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자 Nov 10. 2021

내 책장은 사람 책으로 빼곡히 채우고 싶다

도서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리뷰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 구절에 얼마나 깊게들 공감했는지 취업, 입시, 내 집 마련이라는 무게로 문학과는 멀어진 팍팍한 시대 사람들에게 이 시의 인기는 지금 생각해봐도 놀랍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삶이 달라진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게 되고, 나와는 다른 직업의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을 만났을 뿐인데 여러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이다. 


약 10년 전,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를 읽고 인생에서 읽게 될 무수한 사람 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람 책으로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싶어졌다. 



런던에는 야외 도서관이 열린다. 책을 빌리면 30분간 읽을 수 있는데, 책은 바로 사람. 내가 빌린 사람과 마주 앉아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30분간 듣는 이 ‘Living Library’는 서로를 이해하고 편견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사회 운동의 일환이다. 그래서인지 준비된 사람 책들은 레즈비언, 채식주의자, 여자 소방관 등 변방의 사람들이다.

유명인도 아닌 지구 반대편에 이름 모를 사람의 이야기 14개가 내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느꼈던 감정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우리 모두가 주연이며 그 삶은 모두 가치 있음을, 그러니 많은 사람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 


지금은 마케터지만 첫 직업은 잡지사 기자였다. 


잡지의 꽃은 ‘인터뷰’라 생각한다. 마케터인 지금도 콘텐츠를 제작하며 인터뷰를 자주 하는데 가장 힘 있는 콘텐츠가 인터뷰라는 것을 자주 실감한다.

중소기업 대표, 결혼 이주민, 타로 마스터, 식당 사장님 등 나의 일상에선 흔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을 하며 많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직원 수십 명과 일하는 대표가 되기까지 겪었던 고난,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 생활의 어려움, 타로 마스터의 경제적 고민, 식당 사장님의 고군분투 창업 도전기를 들으면 평소 내 생활 반경에선 알 수도 없고 알려 하지도 않았을 이야기들로 경험의 폭이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배우들이 배역을 통해 여러 인생을 살아 보는 것을 직업의 장점으로 꼽는 것을 자주 봤다. 나는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이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절 만난 여러 권의 사람책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얼마 전 <유퀴즈온더블록>에 나온 방송 리포터가 한 말씀에 참 공감이 갔다. 지역 곳곳의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 <싱싱고향별곡>이라는 프로그램을 20년 가까이 해오고 계신 분이었다. 


“말씀을 들어보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각자 최선을 다한 자리잖아요. 누구나 이 세상의 주연으로 살아가고 있더라구요.”

“누군가를 주연으로 만들어주는 거죠. 부모님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사람 책을 읽는 것은 주연의 삶을 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책’이라 칭하며 주연으로 만들어주는 일이기도 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내 인생도 꽤 재밌고 유용하구나.’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럴 때면 얻기만 한 줄 알았던 내가, 주기도 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나도 좋은 책이 되고 싶다. 나와의 연결이 긍정적 경험이 되었으면 하고 나로 인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함께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영감을 주려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읽혀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 내 이름처럼 나라는 ‘주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잘 적어 내려가야 할 이유를 알게 한 인생의 책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를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삶은 재택근무 전과 후로 나뉨, 아무튼 나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