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도시 브랜딩 - 아줄레주 이야기
포르투는 인구가 25만 명도 채 안 되는 도시로 제2도시라기에는 다소 소박하다. 신시가엔 제법 높은 빌딩도 많지만, 여행 중 주로 머무르게 되는 구시가에는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과 아줄레주 장식 건물이 대부분이다. 인구 1000만 도시 서울에서 온 여행자에게 포르투는 작은 시골 마을, 그래서 빈티지함이 아름다운 도시로 남을 줄 알았다.
'촌스러워야 하는데 왜 세련됐지?'
포르투는 의외의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 마시는가 하면, 유럽에서도 가장 유럽다운 곳이라는 찬사를 받으면 수많은 유럽인을 모이게 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포르투'와 '디자인'이란 단어는 나란히 열거되기 어색한 조합 같지만, 지금 우리에게 포르투는 디자인의 도시로 기억된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반듯하고 둥글게 쓰인 'Porto.'라는 도시 로고 디자인을 잊지 못할 것이다. 뒤에 찍힌 온점 하나까지도 섬세하고 세련됐다.
포르투가 디자인 도시로 거듭난 때는 2014년, 화이트 스튜디오라는 회사에 도시 브랜딩을 의뢰하면서부터다. 2000년 역사를 가진 도시를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각인시키기 위해 화이트 스튜디오는 끝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거리로 나가 시민에게 물었다. 당신의 포르투는 무엇이냐고.
시민에게 포르투는 트램이며 동루이스 다리고 포트 와인이기도 했다. 화이트 스튜디오는 시민이 생각하는 포르투를 포르투갈의 상징인 아줄레주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식 아줄레주로 표현했다. 하얀 바탕에 파란 그림은 아줄레주와 닮아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아날로그적이면서도 모던하고 모노톤이면서도 컬러풀한, 그 어려운 것을 화이트 스튜디오가 해낸 것이다.
초기 22개의 타일 디자인은 시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현재는 70개까지 늘었다. 더불어 포르투는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이자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도시 곳곳에서 타일을 활용한 디자인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어떤 타일과 정렬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완성된다는 것.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포르투의 디자인은 이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을 밉게 한다. 도시의 행정 주인이 바뀌면 때마다 방향을 잃는 디자인 정챍에서 그 사례를 끊임없이 복습해왔다. 그러나 포르투의 디자인은 2000년의 시간을 하나로 잇고 있다. 포르투에 애정을 가진 포르투 시민의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주인인 포르투, 포르투의 디자인에는 이토록 바르고 예쁜 생각이 담겼다.
2018년에 출간했던 도서 <타인의 포르투갈>에서 발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