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한국인
도쿄 조선 제9초급학교
도쿄 98일 차
1. 오늘의 아침 산책은 집 근처에 있는 "도쿄 조선 제9초급학교"를 다녀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이들의 등교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한복을 입은 여선생님들의 출근모습과, 자원봉사를 하는 듯한 아버지 모임의 분들이 혹시 나의 사태를 대비해서 교문 앞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왔다.
2. 난 일본에 살면서 몇몇의 조총련 출신의 친구와, 조선학교를 졸업한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삶은 조금 특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 가장 특이했던 것은 제3의 국적으로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3. 재일 한국인에게 휴대가 의무화되어 있는 외국인 등록증의 국적란에는 두 가지 표기가 가능한데, '대한민국'과 '조선'(북한이 아닌 조선)이다.
'조선'은 해방 직후 자동으로 변경된 국적이고 이후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일본과 수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국적을 변경할 수 없다.
4. 그래서 오래된 재일 교포 중에 한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인도 아니고, 북한 사람도 아닌 그저 조선적(특별 영주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5. 조선적은 말 그대로, 남과 북 상관없는 일제시대 이전의 조선의 시민이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간단할 듯하다.
그들은 우선 여권이 없다. 한국민도, 북한 국적도 그리고 일본인도 아닌 무국적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거주를 하고 있기에, 일본에서 국외로 나갈 때는 재입국 허가서를 가지고 나가야 하고, 외국의 비자도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6.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조선적을 가진 이들에게 일본으로 귀화하거나 남한이나 북한으로의 귀환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적을 유지하고 이어가려고 하는 사람도 아직 있다고 한다. (전체 재일 한국인은 7% 정도)
신분을 보장해주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무국적 난민'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관광비자도 신청하기 힘들다. 게다가 비자를 받고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다른 여행객들보다 훨씬 강도 높은 입출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7. 예전에 나와 함께 출장을 같이 간 선배가 바로 조선적이었다. 비교적 자유로이 한국을 왔다 갔다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차별을 당한다며, 오야지(아버지)가 죽으면 바로 국적을 옮긴다고 나에게 하소연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8. 하여간, 오늘 아침은 터벅터벅 걷다가, 나와 같은 인간이고, 타지 생활을 했던 선배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걸어 봤다.
9. 그리고 올 10월 만약, 조선학교에서 축제를 한다면 아이들과 꼭 같이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2019년도 조선학교 축제 포스터10. 마지막으로 내가 재미있게 봤던 재일 교포 관련 영화와 관련 페이지를 소개해본다.
*영화
박치기: 교토에선 남한도 북한도 없어, 교토에선 통일이야!!!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0032
고: 이태원의 고우가 아닌 영화 고우: 왼손을 곧게 뻗고 그 상태로 한 바퀴 돌아라. 그 원의 크기가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복싱은 그 원을 네가 뚫어서 밖의 것을 쟁취해 오는 것이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3513
박열: 실제로 재일 교포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인물: 재판장! 자네도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이 죽일 수 있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하겠는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5716
용길이네 곱창집: 일본의 톱배우들이 각본 하나 믿고 출연했으면 말 다했지. 게다가 믿고 보는 김상호 이정은 배우의 그 시절 어머니 아버지의 역할은 내 맘을 울렸다. 특히 극 중에 나오는 삽입곡과 엔딩의 우리 풍물과 가야금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9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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