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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May 03. 2024

우리 동네 수목원(+도서관)

소요 시간: 3시간(8:00~11:00)

행선지: 동네 수목원

방식: 걸어서


아침 7시 반에 눈을 떴다. 세수를 하고 반납할 그림책 한 권, 물병, 대출도서를 넣을 에코백, 장 볼 가방 등을 작은 가방에 챙겨서 정각 8시에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우리 동네 수목원.


학교와 일하러 가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어디 한번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자. 신호등을 건너 평소 안 가던 건너편 길로만 가는데도 거리가 새롭다. 케이크를 만드는 작은 가게, 새벽빛을 닮은 나무꽃, 작은 오솔길 등 그냥 맨날 다니던 길 바로 맞은편으로만 걷는데도 세상이 달라 보였다.

가로수가 심어진 길가에 뽕나무 잔가지가 보였다. 원래 이곳은 뽕나무 무성한 숲이었을까. 어쩌면 그대로 두었으면 거목으로 자랐을 뽕나무 대신에 전봇대가 서있었다.


길가에 다양한 수종의 가로수가 보였다. 나무 둥치의 굵기도 각기 달랐다. 수양버드나무가 푸르다. 예전에 이곳에 냇가가 있었던 것일까. 길을 걸으며 내가 살아보지 못한 길의 역사를 상상해 본다.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서있는데 고등학생 남자아이 두 명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웅얼웅얼 장난을 치며 걸어간다. 저 아이들은 지금 어떤 내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동글동글 잎사귀가 예쁜 계수나무가 심어진 오솔길을 지나, 철길을 걸어, 수목원에 들어서니 하얀 이팝나무꽃이 반겼다.

수목원은 초목을 가꾸고 작업하시는 분들, 단체 관람객, 산책하시는 분들, 무엇보다 온갖 화초와 나무, 새, 벌과 잠자리와 벌레들로 활기가 넘쳤다. 아름다움이 이곳에 있었다.


수목원은 지금 작약이 한창이었다. 붉은 작약 꽃봉오리에 작은 이슬방울이 송알송알 맺혔다.

수목원 안에 자리한 도서관에 들어가 그림책 네 권을 빌린 뒤 물병에 물을 담아, 수목원 구석구석을 한참을 더 돌아다닌 다음에 마트에서 장을 봐 집으로 향했다.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우리 집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대학생인듯한 앳된 젊은이가 과자봉지를 한 손에 딸랑딸랑 들고 한 손에 든 핸드폰을 보며 맞은편에서 걸어왔다. 나도 잘 사먹는 과자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우리 동네 수목원이었지만 다른 나라 다른 지방을 다녀온 듯 마음이 새로웠다. 그러면서 마음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나의 집, 나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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