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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형박사 Oct 17. 2024

허리5cm 비만의 역설 2화

다이어트 광



비만의 역사를 이야기 하려면 다이어트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이제 세계적인 열풍이 되었다. 아주 광풍이다.그만하면 딱 보기 좋은데도 더 야위어야 한다. 아주 목숨을 걸고 덤비는 열혈 파도 있다. 연구 보고에 의하면 한국인의 체중은 선진국과 비교해서 오히려 낮은 편에 속하는데도 특히 한국 젊은 여성은 더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 이상, 세계 1위라고 한다. 건강을 희생해서라도 빼야겠다는 것. 외관을 그만큼 중시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다이어트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왜, 무엇을 위해 하는지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왜냐하면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단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굳이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어쩌다 한 끼 식사가 늦어질 때의 배고픔을 생각해 보면 다이어트는 누구나 쉽게 하겠다고 덤빌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먹는다는 건 인간이 생명체로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어서 생명 유지 차원에서 참으로 정교하게 진화,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배고픈 것만큼 참고 견디기 어려운 일도 없다. 안 먹으면 죽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라도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면 즉각 시상하부에 비상이 걸린다. 여기는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때 스트레스를 발생, 응급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경고 신호를 발동하는 곳이다. 불이 났을 때 소방서 사이렌이 울리는 것과 같다.


그래도 다이어트니까 참고 억지로 계속 강행하면 우리 뇌에는 생존에 관한 심각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 스트레스는 다른 어떤 일로 인해 생기는 것보다 강력하고 위험하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본능적 반응이다. 체중을 줄이는 일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인간적인 방법으로 성취하기 힘든 목표다. 우리는 ‘허리 5cm만 줄였으면….’ 하고 타령하지만, 그 역시 어렵고 힘들다. 생명과 직결되는 본능적 스트레스를 참고 견뎌야 할 만큼 내게 의미 있는 일인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외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지닌 존재다. 몸의 외관이나 크기가 결코 우리 인격이나 정체성의 전부가 될 순 없다.


설령 목표에 도달한다고 해도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목표치에 도달했으니 성취감, 해방감도 느낄 것이다. 이러는 사이, 어느 순간에 ‘응? 원래대로네?’ 혹은 더 나빠져 있을 수도 있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체질적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체중이 줄 땐 근육 대비 지방이 1:1로 줄어들지만, 찔 때는 근육 발달은 빠르지 못하기 때문에 지방부터 먼저 불어난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다이어트 성공은 체중 감량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또 흔히들 말하듯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이것만으로 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참 복잡하게 이뤄지는 것이 다이어트다. 눈물을 머금고 한다면 할 순 있다. 5% 체중 감량은 할 수 있다. 단 유지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완전한 체중 감량을 요구하는 건 유익하지도 않을뿐더러 헛수고일 수도 있다. 그 어렵게 한 다이어트인데!! 명심하라. 다이어트는 생존 본능에 반(反)하는 끔찍한 일이다. 허리 5cm, 줄일 순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욕심이다. 안돼! 시상하부를 더 이상 놀라게 하지 마라. 설령 목표 미달이라 해도 실망하거나 후회하지도 마라. 한 것만큼 득이다. 그간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 하나만 컨트롤 한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보조요법을 함께 해왔다. 이 모든 게 건강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다이어트를 굳이 말리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과식과 포식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다년간에 걸쳐 조사하고 연구한 통계 의학적 결론에 의하면 그러한 확증은 없다는 것이다. 과식과 비만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확증은 없다. 비만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특히 시상하부 기능 저하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다. 최근에 특히 비만과 유전에 관해 관심이 커졌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잘 먹고 많이 먹는데도 균형 잡힌 몸매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도 70세가 될 때까지 젊은 날 입던 바지를 그냥 입고 다녔다. 자랑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다.


내 젊은 시절엔 비만이 될 만큼 먹을 것이 많지 않았다. 중년 이후엔 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제법 밥상이 넉넉했는데도 체형이 괜찮았던 것을 보면 유전이나 체질적 요인과 비만은 직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형제들도 모두 적당한 체형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말에 신빙성이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성인 초기에 비만의 본고장, 미국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내 체격은 변함이 없다. 구미인들은 상당히 뚱뚱한데도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한랭한 지역이라 지방 저장 창고가 넉넉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범세계적으로 비만이야말로 새로운 유행병으로 규정했다. (WHO, 1997)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니까!’ 이것만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비만 문제를 다 설명할 순 없다. 어렵게 체중 감량 목표에 도달했지만, 우리 몸의 생명 방어 본능으로 인해 쉽게 원래의 ‘체중 조절점’으로 돌아간다. WHO는 경고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방심하지 마라. 5년, 아니 2년만 기다려 보라. 거의 예외 없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비만은 간단치 않다.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면 이걸 호기로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수많은 사기꾼이 등장한다. 한때 전 세계를 풍비한 다이어트 상품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게 해결책이다? 감미로운 선전에 현혹되어 흥분한 관중들은 주머니만 털리고 남은 것은 요요 현상으로 원상태로 돌아갔다. 결국 몇몇 사기꾼들의 주머니만 불려 놓고 살아진다. 그 사이에도 비만 증가를 설명하기 위한 사이비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음모를 꾸미고 있다. 때로는 전문가인 의사까지 동원된다. 아이러니는 이 모든 게 합법이라는 사실이다. 한때 제법 이름 날린 사기꾼들이 약속대로 되지 않았다고 형을 살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없다. 절박한 비만자 입장에선 이들의 달콤한 감언이설에 넘어간다. 얼마나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당신이 원하는 만큼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당신의 뇌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스트레스가 작동하는 한 더는 안된다. 그래도 해야겠다면 나는 당신에게 정중히 묻겠다. ‘그 이유를!’ 젊은 날엔 미를 위해, 나이가 들면 건강을 위해 해야겠다는 게 주류다. 물론 어느 쪽이든 인간에게 필요한 욕심이다. 누가 이걸 탓하랴.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는 체중 말고도 쉽고 이상적인 방법이 100가지도 넘게 있다. 왜 굳이 체중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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