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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Feb 19. 2020

무제

경조사 게시판을 클릭하며


 전 회사의 동료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소식을 전한 이에게 물었다. 회사 때문에? 힘들어서? 삽시간에 가라앉은 기분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온갖 생각들에 금세 사로잡혀서 끊임없이 자문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는 살 수 있었을까. 괜찮았을까. 약을 그만 먹을 수 있었을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직 탈퇴하지 못한 블라인드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부쩍 힘들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걸 못 들어준 게 그렇게 후회가 된다는 글과 경조사 게시판의 조회수가 폭발했다는 글도.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죽고, 또 죽음을 선택한다. 건너 건너 듣는 아주 먼 인연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가족 여행을 가려고 환전한 돈봉투를 품에 넣고 뺑소니 사고를 당한 남자. 이유 모르게 계속 돈을 빌리다 뛰어내린 여자. 한때 웃고 떠들던 이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놀랍게 슬프다. 그리고 내가 끝을 향해 빠르게 달리던 기차에서 한발 먼저 뛰어내렸기에 조금만 다치고 산 것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삶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경조사 게시판을 클릭해 누군가의 득녀 소식을 읽고 점심 식사 예약을 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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