼 딱딱했다. 화분에 물을 붓고, 또 붓고, 또 부었다. 그리고 밭을 갈듯이 흙을 파고 돌멩이를 골라냈다. 그리고 박하 모종을 심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모종은 내 척박한 화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기특하기도 하지, 용하기도 하지. 도서관 뜰은 잊고 무럭무럭 자라라, 하늘 높이높이 올라라. 활짝 잎사귀를 펼치고 꽃을 피워라. 나는 마치 남일처럼 말하고 있다.


다행히 박하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화분을 잘 들여다보니 박하와 함께 작년에 씨가 떨어진 분꽃 새싹도 보이고 도서관에서 박하와 더불어 딸려온 제비꽃도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던 수많은 생명체가 흙속에 있다가 생명을 움튼 모습이 경이롭기만 하다.


그리고 4월 19일 여름처럼 햇살이 작열하던 금요일 오후, 작년에 거둬둔 분꽃 알뿌리와 분꽃 씨앗을 심었다.

작년보다 더 늦게 파종했지만, 2주가 지나면 싹이 돋겠지, 5월초 그때 우리 만나자. 분꽃이 싹을 틔우고 자라면 어느 분꽃 모종을 뽑아 동네 그림책도서관으로 들고 가야지. 박하를 뽑아 내게 준 도서관 사서 분께 도서관 뜰에 분꽃을 심라고 말해볼 생각이다. 거절하지 않으시겠지, 아니 나도 받아 심었으니까 우리 분꽃도 받아달라고 고집부려볼 이다. 아직 분꽃 싹도 돋아나지 않았는데, 벌써 모종 나눌 생각에 꿈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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